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유튜브 영상? 그리고 다음 tv팟 이야기

며칠 전 개인 유튜브 채널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려 있더군요.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맨 처음 올리신 영상이 한국인이 유튜브에 올린 최초의 영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아시고 올리셨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제 채널의 첫번째 영상이 매우 오래되긴 했지만, 국내 최초의 유튜브 영상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찾아 오신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좀 검색을 해봤는데, 현존하는 영상 중에 2005년 8월 9일에 제가 올린 영상이 가장 빠른 것 같습니다. 유튜브의 공식 최초 영상이 2005년 4월 24일에 올라온 Me at the zoo니까 3개월 정도 후에 올렸네요. 소위 국내 최초 유튜버였다고 볼 수 있겠군요. 하하! (혹시 더 빠른 영상을 알고 계시면… 늦게라도 제보 부탁드립니다.)

한국 최초 유튜브 영상인 ‘His Episode – Why he drink’의 한 장면

이 영상은 1분의 짧은 동영상으로 회사 동료들과 야유회를 간 날 밤 찍은 것인데요. 한 친구가 왜 술을 마시고 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당시 썸을 타고 있는 여자 사람 친구가 다른 남자랑 영화를 보러 간다는 문자를 받고 괴로워하고 있는 동료를 위로하고 있는 내용이구요. 당시 같이 일한 친구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나는 그야말로 일상의 영상입니다. (Update – 본 영상은 예전 동료들의 개인적 추억의 영상이라 일부 공개 처리했습니다.)

유튜브는 2005년 5월에 공개 베타로 서비스를 시작해서, 그해 11월에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공개 베타 중에는 일부 초대제로 가입이 가능했는데, 당시 저는 실리콘밸리의 외국인 지인에게 초대를 받았습니다. (사실 비슷한 이유로 제가 지메일 최초(?) 한국인 사용자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웹2.0 기반 신규 서비스들이 한창 붐업이 이룰때였고, Mozilla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의 신규 서비스 정보를 많이 얻었거든요.

■ 그 이후의 이야기- 초기의 다음 tv팟
당시 유튜브가 신선했던 것은 동영상을 웹 사이트에 쉽게 임베딩할 수 있도록 플래시로 공유할 수 있게 해 준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제 유튜브도 블로그에 동영상을 추가하기 위해 짧은 클립을 주로 많이 올렸었죠. 디지털 캠코더가 보급되고 한참 블로그가 붐업을 하고 있었던 터라 꽤 유용했습니다. 

당시 저는 Daum의 R&D센터에서 기술 기반 서비스 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요. 전사 신규 서비스 구현 아이디어를 내고 초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저도 웹 2.0 기술과 유튜브를 벤치마킹한 동영상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안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유튜브를 벤치마킹한 원 페이지 서비스 아이디어 (2005.8)

마침 미디어 다음을 운영하는 미디어 본부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신규 아이디어를 구현할 개발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가 소속된 R&D센터에 프로토타입을 요청했었구요. 저랑 몇명이 FFMPEG 기반의 동영상 변환 등의 초기 프로토타입을 해서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미디어 다음 내에 메뉴 중에 하나로 미디어 다음 tv팟이 2006년 2월 9일 오픈하였습니다. 미디어 다음 내 tv팟 코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죠. 뉴스와 아고라, 텔존 등의 사용자 콘텐츠와 함께 영상 업로드와 트래픽도 굉장히 많아졌구요.

Daum TV팟에 제가 올린 첫 영상은 2006월 1월 27일(정식 출시 2주 전)에 올린 테스트 영상이네요. 지금은 카카오 TV로 이관되었지만, 제 TV팟 개인 채널에도 17년 전 영상이 다수 업로드 되었습니다. 그 때는 애사심이 참 많았었네요.

미디어다음 TV팟 오픈 공지 화면 (2006.2)

이게 도화선이 되어 다음에서는 2006년에 UCC를 가장 중요한 테마를 잡아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는데, 그 중심에 바로 tv팟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의 프로포즈’를 비롯해서 UCC 광고가 공중파를 타기도 했죠.

다음 광고 영상 – 그 남자의 UCC 편 (2006.12)

그 이후, 다음 내 전사 동영상 서비스 전략에 따라 2006년 11월에 Daum 동영상 베타를 오픈했는데요. 카페, 블로그, 플래닛 등의 서비스상의 모든 동영상을 보여주게 됩니다. 문제는 이게 잘 안됐어요. 초기 tv팟이 성공했던 이유가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와서 보고 댓글다는 미디어 다음에 있어서 성공한 건데, 그냥 모아만 놔서는 잘 안됐던 거죠.

그래서, 이원화 되어 있던 다음 동영상과 미디어다음 tv팟을 합쳐서 버전 2가 출범했습니다. 동영상 서비스만 전담하는 본부가 만들어져서 tv팟을 전담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여러분이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그야말로 가히 인터넷 포털과 판도라 등 동영상 서비스 사이에 혈투가 벌어졌죠.

2009년까지만 해도 다음 tv팟이 우위를 점하다가 2010년쯤 네이버의 승리로 거의 마감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돈 먹는 트래픽 하마인데다 수익 모델은 딱히 없고, 저작권 이슈와 민감한 영상 검수 등의 비용 천지인 동영상 서비스에 투자를 해야 할 이유를 못찾게 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왜 유튜브 천하가 되었는지 많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인터넷 포털들이 결국 방송사 등이 만드는 인기 있는 콘텐츠 수급과 정형적인 광고 모델에만 기대다가 패착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다음의 tv팟도 카카오 합병 후, 축소되어 2017년 2월 18일카카오 TV로 통합하면서 사라졌습니다. (2006년 시작했는데 만 11년만이네요.)

재미있는 댓글 때문에 옛 이야기를 떠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비공식적인) 첫 유튜버가 되도록 출연해 주신(?) 옛 동료들에게 감사드리고, 2000년대 중반 국내 동영상 서비스의 첫 단추를 끼울 때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에 또한 감사합니다. 제주에서 함께 일한 미디어 본부 분들도 보고 싶은 밤이네요.

이제 일하러 가야겠습니다…

내가 만든 최초 타이틀은?

국내 최초 지메일 사용자(2004)나 유튜브 영상 업로드(2005) 같은 타이틀은 다양한 웹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보니 우연히 가질 수 있었는데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최초 수식어 몇 개 더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 국내 최초 인터넷 음악 방송 설립자 (1997) – 제가 만든 나인포유(NINE4U)는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하여 인터넷 DJ라는 방식으로 라디오 방송을 전달한 국내 최초 인터넷 음악 독립 방송국 이었습니다. 유명 VJ, 가수 등이 직접 방송 제작에 참여했고, 100여개의 독립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당시 문화 규제가 심했던 일본 대중 음악 방송을 하거나 표절곡 CD를 발매하기도 했었습니다.(2004년 서비스 종료)

◼ SMTOWN.COM 도메인 작명자 (1998) – 저의 첫 회사에서 H.O.T, S.E.S, 신화 등 SM 기획의 가수 홈페이지와 팬클럽 사이트를 대행해서 운영을 했었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SM타운 도메인명은 제가 제안한 여러 후보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당시 홈페이지에서 팬들이 올리는 질문을 취합해서 매니저들에게 팩스로 주고 받아 답변을 해주기도 했어요. SM기획이 직접 하기 전까지 SM타운 도메인 및 웹 사이트 운영 대행을 해 주었습니다.

◼ 국내 웹 표준 활동 선구자 (2002) – Mozilla 오픈 소스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웹 사이트의 비표준 문제를 처음 제기하였습니다. 그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Firefox 한국어 버전을 만들면서 2014년까지 웹 표준 포럼 운영, 무료 웹 표준 가이드 제작, WaSP 국제 연락 그룹 활동, 액티브X를 반대하는 오픈웹오픈 뱅크 운동, W3C HTML5WebCrypto 웹 표준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CNET 코리아 Linux Award (2006),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 (2008), 한중일 공개SW 포럼 의장 표창 (2010), Mozilla 재단 의장 표창 (2012) 등을 수상했습니다.

◼ 국내 1호 테크에반젤리스트 (2006) – 제가 다니던 Daum에 개발자를 위한 오픈 API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칭(?) 테크에반젤리스트가 되었습니다. 당시 썬마이크로시스템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외국 기업에 테크에반젤리스트 직책을 가진 분들이 있었으나, 국내 기업으로는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전부터 웹표준 에반젤리스트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 직책명을 쓰는데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2014년 부터는 AWS에서 클라우드 에반젤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 국내 최초 오픈 소스 수업 개설자 (2007) –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주제로 한 수업을 제주대에 처음 개설했습니다. 그 이후 7년간 수업을 진행하였고, 20여개 오픈 소스 커뮤니티와 함께 500여명의 학생이 수강했습니다. 지금도 카카오트랙 수업의 일환으로 이 수업은 15년째 계속 진행중입니다. 이 수업 모델은 여러 대학교에서 벤치마킹하여 공개 소프트웨어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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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여러분의 생각 (8개)

  1. 김준엽 via Facebook 댓글:

    2005년 8월에 유튜브영상을 올리시다니..유튜브계 시조새이시군요. 대단하십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2. Minho Hwang via Facebook 댓글:

    저희팀 팀장님이 나오신다길래 확인하러 왔습니다 ㅎㅎㅎ 와우 2005년

  3. 고생대지층 댓글:

    이런 댓글들이 달려 있네요 ㅎㅎ
    Screen-Shot-2021-06-04-at-04-34-05

  4. Cresendo 댓글:

    포털 말고도 국내에 판도라TV, 엠엔캐스트, 엠군, 풀빵닷컴 진짜 동영상 춘추전국 시대가 있었죠. 그때는 유튜브는 그 중 하나였는데… 차니님이 최초 유튜버라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5. MCTeam 댓글:

    기사도 났어요 ㅎㅎㅎ

    16년전 한국 최초 유튜브 영상…”썸녀가 딴 남자 만나 힘들어 술 마시는 내용”
    2005년 8월 9일 올라온 ‘Why he drink’가 한국 최초 유튜브 영상
    한국인 최초 유튜버는 ‘Channy Yun’… 지금도 유튜버로 활발히 활동 중
    https://www.ajunews.com/view/20210606092525855

  6. 최종호 댓글:

    잘 봤습니다.

  7. MoonlitCeladon 댓글:

    TVN에도 나왔습니다.
    ——————————-
    한국 최초의 너튜버 1호😎 영구 박제된 첫 영상 내용ㅋㅋㅠ [1호가 될 순 있어 19 2탄] #프리한19 EP.344 | tvN SHOW 230102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kceSwZ11Q-k

  8. ㅇㅇ 댓글:

    진짜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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