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블로그는 아직 죽지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콘퍼런스나 IT 행사가 취소되어 외부 활동이 많이 줄었습니다. 사실 2년전 부터 재택근무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큰 일상의 변화는 없습니다. 외부 활동이 뜸해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집에서 진득이 앉아서 공부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소홀했던 개인 유튜브 채널도 재활성화 하고, 시도해 보지 않았던 페이스북 라이브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를 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이 공유하기 전에 정제된 정보 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다시 개인 블로그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글쓰기를 끊은 건 아니고 회사 블로그에 매진하다보니, 사실 개인 블로그에 여력이 없었습니다. 매년 AWS코리아 블로그에 200-300개씩 직접 혹은 번역 리뷰한 글을 올리다 보니, 정작 개인 블로그는 매년 10-20개 정도만 쓰게 되었네요. 하지만, 올해는 벌써 20개입니다. 하하!

■ 글쓰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글쓰기는 사라지지 않으며, 글을 저작하고 배포하는 플랫폼만 바뀔 뿐입니다. 가장 가까운 온라인만 한정해서 90년대 PC 통신, 인터넷 카페 등에 글 쓰던 분들이 2000년대 초반 블로그(Blog)라는 1인 미디어 시대를 만나 꽃을 피웠죠. 전통적인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에서부터 최근에는 미디엄이나 브런치(Brunch) 같은 사이트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개발자들은 Github을 저작/배포 플랫폼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페이스북과 유튜브 시대를 맞아 배포의 방식이 소셜 공유와 동영상으로 많이 이동했습니다. 유명인들은 페북이나 인스타에 글을 쓰고 있거나, 아예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말로 표현하기 보다 영상으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글 검색 내 페이스북과 유튜브 키워드 경향 (출처: Google Trends)

IT 분야만 한정하면, 소위 과거 파워블로거라는 분들의 활약이 요즘 확실히 뜸합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2013년 구글리더가 종료하면서 RSS로 대표되는 글 전달 방식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일것입니다. 만약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글 배포 채널을 갈아타지 못했다면 배포 채널을 유지하기 어렵죠.

■ 페북이나 유튜브로 이동한 정보 소비층
IT 블로그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보려면, 7년전 적극 RSS 구독층이 옮겨간 Feedly라는 도구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리더 종료 당시 Channy’s Blog 구독자수가 6만명 정도였는데, 현재 8천명 정도의 Feedly 구독자가 있습니다. IT분야 상위 5개블로터넷(1.5만), Back to the Mac (1.1만),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9천), techNeedle(7천) 등입니다. 최근에 유명해진 Outstanding 같은 경우, 3천명의 구독자를 가진 것으로 보아 IT 분야에서 Feedly를 쓰는 적극 사용층은 수 천명선일 것 같습니다.

반대로 페이스북의 생활코딩 (10만명), 유튜브의 노마드코더(14만명) 정도의 회원 및 구독자수를 가지고 있는데요. 블로그가 한창일 때 유명 IT 규모의 블로거 구독수를 생각하면, 늘 10만명 정도의 IT 정보 소비층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많은 분들이 페북이나 유튜브 팔로워로 전환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Feedly에 있는 소셜 미디어 공유량을 알려 주는 지표

Feedly 자체 구독 숫자는 별 의미가 없더라도 재미있는 것은 블로그 글이 소셜 미디어에 얼마나 공유되었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글 앞에 100, 1K, 10K 식으로 표현되는 숫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리트윗/좋아요/공유 숫자를 합친 것입니다. 제 페북 페이지에서 공유한 숫자 뿐만 아니라 링크가 공유된 전체 양을 보여줍니다. 이를 토대로 IT 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블로그나 뉴스 채널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 IT 블로그, 다시 부흥할 수 있을까?
블로그가 앞으로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은 바로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정점에 다달았다는 점입니다. 앞서 본 구글 트렌드에서 페북은 2015년, 유튜브는 2019년 부터 그 트렌드가 하향 국면에 있습니다. 정보 피로감도 많이 쌓여 있습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시기로 보여집니다. 그것은 다시 한번 글쓰기 플랫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IT 분야로 한정하면, 최근에 기술 블로그 운영이 다시 상승세입니다. 주요 스타트업들이 인재 채용의 목적으로 기술 공유에 나서기 시작해서, 총 80여개가 됩니다. 덕분에 기존 대형 인터넷 기업인 라인이나 카카오 같은 경우 기술 블로그 운영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 개발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글쓰기 플랫폼은 바로 Velog.io인데요. 개인 개발자가 만들었지만, 마크다운(Markdown)으로 손쉬운 글쓰기가 장점입니다. 해외에서는 유사하게 Dev.to라는 사이트가 개발자들 사이에 새로운 글쓰기 플랫폼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Velog의 마크다운 기반 글쓰기

과거 한RSS나 Daum DNA Lens 등이 수행했던 신디케이션 역할을 하고 있는, 어썸데브블로그도 주목해 볼만 합니다. 개인 프로젝트이긴 하나 1700여명의 개인 피드와 500여개의 커뮤니티, 회사 블로그를 모아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Github에 Pull Request만 보내면 누구나 쉽게 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OPML이 지원되기 때문에 Feedly로 가져가기도 좋습니다. 이들 블로그의 글을 매일 메일로 전달하는 구독 서비스도 있습니다.

만약 2020년에 뭔가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면, 저의 5년 주기설이 맞는 결과가 아닐까요? 인터넷 세상의 역동성을 위해서도, 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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