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 겠지만, 첫째 지수를 낳은 후 사실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딱 한번 이었다.
결혼 후 “러브레터”와 “미이라2” 등의 영화를 보긴 했지만, 아이을 낳고 기르는 사이 우리에겐 영화관이라는 것이 거의 그림의 떡이었기 때문었기에. 그나마 훈련소에서 나온 그해 겨울, 정말 오랜 만에 부산에서 “프루프 오브 라이프”라는 재미 없는 영화를 본 것이 현재까지 첨이자 마지막이다. 논현동과 청담동에 살때도 주변의 시네시티나 시네하우스는 산책의 경로였지 절대 목적지가 아니었다.
그러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나름대로 광은 아니지만 영화 보는 걸 매우 즐긴다. 특히 우주를 동경하고 상상력을 자극받길 즐긴 어린 시절 부터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을 즐겨 보았고, SF영화라면 거의 빼놓은 영화가 없을 정도로 자주 보고 즐겨 본다.
나는 영화관에서의 웅장한 사운드와 스케일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스토리의 치밀함과 상상력이 펼쳐진 탄탄한 영화를 주로 즐기는 편이다. 그러니 영화관 보다도 비디오를 빌려 보거나 최근에 Divx로 영화를 자주 본다.
그래도 최신 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OCN 같은 영화 채널을 즐겨 보게 된다. 요즘같이 밤 늦게까지 웹서핑을 하는 도중에는 좋은 영화가 나올 때 다시 채널을 고정해서 보게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SF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바로 “쇼생크 탈출 (1994, Shawshank Redemption, The)”이다.
영화 < 쇼생크 탈출>은 고전적 주제인 감금과 탈출을, 역시 영화 소재로서는 고전적 장소인 교도소를 무대로 보여주고 있다. 낯익은 설정, 낯익은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영화에서 교도소란 인생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기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현실의 장벽을 종종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교도소 밖에서 자유롭게 산다고 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일을 작업으로 갖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상징적인 은유는 영화 속에서 인용되는 성경귀절들이다. 악덕 교도소장의 벽금고를 가려주는 액자 속에 수놓인 성경귀절인 심판의 날이 곧 오리라와 앤디가 탈옥한 후 소장이 앤디의 성경책을 펼칠 때 보여지는 출애굽기 등은 극의 전개와 아이러니칼하게도 맞아 떨어진다. 영화 내적흐름과 연결되는 상징효과를 갖는 것이다.
앤디 듀플레인이 무고한 자기의 혐의를 가지고 쇼생크 감옥을 탈출 하기 까지 20년의 복역 생활 중의 이야기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끈기와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나의 전공인 지질학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지질학은 압력과 시간에 대한 학문이다”라는 말로서 600년이나 걸릴 것 같았던 벽을 파는데 걸린 노력과 20년이라는 시간을 대변해 준다. 실제로 지질학이 가지는 스케일은 이보다 더 크다. 수억년의 시간과 대륙의 이동 그리고 대륙간의 충돌로 인한 산맥과 지층의 형성과 왜곡등…
아주 작은 사건들이 오랜기간 축적되어 현재의 결과를 낳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철학이 지질학과 이 영화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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