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국내 상장사들은 전자 공시 시스템에 ‘사업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주요 IT 기업들의 지난 한해 사업 내용과 회사 내부 상황을 잘 볼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늘 챙겨서 봅니다. 각 사업 보고서 내용 중에 꽤 관심 있는 부분은 “임원과 직원에 대한 사항”인데요. 2014년도부터 상장사들은 5억 원 이상 상위 5명의 임직원의 연봉이 공개하게 되어 있습니다. 꼭 임원이 아니더라도, 스톡옵션 행사 내역이나 퇴직금이 포함된 일반 직원들도 나오기 때문에 대략적인 임직원의 보상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각 보고서에 나오는 임직원 상위 연봉자의 총연봉(Total Compensation, TC)은 급여(Base)와 인센티브(Incentive), 스톡옵션 행사 이익(Stock) 혹은 퇴직금으로 나눠서 보입니다. 연봉은 실력의 결과가 아니기도하고, 회사마다 임직원 보상을 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만, 각 기업마다 보상 특징이 있어서 한번 비교를 해보려고 합니다. (단, 이 글은 공시를 참고로 한 개인적인 의견 및 추정입니다.)
급여 보상 우선 – 네이버
2021년도 보고서 기준, 네이버 대표이사의 평균 급여는 12억, 임원은 9억이고, 책임 리더급은 보고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 비율을 보건대 약 최소 2억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원의 인센티브는 평균 100% 정도로 보이니, 평균적인 총 연봉은 급여의 2배로 대표 평균 27억, 임원 12억, 책임 리더 (평균) 4억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실 일반 직원의 인센티브는 평균 20~50% 정도로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임원은 계약직이니, 급여보다는 인센티브가 상당히 높습니다. 네이버 임원은 퇴직금도 200% 정도로 마지막에 잘 챙겨주는 것 같아요.

다만, 과거 보고서를 보면 2019년을 기점으로 네이버 임원의 급여가 2배로 늘어나고, 인센티브 비율은 줄이는 방식으로 연봉 개편이 있었습니다. 매년 달라지는 인센티브보다는 급여를 올리는 게 보상 안정성에서 유리하죠. 아마 임원들도 그랬으니, 일반 직원들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2020년부터 임원 급여도 매년 6억, 7.5억, 9억 이렇게 매년 25% 정도씩 상승하고 있는 중입니다.
네이버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스톡옵션을 나눠주지 않고, 현금 보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네이버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 혹은 외국계 회사의 RSU 개념의 자사주를 나눠 주기 시작한 것은 카카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신규 선임된 임원들이 많고 스톡옵션 지급도 늘고 있어서, 내년 사업 보고서를 통해 그 결과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주식 보상 우선 – 카카오
카카오의 임원 급여/인센티브는 2021년도 기준, 대표 10억, 임원 6억, 리더 (평균) 2억 정도로 네이버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거의 50%밖에 안 됩니다. 따라서, 일반 직원들 급여도 상대적으로 낮을 듯 싶네요. 2017년 이전에는 연봉 5억 이상 직원이 대표이사 1명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2021년 반기 보고서 기준으로, 인센티브 측면에서는 급격하게 상승해서 네이버 임원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네이버와 카카오는 임직원 보상은 상당히 비슷해 진것 같습니다.)
다만, 카카오는 2018년 부터 스톡옵션 행사 이익이 총연봉에 상당히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위 연봉자 목록에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이 보이기도 합니다. 최대 40억까지 목돈을 버는 직원들도 있었구요. 임원들 역시 그리고, 인센티브 항목에 자사주 지급 내역이 포함되고 있고, 평균 30-60억 정도의 스톡옵션 평가 이익이 합쳐지면서, 일부 임원의 실제 받는 총연봉은 오히려 네이버 임원들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주식 보상 수준에 따라 개인차가 큽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등 최근에 상장한 카카오 계열 회사들도 임원 급여/인센티브 수준은 카카오 본사와 비슷하지만, 스톡옵션을 통한 평가 이익이 연봉에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얼마 전 카카오페이 임원 주식 먹튀 논란도 있었는데, 과거 네이버 대비 연봉이 상당히 낮은 상태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일부 차익 실현이 그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다만, 임원의 주식 매각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위험이 많이 따르기 때문에, 오히려 급여/인센티브 보상을 높게 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인센티브 보상 우선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임원 연봉은 게임 회사 특유의 성과 연동제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2020년 보고서 기준, 급여로만 보면, 대표 20억, 임원 8억, 리더(최소) 3억 정도로 네이버와 비슷하게 보입니다. (창업자 CEO 급여가 높게 책정되는 건 당연한 것 같구요) 다만, 인센티브가 300~1000%까지도 올라가서, 대표 180억, 임원 40억, 리더 (평균) 8억 정도 합니다. 주식 보상이 없는 경우만 보면, 임원 연봉으로는 IT 업계 탑이 아닐까 싶네요. 게임 성공 여부에 따라, 직원들에게 가는 인센티브 편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센티브 지급 명세도 상당히 세부화되어 있습니다. 게임 개발성과, 단기/장기 기여, 핵심 인재, 전사 이익공유, 특별격려금 등 다양하구요. 게임 출시 몇 주년, 명절 상여금, 특별 격려금 등을 자주 주는 것 봐서 직원들이 한 번씩 서프라이즈 하는 일이 있어서 행복할 것 같네요. 다만, 엔씨소프트는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거의 나눠주지는 않기 때문에, 인센티브만 보면 성과에 따라 약간 빈익빈 부익부가 있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은 백억 대의 상당한 고액 연봉을 받는 부회장급 분들이 꽤 있어서 공시 보고서만 봐서는 그 이하 임원 연봉 수준을 제대로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센티브 비율이 높고, 반대로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급여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IT 기업들의 임직원 보상 특징을 알아봤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도 개별 기업마다 보상 문화나 철학에 따라 급여, 인센티브, 스톡옵션(주식)에 어디에 비중을 두는지는 모두 다를 겁니다. 각자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지, 장단기적으로 도전적인 것을 원하는지에 따라 선호하는 보상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회사를 고를 때도 어떤 형태로 보상을 하는가를 미리 잘 알아보고 난 뒤, 본인이 선호하는 보상을 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른바 FAANG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기본급과 인센티브 그리고 주식이 적절히 배분된 보상 플랜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조금 더 자세한 것은 17년 만에 겪은 외국계 회사의 문화적 충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Update – 카카오의 경우, 2021년 기준 보고서 (3/21)로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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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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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마다 차이가 많이 나네요. IT 회사별로 이런 걸 통계 내어 주는 사이트가 절실합니다. 미국은 Levels.fyi 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우리 나라도 도입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