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민이라면 꼭 하는 12가지 1탄에 이어 오늘은 제주 도민이라면 꼭 하게 되는 (그래서 그리운) 12가지 중 나머지 여섯 개를 소개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계절에 따라 제주로 여행을 하신다면 한번쯤 해보시길 권해 드리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7월 해변 수영 즐기기
제주 여행을 더 멋지게 하는 방법에서도 소개했지만, 제주는 멋진 해변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7월은 아이들과 해변 가기에 딱 좋은 시기이고, 주말 마다 꼭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휴가철이 되면 유명 해수욕장에 많이 몰리게 되고 사람들이 많아져 불편합니다.
하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해수욕장들이 많이 있는데, 제주 서부에는 대표적으로 곽지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지하 용천수가 올라와서 차가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돌들이 연못처럼 만들어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습니다. 제주 동부에는 우리가 잘 다녔던 함덕 해수욕장이 있는데, 간조때는 주변 수 km가 백사장으로 들어 나는 곳입니다. 좀 더 동쪽으로 가면 하도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넓고 얕은 해수욕장을 원한다면, 남동부의 표선 해수욕장도 추천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물놀이 하기에 아주 적격입니다.
여름에 바닷가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때입니다. 간조 시에는 백사장이 넓고 훨씬 놀기 좋기 때문인데요. 만조에서 간조로 나가는 시기에 방문하면, 모래사장 위에 신발이나 짐이 떠내려가거나 하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습니다. (제주 물때 참고 사이트)
8월 해변 캠핑하기
아이들이 어릴 때는 물에서 노는 것이 즐거웠지만, 좀 크고 나니까 밖에서 하루 자면서 밤 바다고 보고 군것질도 하는 경험을 더 좋아하더군요. 8월 날씨가 맑은 날엔 해변으로 야영을 하러 갑니다. 엄청난 캠핑 장비는 아니고, 그냥 던지면 펴지는 원터치 텐트 하나랑 침낭에 베개 들고 시외 버스타고 주변 해변 갑니다. 저녁 먹고 가서, 잠만 자고 아침에 일찍 집에 와서 씻지요.
협재, 곽지, 이호, 삼양, 함덕, 김녕, 월정리, 표선 등 모든 해변을 돌아가면서 캠핑을 합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아이들과 제주 버스를 탑니다. 대화 시간도 친밀도도 늘어 납니다. 시간표에 맞추어 여유 있고, 계획적인 여행이 가능합니다. 제주에 살면서도 관광객의 느낌을 얻으면서, 친밀해 질 수 있는 건 역시 캠핑이지 않나 싶네요. 다만, 제주의 해변 밤 날씨는 매우 변덕이 심하고 (비바람이 칠수도 있음), 중고교생들이 밤새 노는 곳이 많기 때문에 (어디서나 그렇겠지만) 밤잠을 설칠 우려는 높습니다. :)
9월 회사 탐방/가을 운동회
과거 가을 운동회는 시골 동네의 가장 큰 연중 행사 중에 하나였죠. 지금은 서울에서 가을 운동회에 아빠 엄마가 다 와서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것 같은데, 제주에서는 아이들과 학교에서 하는 운동회에 참여했습니다. 학교가 걸어서 5분 거리라서 쉽게 참여할 수도 있고, 맛있는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합니다.
또한, 연중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아이들을 제가 일하는 회사에 데려 오는 것입니다. 일단 다음의 제주 캠퍼스 건물의 경우, 볼것도 많고 할 것도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회사에 와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통근 셔틀 버스를 타고 와서 하루 종일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고 아빠랑 같이 회의도, 가끔은 회사에서 텐트치고 야영을 하기도 합니다. 제주에서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직장에서 삶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10월 억새 구경
가을이 무르익으면 제주에는 중산간 지역의 넓은 들녘과 오름, 그리고 도로변을 따라 억새가 만발하게 됩니다. 대개 산굼부리의 억새가 풍광이 뛰어나서 많이 가지만, 입장료가 비싸서 조금 꺼려지게 됩니다. 그래도 산굼부리 안 가보신 분이라면 가을 억새를 보러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정월 대보름에 오름을 통째로 태우는 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 오름에는 가을에는 억새꽃 축제가 열리고 억새밭 너머 바다와 일몰을 볼 수 있어 억새 구경에 제격인 오름입니다. 성산 수산리와 성읍 민속마을을 잇는 중산간도로(1119번 지방도) 구간은 제주도의 가을을 느낄수 있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시외 버스로는 710-1번을 타면 사려니 숲길, 교래, 송당 및 수산 그리고 성산을 잇는 드라이브도 가능합니다.
11월 방어회 먹기
어느때나 맛보야할 제철 과일이나 제철 나물이 있듯이 제주에는 제철 회가 있습니다. 바로 방어회입니다. 어릴 때 모슬포와 마라도 근처에서 태어나 동해안에 갔다가 산란철을 맞아 겨울에 다시 내려오는 방어는 크기와 맛이 일품인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횟감입니다. 자리돔을 미끼로 낚시로 잡는 방어는 모슬포에서 방어 축제가 열리고, 이를 알고 오시는 분들에 의해 비행기로 육지로 많이 공수되기도 합니다.
저희는 제주 시내에서 저녁 시간에 동문 시장에 가서 한 접시에 만원에 가져와서 늘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서울에서도 이마트에서 (조금 덜 신선할지는 모르지만) 방어회를 먹을 수 있더군요. 또한, 역시 제주에서 먹어야할 회 종류는 참돔, 흑돔 등 돔과 고등어회인데요. 역시 손쉽게 먹지 못하니 조금 그립습니다.
12월 감귤밭 체험
외지인이 제주에 처음 내려갔을 때, 드디어 제주도민이 되었다는 증거는 무엇일까요? 바로 감귤을 내 돈 주고 사 먹지 않게 되었을 때라고 말합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노지 감귤 부터 하우스 감귤, 한라봉까지 품종마다 때에 맞추어 감귤이 생산이 되면, 선과장에서 크기에 따라 1과에서 10과까지 구분을 하게 됩니다. 이 때 1과와 10과는 너무 작거나 커서 비상품(일명 파지)으로 외부 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대개 감귤 쥬스 만드는 공장에 보내거나 집에서 나눠 먹게 되는데, 이웃이나 아는 분들에게 나눠 먹게 됩니다.
처음에는 사서 먹다가 감귤 하시는 분과 친하거나, 친척이 감귤을 하시는 분들이 겨울 마다 비상품 감귤을 조달해 주시게 되니 더 이상 사서 먹지 않게 됩니다. (물론 사서 먹는 감귤이 더 맛있긴 하더군요.) 어쨌든 겨울에 감귤밭에 가서 귤따고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과 중에 하나입니다. 요즘은 관광 코스로도 개발이 되어 있더군요.
지금까지 1탄에 이어 7월에서 12월까지 제주에서 늘상 해봄직한 것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요즘 젊은 엄마들로 부터 제주 한달 살기 프로젝트 같은 것도 유행이라고 하는데, 맘 먹고 인생에서 즐거운 한편의 추억을 만들 수도 있는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제주에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10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고맙고도 귀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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