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니 블로그 20주년 – 글쓰기에서 인생을 찾다

제 개인 블로그가 지난 3월말로 만 20년이 되었습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깜박 잊고 있었네요. 20년이 되면,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냥 덤덤하네요. 5주년때는 선물 이벤트도 하고, 10주년에는 책 쓰기 프로젝트 같은 것도 했었는데, 20주년이 된 올해는 날 잡아서 찐팬 모임(?)이나 해볼까 싶네요. (없으면 말구요… 하하)

제 모토는 ‘가늘고 긴 블로깅‘이었습니다. 가급적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하자는 생각에서 지은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꾸준히 뭔가 기록에 남기다 보니, 거기서 새로운 맥락을 찾고, 덕분에 삶에 있어 새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커리어를 통틀어 글 쓰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인지하고 뭔가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 블로그 뿐만 아니라, 제가 다녔던 회사와 참여하는 개발자 커뮤니티 등 다양한 블로그 채널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동안 소통하고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체득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세어 보니, 총 13개의 블로그에서 4700여개의 공개 글을 썼네요.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은 초안만 해 뒀던 글까지 합치면 더 많겠죠.) 거기서 이야기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고, 함께 모이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AWS에 입사해서 글 쓰기에 대해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마존 하면 글쓰기를 중요시 하는 회사기 때문에,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올해로 입사 10년이 되는데,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존에서 배운 5가지 글쓰기와 소통 방식‘은 가장 많은 분들이 공유해주셨던 글 중 하나입니다. 제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 바로 AWS의 Chief Evangelist인 Jeff Barr 부사장님이십니다. 저랑 비슷하게 2003년에 개인 블로그를 시작해서, 현재의 AWS News Blog로 발전시키신 분입니다. 저 처럼 20년이 되신 블로거이시기도 합니다. 최근 4년동안 AWS News Blog 팀에 참여해서 가까이 일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의 ‘블로거 리더쉽 원칙‘을 정말 좋아합니다.

2005년 부터 KoreaCrunch라는 영문 블로그를 5년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웹 기술이나 웹 서비스 정보를 해외에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지만, 저의 처음 모토대로 가늘고 길게 가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영어로 쓰는 일을 혼자 하다보니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글이라는 것이 언어에 종속되는 것이다 보니, 저의 생각을 전파하는데 영어의 장벽은 큰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어 보다 영문 블로그를 더 많이 쓰고 있는데, 다행이 그런 장벽을 많이 극복하였습니다. 회사에 영어 전문 카피 에디터가 있고, 제품팀의 리뷰어들이 있고, Jeff를 비롯한 다른 블로거들의 도움으로 더 좋은 영문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인공 지능의 발전으로 기계 번역 품질이 너무 좋아졌고, 거대 언어 모델(LLM)을 통한 생성형 AI로 인해 타 언어 글 읽기 뿐만 글 쓰기 장벽도 많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 블로그 20년 동안 두 번의 큰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2006년에 웹 기술이 크게 변화하던 시절, 그리고 2015년에 클라우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입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매일 평균 하나의 글을 써 대던(?) 시절이었습니다. 빠르게 흡수하고, 빠르게 공유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글 숫자가 적은 해에는 오히려 양보다 품질에 집중하고 내실에 충실했습니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고 파동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강약을 조절하면서, 한템포 쉬어가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온 몸을 불사르기도 해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블로거 인생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기가 적어도 한번은 더 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 ;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채널은 광고를 비롯 어떠한 수익도 창출하지 않습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This channel does not monetize via any advertising.)

여러분의 생각 (17개)

  1. 진우 댓글:

    20주년 축하드립니다! 🎊 차니님… 그동안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모임 만드시면 꼭 가고 싶네요

  2. ㅇㅇ 댓글:

    추카 추카 앞으로 20년도 잘 부탁 드려요

  3. 가드너 댓글:

    대단하세요 추카드려요

  4. wisdom 댓글:

    “꾸준히 뭔가 기록에 남기다 보니, 거기서 새로운 맥락을 찾고, 덕분에 삶에 있어 새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 쓰기 꾸준히 할 수 있게 해주신 말씀이네요

  5. wh0aru 댓글:

    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축하드려요

  6. Morana Song 댓글:

    인생은 직선이 아니고 파동.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Channy님. 찐팬 모임 가고싶어요! 🙋🏻‍♀️

  7. Kristin Howard 댓글:

    This is really cool, Channy! My personal blog started in 2000 but it mostly isn’t about tech. I agree with you though – it really helps to practice the craft of writing, and that’s been a useful skill at Amazon. Congratulations on the milestone!!

  8. Chris(상운) Park 댓글:

    존경합니다. 저도 20년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ㅎㅎ

  9. 김지연(Facebook) 댓글: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10. JinGu Youn(Facebook) 댓글:

    이번 행사도 기대됩니당!

  11. 이현석(Twitter) 댓글:

    오래전부터 석찬님 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2. 김원호(Facebook) 댓글:

    늘 AWS 정보 공유 감사드려요 축하드리구요

  13. Memo 댓글:

    우와! 차니님 축하드려요~ 계속 꾸준히 가 주세요

  14. Jaeseung Kim 댓글:

    포털 블로그가 20년 됐다고 나오는데 게시물도 거의 없고 꾸준한 게 없어 아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뭔가 하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다행입니다.

  15. Dennis Traub 댓글:

    Congratulations Channy, this is really remarkable! I’ve had more of an on and off relationship with blogging and was never able to keep any consistency.

    What would be your top advice for someone like me?

  16. 류태섭 댓글: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17. DaniloP 댓글:

    Congrats Cha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