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마무리 되고 있네요. 연말에는 늘 회고를 해 왔습니다. 2018년은 커뮤니티, 2019년은 클라우드 기술 예측, 그리고 작년은 AWSKRUG 운영진 분들과 동영상 회고를 해 보았는데요. 올해는 개인적인 회고글을 써 볼까 합니다. (2022년 클라우드 기술 예측은 버너 보겔스 박사님 블로그 참고)
AWS에 입사 하면서 가졌던 막연한 꿈 중에 하나가 제가 하는 일로 인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개발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첫 직장이였던 스타트업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서비스를 맘껏 개발할 수 있었다면, 인터넷 포털이었던 Daum에서 국내 개발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7년전 글로벌 기업으로 입사는 했지만, 당시 클라우드 산업 자체가 워낙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국내에서 우선 AWS 커뮤니티를 만들고 개발자들을 도와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2018년부터 제가 속한 팀이 글로벌 소속으로 바뀌고, 해외에 있는 동료들과 협업도 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무와 APAC 지역 업무가 병행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단점 중에 하나가 대부분 업무가 미국(시애틀)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뭔가 제대로 하려면 큰 결심을 하고 해외로 근무지를 옮겨야 합니다.
1. 블로그를 통해 제품 개발팀과 글로벌 협업 확대
근무지와 상관 없이 글로벌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2020년 초에 AWS News Blog 팀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팀은 고객-중심(Customer obsession)리더쉽 원칙에 따라 만들어지는, 신규 서비스 출시를 제품 개발팀과 함께 협업해서 소개하는 일을 합니다.
대개 하나의 블로그는 개발이 마무리 될 무렵 부터 출시까지 수 개월 동안 함께 협업해서 함께 완성해 나갑니다. 우선 서비스팀의 PRFAQ 문서를 기초로 블로그 초안을 만들고, 첫 내부 사용자로서 직접 기술 데모를 만들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 개발팀에게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출시 과정 자체가 한 두달 걸리기 때문에, 대략 연간 20-30개 정도의 제품팀과 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AWS re:Invent 기간은 평소 보다 많은 10-12개 정도라서 하반기에는 리인벤트 출시에 집중합니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제가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읽는 영문 블로그를 쓴다는게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지만, 용기있게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처음이다 보니 주요 서비스 출시(Tier-1)보다는 Tier-2에 집중을 했지만, AWS IoT SiteWise, AWS Network Firewall와 AWS Gateway Load Balancer와 같은 Tier-1에 참여 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올해는 꽤 많은 주요 출시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AWS Application Migration Service, Amazon ECS Anywhere 및 EKS Anywhere, 그리고 Amazon OpenSearch Service 및 Karpenter 같은 오픈 소스 기반 제품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들 출시 뉴스는 조회수도 상당히 높았고, 덕분에 TechCrunch, ZDNet, InfoQ, Silicon ANGLE, InfoWorld, The Register 등 해외 주요 IT 매체들이 제 블로그 글을 보고 인용 기사를 써 주기도 했습니다.
블로그를 좀 쓰다 보니 제 관심사와 잘 맞는 몇몇 서비스팀, 특히 Container, Outposts, EFS, IoT 팀과 자주 일을 하게 되더라구요. 덕분에 해당 제품 PM들과 친해지기도 했구요. 매년 연말에 하는 동료 평가를 요청하게 되는데, 올해는 90%가 해외에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국내:해외 비율이 9:1이었는데 말이죠.)
글로벌 기업에서는 승진으로 인해 레벨(Level)이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에 따른 영향력을 더 크게 확대해야 합니다. AWS 공식 블로그는 회사내에서도 저에게 굉장히 큰 기회였고, 올해 어느 정도 잘 안착을 하게 되어 내년이 더 기대가 됩니다. 전 세계 개발자를 위해 더 많은 팀과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다뤄 봤으면 좋겠네요. (서비스 출시 과정에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이건 나중에 AWS를 퇴사하면 언젠가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Update. #CoreyQuinned 며칠 전 클라우드업계의 빅마우스인 분의 피드백(대부분 비판적인 트윗 주로 하심 ㅎㅎ) 영어를 모국어로 쓴 사람이 아닌 사람이 쓴 글인데도, (2년간 해 온) 영문 블로그 글쓰기 노력에 좋은 평가를 받으니 기분 좋네요
Increasingly the answer to my “wow, this @awscloud blog post is incredibly well written, who did it?” reaction is @channyun. “와! 이 AWS 블로그 글은 진짜 잘 썼는데, 누가 썼지?”라고 의문이 들때 마다 보면 차니가 쓴 글이네요.

2.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활동 전환
제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 개발자 분들은 저의 관심 (업무) 영역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오프라인 활동이 셧다운이 되었기 때문에, 저의 모든 국내 활동 역시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는데요. 덕분에 글로벌 협업과 국내 온라인 활동을 효율적으로 병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택을 하니까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업무 시간도 유연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작년에 제 개인 유튜브 계정을 재활성화 했습니다. 원래 블로그 영상 아카이브 용도로 만들어 쓰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클리닉이라는 비디오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AWS 기술 데모 같은 짧은 영상 같은 걸 올리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페이스북 위주로 조회수가 많았는데, 올해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해서 지난 11월에 총 조회수 3백만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2020년에 8만이었는데, 올해 30만이었습니다. 진짜 팬데믹과 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입니다.)

클라우드 클리닉 상위 조회 영상은 주로 아마존 개발 문화와 입사 관련 영상이랑 유명 개발자 분들과 대담 영상이더군요. 아무래도 혼자 떠드는 영상은 잘 안보시네요. ㅎㅎㅎ 그래서 내년에는 어떤 분들과 함께 수다를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클라우드 기술 분야 상위 조회 영상은 실험적으로 올려본 5분 데모 영상들인데, 아무래도 짧은데다 키워드 검색을 통해 유튜브 알고리즘을 잘 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관련 영상 조회수도 높은 거 봐서는 MSA는 여전히 핫 토픽인 것 같네요.
내년에도 짧은 데모 영상을 많이 올려 볼 생각이고, 얼마전 AWS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도 비슷한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동영상 뿐만 아니라 AWS 코리아 블로그의 주간 소식 모음도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AWS 서비스가 200개까지 늘어났기 때문에, 어떻게 서비스 활용을 판단하는지 (예: 컨테이너) 혹은 서비스 실습 가이드 안내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 AWS코리아 기술 조직이 만드는 새로운 기술 블로그가 오픈 될 예정인데, 기대가 큽니다.)
3. 몇 가지 주변의 변화
올해도 작년과 비교해서 큰 변화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몇 가지를 적어 보면… (인스타그램 링크 포함)
- 클럽 하우스 – 올해 2월 부터 한 달 정도 국내에 클럽하우스 열풍이 불었죠. 저도 꽤 재미있게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1년동안 소통을 못했던 답답함을 풀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고, 해외 계신 개발자 분들도 사귈 수 있어서 아주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애플 M1 맥북 – 얼마 전 회사에서 세번째 랩탑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M1 맥북입니다. 회사에서도 직접 만드는 Arm 기반 칩셋을 기반한 매니지드 서비스 확대를 중요시 하고 있기 때문에, Arm 기반 개발과 배포 등을 앞으로 중요한 변화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아이들의 독립 – 늘 함께 했던 아이들이 이제 집에 없습니다. 딸은 8월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아들은 9월에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를 했습니다. 집에 아이들이 없으니 허전한 마음이 들지만, 집을 떠나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기회를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합니다.
얼마 전 제 매니저랑 1:1 면담 중에 “7년이나 같은 일을 했는데,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묻더군요. 저는 “아니오. 저는 어떤 일을 시작했다면, 10년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하길 원하고, 아직은 3년이나 남았네요.”라고 이야기했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 속담이 있죠. 10년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인데요. 그래서, 회사든 개인이든 장기적인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올해는 제가 대학에 입학한 이후 30년이 되기도 했어요. 늘 그렇듯, 제 경력을 통틀어 장기적인 전략으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이력서와 경력 지도를 업데이트 하면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인생 참 깁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생의 마일스톤을 설계해 나가시기 바랄께요.
※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여러분의 생각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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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하에서 일이든 커뮤니티 활동이든 임팩트가 커지는 방향으로 고민해봐라. 라고 하신 말씀 올해 들고 다녔습니다. 딱히 다르게 한건 없지만ㅎㅎ;
한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늘 존경하고 있는데… 좋은 모범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건승하세요!
항상 글을 보지만,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조용히 끊임없이 변화시는 모습이 ^^
AWS Blog의 New post를 볼 때 Channy라는 글자가 보이면 한 번 더 읽어보게 되더라구요. 양질의 컨텐츠 항상 감사합니다.
저 경력 지도 방식은 언제봐도 인사이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 회사를 옮겨다니면서 너무 파편화된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좀 걱정이 됩니다. 저도 이 글을 읽고 장기적인 커리어에 대해 고민해 보겠습니다.
AWS가 차니님과 같은 인재와 함께 하는 것을 행복하게 여겨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