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정도 지났지만 보스턴 여행 후기를 간단하게 적어 봅니다. 여러 번 미국을 오고 갔지만 동부 지역은 처음이었습니다. 시애틀에서 보스턴까지 무려 5시간 30분을 비행기를 타야만 합니다.
제가 처음 미국 왔을 때 포틀랜드에서 댈러스까지 3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대륙의 크기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정말 큰 나라임에 틀림 없습니다.
동서부의 시차 때문에 시애틀-보스턴은 대개 ‘야간 비행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밤 10시 정도에 비행기를 타면 새벽 7시 정도에 도착 하게 됩니다. 공항에는 우리 나라 심야 우등 처럼 마이애미, 뉴욕 등 야간 비행편을 이용하려는 승객들로 북적입니다. 비행기에서 잠들기는 좀 어려웠지만 새벽이 되면서 보스턴 시내와 대서양 바다를 보니 탁 트인 느낌을 가집니다.
MIT
하지만 3월의 보스턴은 생각 보다 매우 추웠습니다. 사람들은 보스턴이 한국과 비슷한 날씨라고들 하지만 거기 사는 분들은 한국 보더 더 지독한 날씨라고 했습니다. 저도 있는 동안 추위에 많이 떨기도 했습니다. MIT에서 포닥으로 있는 친구의 도움으로 CSAIL(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가 위치하고 있는 Stata Center의 연구실 한쪽에서 며칠 동안 지낼 수 있었습니다.
CSAIL은 MIT의 전산학, 뇌과학, 기계 및 천문학 관련 전산 관련 대학원생들과 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생들 까지 전 세계의 천재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곳입니다. (MIT CSAIL와 함께 MediaLab 또한 매우 유명하죠.)
사실 MIT 캠퍼스는 찰스 강변을 따라서 도리아식 건물과 일반 건물들이 쭉 있는 정도입니다만 게 중에 가장 독특한 것이 Stata Center입니다. 각 층마다 모두 형태가 다르고 독특한 조형물을 가지고 있어서 건설 당시 너무 많은 돈이 들었다고 합니다. 실제 들어가 보니 모든 층의 구조가 다 달라서 돌아다니는데 꽤 어렵더군요. 때마침 봄 방학 기간이라서 학생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웹의 발명자인 팀 버너스리가 근무하는 5층의 W3C의 사무실도 가보았지만 아무도 없더군요. 2~3명 정도가 근무하는 10평 정도의 사무실이 다 였습니다만 이 곳이 웹 표준 작업을 하는 곳이라니 약간 감격하고 왔습니다. 곳곳에 논문 포스터, 리눅스 그룹 모임, 바캠프 보스턴 등의 알림판들이 즐비했습니다.
Lycos
오후에는 우리 회사의 미국 자회사인 Lycos.com도 방문 했습니다. 보스턴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과거 실리콘 밸리와 경쟁을 한 벤처 산업 단지 답게 호텔과 각종 회사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물론 그 입지는 매우 약화되어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IT 기업들이 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라이코스는 과거 규모에 비해 많이 축소되어 있었지만 내부 사무실 시설은 꽤 좋았습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넒은 사무 공간이 인상적이었구요. 최근에 동영상 관련 Lycos Mix와 Lycos Cinema 등의 신규 서비드도 오픈 하는 등 소수 정예 인원으로 꽤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Harvard University
다음 날에는 Mozilla Developers Day Boston 행사에 참석 하고 나서 친구 집에 머물면서 오랜만의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음식을 보니 반가운게 아무래도 저는 외국 음식 체질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보기 드물게 화창한 다음 날 친구와 함께 하버드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보스턴에 온지 6개월이 넘었지만 지인들이 오면 같이 가려고 아직 하버드도 구경을 안했다고 하더군요. 고맙게도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한 여성 박사님의 친절한 가이드를 받았습니다.
MBA 도서관 구경도 하고 IBM의 최초 컴퓨터가 전시된 과학관도 가보았습니다. 최근 하버드에서는 과학 및 기술 분야를 장려하던 총장이 물러나고, 인문학을 중시하는 새 총장으로 교체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교수들이 하버드의 존재를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하버드 야드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는데, 존 하버드 동상의 왼쪽 발을 만지면 자녀가 입학 한다는 속설 때문에 주변에 사진찍는 사람이 많더군요. 저도 우리 두 아이들 생각이 나서 한국 부모 답게 양쪽 발을 동시에 만져주고 왔습니다. 존 하버드 동상에 얽힌 세 가지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게 들었습니다. (구글에 검색해 보시면 나옵니다…)
타이타닉호를 탔던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돈 많은 어머니가 기부해서 만든 하버드 중앙 도서관인 와이드너 도서관 내부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구텐베르그 성경을 포함한 3백2십만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리석에 마치 궁궐에 온 듯 했지만 지하에 가면 그 많은 책들이 묻혀(?) 있다고 합니다.
MIT, 하버드, 메사추세츠대, 보스턴대 같은 주요 명문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칼리지 등 80여개 대학이 이 주변에 모여 있다니 과히 교육의 도시더군요. 대학 다닐때 풍운의 꿈을 가지고 MIT EAPS에 편지를 보내 원서도 받고 했었는데 그 자리에 와 있으니 마치 꿈을 이룬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이국땅에서 사순절 기간에 새벽 기도도 드리고 있는 많은 유학생들과 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 제가 잊고 있던 것들도 많이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필라델피아에서 30년을 뛰어 넘는 감격스런 회후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공항으로 네 번이나 라이딩을 해 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서 시애틀행 비행기로 몸을 실었습니다. (오는 낮비행기에는 아예 왼쪽에 뭐 있다 오른쪽에 뭐 있다 하면서 기장이 가이드까지 해 주더군요.) 시애틀에서 두 시간 정도를 기다려 17시간의 비행끝에 어둠이 깔리고 있는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자세한 사진은 제 Flickr 앨범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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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편”, we call it “Red Eye.”
우와~ 멋집니다. 저도 MIT가서 노트랑 팬 왕창 사오는게 올해 목표인데 말이죠 ㅋㅋㅋㅋ 가이드도 받으시고, 저는 혼자 가야할판..ㅋㅋㅋ
일년간 보스턴에서 살다가 왔는지라 사진 대부분이 눈에 익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MIT 미디어랩에서 열린 비공개 설명회에 우리나라 대기업 직원인양 가장해서 ‘잠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블로그에도 보스턴 이야기를 많이 올렸었는데요… 그 때가 정말 그립네요.
[…] 출처: Channy’s Bl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