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최고 경력을 위한 회사 이직 주기는?

떠날 직원 알아내는 알고리즘‘에서 본대로 국내 직장인들이 한 회사에서 1,3,5,7년 즉 홀수해에 이직을 고려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요즘 대기업은 신입 1년차의 퇴직율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회사에 대해 다 파악 후, 맘에 안들면 빠르게 탈출하는 게 낫기 때문이죠. 그리고, 3년차, 5년차 연차가 높아질 수록 이직 가능성은 조금씩 낮아지고 오히려 회사에 머물려고 하는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는 이직 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한 회사에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할까요?“라는 트위터(X) 쓰레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더군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한 회사에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할까요? 목표에 따라 다릅니다만, 성장을 최대화하는 것이라면 저는 약 3년 정도입니다. 1년차에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고, 2년차에는 내 선택의 결과물을 보고, 3년차는 승진하거나 연봉 인상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없다면, 연봉 절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과 하고 있는 업무가 마음에 들고, 급여나 근무 조건도 계속 좋다고 여기면 같은 회사에 계속 머무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Fernando

“반대로, 저는 같은 회사에 1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회사내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새로운 기술을 접해 왔습니다. 어딘가에 갇히는 것은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장 밖에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것으로 (회사 내에) 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생성 혹은)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 Chris Ebert

두 가지 답변 모두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한 회사에 얼마나 오래 일하는가는 여러가지 요인에 달려 있습니다. 각자의 경력 경로는 단순히 연차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경험과 의사 결정 과정이 농축되어 있으니까요. 회사 이직이 잦은 분들이나 한 회사에 오래 다닌 분들이나 누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안정적 경력을 위해 선호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국내 주요 IT 기업만 비교해 본다면, 개발자 이직 주기를 결정하는 급여 조건 및 업무 환경에서 맥락상 차이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 IT기업은 또 다릅니다.)

대체로 우리 나라에서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입사 지원자가 1-2년내 짧은 근무 기간과 잦은 이직을 했다면, 회사 HR팀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적응 기간 (6개월)과 업무 파악 후 결과를 내는 기간 (1년)를 고려하면, 사실 2년 이하의 경력으로는 그 회사에서 지속적인 업무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최근에 국내 IT 업계에서도 이직 주기도 짧아지고 오히려 자주 이직하는 사람이 더 능력있다는 인식도 늘어나고 있죠. 그 이면에는 빅테크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이직 주기가 비교적 짧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국내 IT 기업을 다니면서 본 최악의 이직 케이스는 1년에 한번씩 이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면접에서 들은 이직 사유는 회사가 망하거나 경영진이 바뀌거나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등등 그럴 듯해서 마음만 잘 맞으면 우리 회사는 오래 다닐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3개월 회사에 적응하고, 6개월 업무하다가, 3개월 다른 회사 면접 보고 또 다시 이직을 해버리더군요. 우리 나라도 이직할 때 10% 정도는 인상은 해주게 되다보니, 잦은 이직으로 연봉은 계속 점프할 수 있게 됩니다. 혹시나 하는 회사는 여전히 많으니, 역시나 그 사람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더라고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이직이 잦은 이유는 소위 ‘연봉 절벽(Compensation Cliff)’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본급과 인센티브, 회사 주식을 합쳐서 총 연봉을 결정하는데, 기본급은 승진(Promotion)이 아니면 거의 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3-4년차쯤 되었을 때 회사 주식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연봉이 하락하는 시기가 옵니다. 연봉 절벽을 해소하려면, 승진하거나 이직하거나 두 가지 길 밖에 없습니다. 정체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퇴사를 유도하는 것이죠.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더라도 연차가 올라감에 따라 어느 정도 (물가 인상률 만큼은) 기본급이 인상됩니다. 따라서, 한 회사에 오래 다니더라도 연봉 절벽 현상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도 승진을 하거나 손쉽게 팀을 이동하면서 오래 회사를 다닐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 회사에서 팀 이동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퇴사를 했다가 재입사 하는 게 더 쉬운 경우도 많죠. 반면, 빅테크 기업는 사내 팀 이동이 매우 자유롭게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매니저와 전문 업무(Individual Contributor, IC) 트랙이 나눠져 있고, 매니저는 IC들을 성장 시키는 게 주요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매니저는 팀원이 자신의 현재 업무에 불만족했을 때, 퇴사를 시키기보다는 다른 팀으로 이동시켜 주는 새로운 성장(승진)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빅테크 기업에서 본 최악의 이직 케이스는 승진하자 마자 이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매니저는 이 사람이 성과를 보여서 승진을 시켜줬고, 승진을 하면 (몇 년간 오르지 않았던) 기본급과 주식이 적어도 수십 퍼센트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승진 후 이직을 하게 되면 승진으로 얻은 인상율에 이직에 대한 인상율을 더하기 때문에 마치 두번의 승진을 한꺼번에 하는 효과를 누립니다. 빅테크 기업에도 암묵적으로 승진에 대한 T/O가 있기 마련인데, 결과적으로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게 되었습니다. 사실 매니저 입장에서는 난처해집니다.

그래서, 요즘 면접 단계에서 평판 조회, 소위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는 이미 잘 정립되고 있는데, 요즘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도입하고 있더군요. 국내 문화에서는 평판 조회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많지만, 이직과 관련해서 이것만큼 좋은 판단 수단도 없습니다. 혹시 이직이 잦더라도, 함께 일한 사람들과의 관계만 좋았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나라 주요 IT 기업들은 오래다닐 수 있는 급여 환경은 주어지지만 사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반면, 글로벌 빅테크는 잦은 이직을 할 수 밖에 없는 급여 조건이지만 오래 다닐 수 있다면 더 많은 업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더군요. 스타트업에서는 두 가지 모두 충족할 것 같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이직 주기는 어느 경우라도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있으니, 결국 자신의 커리어에 따라 그때 그때 선택해야 합니다.

결국 자신의 인생의 단계에서 호기심을 가져야 할 때와 경험을 축적할 때, 달려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 성장을 추구할 때와 안정이 필요할 때를 잘 분별할 수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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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4개)

  1. Chang Kyungcheol 댓글:

    좋은 글 공유 감사합니다. 이직 주기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은 소속된 팀에서 충분히 인정 받는 시점 이라고 생각 합니다. 일단 이직 인터뷰, 협상 때도 우위를 선점 할 수 있는 시점일 뿐만 아니라 기존 팀에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증명되기도 하기에 좋은 평판까지 받을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새는 시장이 너무 추워서 일단 layoff proof 능력(?)으로 커리어를 다듬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

  2. Hong Sup Lee 댓글:

    함수 모양 예쁘네요.

  3. Kristine Howard 댓글:

    Good advice, Channy. Earlier in my career I definitely went for shorter time frames, mostly because I was still working out what I really wanted to do and what sort of company was right for me. My 5 years at AWS is the longest of any in my career so far. The advantage of a big company, as you mention, is that employees can move horizontally and into different roles without leaving.

  4. Memo 댓글:

    빅테크 기업들 개발자들 이직 주기가 짧은 건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었네요 한 가지 새롭게 알게됐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