Web 2.0 Summit 2008: 웹이 세상을 만날때

주요 인터넷 업계 인물들이 나오기로 유명한 Web 2.0 Summit 행사가 예년 처럼 2주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습니다. 금융 위기를 인한 실리콘 밸리 분위기가 위축된 가운데 오바마 당선이라는 큰 뉴스에 묻혀 버려서 큰 주목은 끌지 못했지만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웹 세상을 만나다(Web meets World)”로서 웹2.0이 몰고온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가 정치와 에너지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토픽들이 주로 다루어 졌지요.

행사 중간에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는 날이니 만큼 약간 의도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구성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를 들어, 웹과 정치라는 미디어 관계자들의 패널이나 존 레식 교수의 ChangeCongress에 대한 강연, 제프리 소렌슨 전 육군 장군, 엘고어 부통령의 마지막 강연 등 모든 부분이 그랬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어떤 분은 Web meets Politics라는 평가를 한 사람도 있더군요.

작년 부터 주요 발표 및 대담에 대해 동영상으로 바로 제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CNET 특집 사이트에서는 주요 발표에 대한 라이브 블로깅 정보도 있어 수백만원의 참가비를 들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물론 거기 현장은 실리콘 밸리의 사교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만…

세션 동영상을 보면 모든 세션에서 서두에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특히,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업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오바마라는 진보적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줄을 이었더랬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인터넷 미디어를 잘 사용했으니까요.

오바마가 얼마나 인터넷을 잘 활용했는가 하는 점이 계속해서 이야기 되었습니다. 게다가 팀 오라일리는 오프닝에서 오바마의 “Yes We Can”을 몇 차례 인용하기까지 했습니다.

웹 서비스나 웹 기술적으로 솔직히 정리를 해야할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지극히 미국적인 주제들에 혹시 갔으면 큰 실망하고 올뻔 했습니다. 재생 에너지나 전기 자동차, 공중 보건 및 사회 현상등에 웹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금융 위기 중인 현재 얼마나 쌩뚱맞은 주제였나요. (솔직히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될지 예상도 못했으니…)

게다가 야후!의 제리양, 마이스페이스의 크리스 드월프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트위터의 에반 윌리암스, Digg.com의 케빈 로즈 등 스타급 CEO 들이 나왔지만 뭔가 뉴스꺼리가 될만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매년 그 정도급 인사가 나오면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건가 하는 큰 뉴스 한 두개 터뜨리기 마련인데 전혀 그러지 못했죠.


제리 양은 궁지에 몰린 풀죽은 소년 같았고, 에반 윌리암스는 트위터로 돈 버는 방법 아직도 모르겠다는 식인데다 크리스 드월프는 플랫폼 개방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고 음악 이야기만 했고, 케빈 로즈는 머리를 짧게 깍았고 주커버그는 작년에 신고 나온 슬리퍼 대신 테니스 운동화로 바꾼 것 외에는…

미국 출신의 전 프로 사이클 선수이자 암투병을 했던 랜스 암스트롱, 유명 작가인 마이클 폴란, 의사이자 교수였던 Google.org의 래리 브릴리언트 등 웹 2.0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명사들도 초청되었죠.

물론 단골 손님도 있습니다. 슈퍼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존 도어 인데요. 2004년 첫 웹 2.0 컨퍼런스에서 존 도어는 “초끈 이론(Super String Theory)”에 따라 우주가 평행한 여러 개가 존재하듯이 웹에도 다양한 평행 웹이 존재하고 PC, TV, 핸드폰, 개인화 서비스와 3D VRML, XML과 RSS와 웹 서비스, 그리고 RFID 같은 분야에서도 각자 웹이 존재할 거라는 개념을 소개한 걸로 유명하죠. 요즘 돌아가는 게 똑같은 걸 보면 정말 존 도어의 통찰력은 높히 살 만합니다.

특히 모건 스탠리의 마리 미커는 매년 나와서 그래프와 수치로 뒤범벅된 수십장의 슬라이드를 10분만에 압축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이야기를 해 주기로 유명합니다. 올해 주제는 역시 불경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곧 기술 시장에서 광고 수입이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나마 관심 가지고 지켜볼만한 세션은 ‘클라우드 컴퓨팅’ 패널과 ‘플랫폼이란 무엇인가?’라는 패널 정도였고 론치패드의 5개 업체들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이 중 Everyscape의 CTO가 한국 사람이더군요.

워낙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지만 큰 반향은 없었던 지극히 평범한 컨퍼런스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여타 웹2.0 스타일 컨퍼런스도 아니고 여전히 초대 방식의 비싸고… 하여튼 올해는 미국에서도 민주주의 2.0이 일어났고 그게 웹 2.0의 가장 큰 수혜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아래 사진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서 열린 ‘동성 결혼 반대 법안’을 저지하려는 시민들의 촛불 시위 사진입니다. 언제였던가 인터넷에서 모여서 거리로 나선 우리 나라 사람들 생각이 나는군요. ㅎㅎ

p.s. 매년 한 거니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후기들도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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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2개)

  1. 세레 댓글:

    제프리 소렌슨 씨는 Lieutenant General(중장)이었네요. 비록 웹의 활용과 관련되어 있지만, 정치/국방 쪽에서 웹을 향한 호의적 관심을 나타나네요.

  2. […] 작년 웹2.0서밋 행사는 생뚱 맞은 그린 IT와 정치 이야기로 빛을 바랬습니다만 올해는 Twi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