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아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남긴 유산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지원을 2022년 6월 15일부로 종료했습니다. 1995년 8월 출시하여 윈도우95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포함하기 시작한 이후,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MS는 2015년에 IE의 대체 웹 브라우저인 엣지(Edge)를 만든 후, 2020년 1월 브라우저 엔진을 크로미엄으로 바꾸었습니다.

사실 제 블로그에서 2000년대에 웹 표준액티브X 그리고 보안에 대한 상당한 토론과 논쟁을 다루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IE에 대해 좋은 기억 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으실 것입니다. 심지어 아이디 삽질대마왕님이라는 분이 경주의 한 카페에 IE의 비석을 만들어 두는 기념비적인 일을 하셨는데, 비문에 적힌 것이 바로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하기에 좋은 도구였다. (He was a good tool to download other browsers.)”였습니다. 이 사진인 해외에서도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심지어 Reddit에도 올라갔습니다.

독보적이었던 그의 업적을 기억하며.JPG – 출처: Clien

매사에 공과 과가 있고, 그래도 IE가 마지막으로 떠나가는 마당에 그나마 기억할 만한 것 몇 개 찾아보겠습니다.

1. IE는 웹 브라우저의 원조인 Mosaic의 계보를 잇는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넷스케이프를 따라 잡기 위해 만든 웹 브라우저입니다.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건 어려웠기 때문에, IE 1.0은 세계 최초 그래픽 웹 브라우저인 일리노이 대학 컴퓨팅 연구소(UIUC NCSA)의 Mosaic 브라우저 라이센스 버전인 Spyglass Mosaic의 소스 코드를 사용했습니다. 사실상 원조 웹 브라우저의 계보를 잇는 것이죠.

Microsoft IE 1.5 Credits

재미있는 것은 넷스케이프의 창업자들이 학생 시절 UIUC NCSA에서 Mosaic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사람들입니다. Mosaic Killer (코드명 Mozilla)를 만들겠다는 일념하에 회사 이름도 처음에 Mosaic이라고 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NCSA에서 상표권에 태클을 걸었습니다. 이에 열 받아서 브라우저 이름까지 바꾸면서 Netscape Navigator가 탄생했습니다. 향후 넷스케이프 소스 코드는 Mozilla 프로젝트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2004년에 Firefox가 탄생하면서 새로운 브라우저 계보를 만들죠.

그런데, 구글 크롬을 개발한 원조 개발자들은 또 Firefox를 만들었던 사람들입니다. 크롬팀이 만들어질 당시 Mozilla에서 많이 옮겨갔는데요. 크롬 역시 맨땅에 헤딩하기 보다는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 엔진인 WebKit을 포크해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크롬, 오페라, 엣지까지 모두 크룸의 오픈 소스 엔진인 크로미움(Chromium)을 쓰고 있으니 사실은 웹 브라우저들은 얽기고 섥히긴해도 하나의 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맞춤형 브라우저 꾸미는 Internet Explorer Administration Kit 기능

요즘은 테마나 확장 기능을 이용해서 원하는 맞춤형 웹 브라우저를 만드는 게 기본 기능으로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기능은 파이어폭스에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추가하고 공유함으로서 확대 되었지만, 사실은 IE가 Internet Explorer Administration Kit (IEAK)을 통해 제공하던 기능이었습니다.

IEAK for IE 7 마법사

IEAK는 1997년 IE3.0 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IE 웹 브라우저를 빠르게 확산하기 위해, 인터넷 기업들이 요구 사항에 맞게 브라우저를 변경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두루넷 IE 버전, 야후 IE 버전, 네이버 IE 버전 같은게 있었구요. 외관 뿐만 아니라 검색 엔진, 북마크, 플러그인 같은 것도 미리 넣어 둘 수 있었죠. 간단한 마법사 기능으로 손쉽게 플로피 디스크 및 CD-ROM 버전의 설치 파일(EXE)을 만들 수 있었으니, IE가 널리 퍼지는 데 상당히 많은 공헌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여튼 끼워 팔기의 명수입니다.)

3. 웹 2.0과 AJAX 붐을 일으킨 XMLHttpRequest 기능 시작

오늘날 웹 브라우저에서 API 통신의 기본이 된 XMLHttpRequest라는 객체 통신 개념은 원래 마이크로소프트 익스체인지 서버 2000용 아웃룩 웹 액세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1999년 3월 IE 5.0에 처음 포함되었으며 액티브X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네오위즈의 세이클럽이 이 기능을 이용해서 채팅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구요. (물론 IE에서 액티브X 객체를 통해서만 동작 가능)

액티브X용 XMLHttpRequest 기능을 이용한 세이클럽과 자바스크립트 기반 구글맵 (2005)

그런데, 이 기능은 2002년 Mozilla 1.0 버전에서 처음 자바스크립트 객체로 만들면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2002년에 애플 사파리, 2005년에 오페라에 탑재되고, 2006년에는 W3C에서 정한 웹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Ajax라는 말도 이때 쯤 생겨났구요. 구글맵은 Ajax를 사용한 가장 유명한 킬러앱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MS는 2006년이 되어서야 IE7를 출시하면서 XMLHttpRequest를 자바스크립트 객체로 추가했습니다. 역시 뒷북의 황재답습니다.

이 밖에… 혹시 여러분이 기억하고 있는 IE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브라우저 다양성은 중요하다

2000년대 중반 IE가 6.0 출시 이후, 개발이 정체 되는 바람에 그 과정에서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등의 웹 표준 브라우저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었습니다. 덕분에 암흑 시대에 있던 웹 프론트 엔드 기술이 다시 꽃피우기 시작하면서, 프론트 엔드 개발자 직군이 확대되고 처우도 올라가는 좋은 시절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MS가 IE 개발팀을 해체해버린 상태라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그렇지, 계속 투자를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를 일입니다.)

IE가 완전히 사라지는 현재에는 웹 표준을 기반으로 다양한 웹 브라우저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글 크롬이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가고 있지만, 데스크톱과 모바일 그리고 TV 같은 가전 제품 등의 이종 환경에서도 다양한 웹 브라우저 엔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삼성 모바일 브라우저는 전 세계 모바일 점유율에서 5%에 올라섰고, 네이버에서 만든 웨일 브라우저에는 한국에서 데스크톱 점유율에서 10%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공평한 기술 경쟁의 토대에 서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여해 온 Mozilla Firefox는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양한 선택 옵션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Mozilla 프로젝트기꺼이 참여했던 이유이고, 지금도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쓰는 이유입니다. 현재 웹 브라우저 엔진 기술은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평한 경쟁의 토대에서 다양한 혁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젠 정말 안녕! IE~ 더 나은 인터넷이 되게 하기 위해 함께 경쟁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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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여러분의 생각 (9개)

  1. 진우 댓글:

    오늘이 17일 아침이니까, 3일장 마지막 발인하는 날인가요? 저도 추모하겠습니다.

  2. 황민호 댓글:

    과거 공공기관 SI 프로젝트를 개발하던 시절에 매 번 왜 자신의 PC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느냐는 담당자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IE6를 쓰고 있었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마치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것 처럼 담당자의 PC를 업데이트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3. Jaeseung Kim 댓글:

    지원종료라는 단어에,
    본문에 잠깐 나오는 넷스케이프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운영체계도 숱하게 바뀌었지만 IE는 그 연식이 있으니 의미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대안이 많은 마당에,
    에지가 엣지있게 언제까지 경쟁해 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저는 PC 밖에 안 써서 사파리는 잘 모릅니다.
    패드에서 잠깐씩 써본 거 말고는 거의 경험이 없어
    사과 생태계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창문만큼 사과를 알려면 얼마나 걸릴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빨리 시작해야 그 시점을 당길텐데 말이죠.

    By IE,
    Bye Internet Experiences.

  4. 김주현 댓글:

    WinSock 으로 모뎀 통해서 인터넷 접속하던 시절이 생각난다고 옆에 계신 삼촌이….

  5. Jaehyung Kwak 댓글:

    액티브X 아니었으면 계속 잘 갔을거 같아요.

  6. 금동철 댓글:

    Gopher도 썼던 추억이 나네요. 지금은 웹으로 대체되면서 완전히 사라졌지만요.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웹 초기에는 텍스트 위주로만 된 사이트도 많았죠.
    IE는 초반에는 불만이 별로 없었습니다. 실제로 넷스케이프보다 나은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죠.
    가장 큰 문제는 applet 지원을 중단하고 ActiveX를 밀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ActiveX도 나름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ActiveX를 밀겠다고 applet지원을 끊은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둘다 지원하고 자유경쟁을 해도 ActiveX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웹 표준 미준수 ActiveX의 보안 문제 이런것들이 더 이슈가 많이 되긴했지만요

  7. 김민수 댓글:

    MS가 인수를 한거죠

  8. JeongWoo Chang 댓글:

    ie 개발자피셜 초창기 넷스케이프 브라우저에 맞게 제작된 사이트를 ie에서도 호환되게 하려고 넷스케이프의 버그성(?) 렌더링을 흉내내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 합니다. 거기에 하위 버전 호환성까지 생각하면…

  9. Ukjin Yang 댓글: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가 웹표준 소리지르면서 많이 쓰는 기술이 IE에서 꽤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게 꺼림직할 겁니다. 뭐 Ajax야 말할 것도 없고 querySelector도 만들었고 css의 다양한 선택자들이 IE에서 많이 파생됐고 심지어 Storage 기술까지…
    8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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