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버의 철수와 함께 그나마 모빌리티 서비스의 혁신을 주도해 온 타다(TADA)의 렌트카 기반의 차량 공유 사업 모델을 금지하는,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입니다. 이에 타다 운영사 VCNC는 ‘타다 베이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네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해도 같은 일이 늘 되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타다금지법은 19세기 중반 적기조례법과 같으니… 21세기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90년대 중반에도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작년 6월에 페북에 적은 글입니다.)
지금 모빌리티 스타트업들과 국토부, 택시 업체 및 개인택시 사이의 논쟁을 보고 있자니…
2019년 6월 19일 차니 페이스북
2000년대 초 음악 스트리밍 스타트업과 문화부, 음반사와 저작권자와의 한치 물러섬 없는 대치 상황이 데자뷰로 떠오르네요.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산업에 영향을 줄 때, 사회적 합의를 위한 비용이 얼마나 큰지 그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는지 직접 경험해 본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당시 30개 음반사와 고소 고발전.. 폭력과 협상.. 유료화 진행 과정과 그 뒤에 큰 사업자들의 진입 등 …
대다수 스타트업은 그 지리한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로 버텼으나, 피해 의식을 가진 기존 음악 산업에 계셨던 분들을 헤아리지 못했던 점도 지금 생각해보면 안타깝습니다. (당시 자살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음악 저작권자와 음반 업계 관계자들이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환경에 저항했었죠.)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타협과 함께 문제는 봉합되었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그 많던 스타트업도 헐값에 인수되거나, 통신사 등 대형 기업의 진출에 그냥 사라졌습니다.
최근 모빌리티 논쟁도 이익 단체와 그 사이에 정부가 특정 산업을 좌우하던 그 때와 너무 닮아 있습니다. 아마 대기업들은 논란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 때 들어가도 늦지 않으니까요. 저는 국내의 이러한 특수 시장은 굳이 스타트업이 진입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정부가 뭔가를 해주기를 기다리면서 사업을 할 바엔 저라면 오히려 이런 데 낭비할 시간에 다른 사업꺼리를 찾겠습니다.
작년에는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 푸념처럼 쓴 글인데, 오히려 현실이 되니 더욱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네요. 20대 열정으로 나인포유 라디오 서비스를 만들었던 저는 2003년 초 벅스뮤직과 함께 대규모 저작권 소송를 당했습니다. 벅스보다도 먼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이유였지요. 바로 저는 9개 스트리밍 업체와 문광부의 중재안을 기반으로 음반사와 유료화에 동참했습니다. 벅스는 끝까지 유료화를 거부했고, 1년 반이 지난 뒤에야 동참하였습니다. (벅스가 무료로 제공 되는 동안 우리 회사를 포함 많은 스트리밍 업체들이 서비스 문을 닫거나 인수되면서 쓰려져 갔습니다.)
타다 사태 이후, 모빌리티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유 택시 서비스를 합법화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담론이 마련되었고, 모빌리티 업계도 둘로 나뉘어 타다 방식과 택시 상생 방식을 양자 택하게 되었습니다. 소위 상생안에 거부한 타다는 검찰 고소를 당했고, 우여곡절 끝에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모빌리티 및 택시 업계, 국토부의 눈밖에 난 상태이죠. 지금 애석하게도 타다는 제2의 벅스뮤직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하면서 말이죠.
20년 전 음악 스트리밍 합법화 후 시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장의 불확실성이 없어지면서 가장 먼저 대기업들이 물밀듯이 들어왔습니다. SK텔레콤이 멜론을, KT가 도시락을 출시했고, 인터넷 업계에서 자금 여력이 가장 좋았던 네오위즈는 쥬크온을 출시했습니다. 스트리밍 유료화의 혁신을 해왔던 회사들은 거대 시장 플레이어의 등장에 추풍 낙엽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뮤직 시티는 KT에, 맥스MP3는 엠넷을 운영하는 CJ에 인수되고 말았습니다… 최후까지 버텼던 벅스뮤직은 나중에 쥬크온과 합병하면서 아직까지 벅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음원 시장은 상상할 수 없는 만큼 커졌고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당시에는 실망할 만한 작은 혁신이였지만, 시간은 결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향후 모빌리티 시장 합법화는 필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더 큰 시장으로 커질 확률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팔던 차를 대여 개념의 모빌리티 시장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T맵을 만드는 SK텔레콤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했던 것처럼 똑같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혁신을 만들어 왔던 스타트업의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큰 투자를 받고, 맞서 오는 더 큰 경쟁과 온 몸으로 싸워서 자신이 만들어온 비즈니스 가치를 지켜 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사업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버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재웅님을 매우 존경합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드신 분이고, 재웅님이 창업하신 그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거기서 저의 많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말씀하신 타다를 통한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순수한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동안 타다와 같은 젊은 스타트업의 열정에 힘을 불어 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타다는 국토부와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합니다…다른 스타트업 동료분들께 죄송합니다. 저희가 좋은 선례가 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렇지 못 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박재욱님 페이스북
타다 대표 박재욱 드림.
박재욱 대표님, 타다의 혁신을 여기서 멈추면 안됩니다.
타다가 이 위기를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게 꿈을 만드는 리더(Thought Leader)가 되어야 합니다. 비록 생각했던 큰 혁신은 아니더라도 작은 혁신이라도 계속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간다는 것을 보여 주세요. 초기 유료화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해서 사라지지 않고 20년 동안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벅스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원래 방식은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더 큰 미래를 생각하면 집중하셔야 할 때입니다. 누구도 그 문제를 대신 풀어주지 않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입니다. 타다가 이대로 쓰러지지 않고 20년 아니 50년, 100년 이후에 한국의 모빌리티 시장의 개척자로서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 가는 기업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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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의 혁신은 계속되어야합니다. 제도의 한계도 비니스의 일부로 보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근데, 당사자에겐 엄청난 고통일 수 있어 계속하라고 말하기 망설여지네요.
윤석찬님 글에 공감한다. 틀린말이 없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분노하는 것은 불합리함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도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뤘는가?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또 그래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되풀이 되어야 하는가?
지금이 ‘right time’이었다. 되풀이되는 연결고리를 끊는
고작 하나 그런거 가지고 왜 그러냐고?
인류의 발전은 고작 1%도 안되는 혁신으로 이뤄진거다.
지금 이것은 361개 박둑알 중에 하나 죽은게 아니다.
대마가 죽었으니 이번판은 나가리다.
#네거티브규제로바꾼다는말이나하지말지 #장난하냐?
멀리 보면, 운수업 일자리는 결국 사라지게 될 텐데.. 가는 길에 넘어야 될 산이 얼마나 많을까요..
@Byungseok Lee 네. 그렇죠. 사업가라면 선한 의도도 있어야 하지만, 전투력도 있어야 합니다. 저도 20년전 20대에 그 같은 불같은 전투력으로 싸웠는데, 지금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손쉽게 듣는 편리한 세상에 사는데 일조했다는 보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재욱님 페북을 보니 임신한 아내와 울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저도 경찰/검찰 조사 받고 할때, 아이들이 1-2살이었습니다. 부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그대로 나아갔으면 하네요. 대마불사입니다.
엄청 힘든 시기를 겪었으셨군요. 진짜 봉건 사회에서 스타트업하시는 분들은 존경합니다. 타다가 잘 되길 빕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그런데, 과거 스트리밍과 타다가 일대일로 비교를 할 수 있을까요? 과거 스트리밍 업체들의 저작권 위반은 명백한 불법이었는데 비해, 타다는 꼼수라는 비판은 받고 있지만 여객운수법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법원에서도 그렇게 판결을 했구요. 제 생각에는 타다에게 그동안 사업 방법을 접고 희생을 하라고 하는게 맞을 지 모르겠네요.
@Jinwoo 좀 오래된 이야기라 기억이 완벽할 수 는 없지만, 과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도 음악 저작권법 상 저작권료를 음악저작권협회에 지불하고 합법이라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소송을 건 것은 저작권자가 아니라 저작인접권을 가진 음반사였구요. 음반사들은 저작권자와 달리 사업적 이익이 첨예했기에 이들은 저작인접권 중 복제권, 전송권 등 위반으로 스트리밍 업체와 고소/협상을 반복했습니다. 당시도 사회적 갈등이 있었고, 정부가 중재를 나섰습니다.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타다가 서비스를 중지하지 말고, 법적 제도에서 계속 혁신을 이어나가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서비스를 하셨던 나인포유는 합법적인 방법을 찾으려 했었는데 반해, 타다는 조금이긴 하지만 탈법적인 요소가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들의 서비스 품질이 낮긴 하지만 이걸 개인 차원의 문제로 보면 해결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택시 면허라는 구조적인 문제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택시기사들의 상생도 함께 고민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국민들 모두가요)
정치권 입장에서 보자면, 타다가 혁신을 추구했으나 상생은 놓친 점이 있으니 특정 기업을 편들 수 없고 기존 일자리를 파괴해버리는 사업을 내버려둘 수 없으니 타다금지법의 형태로 제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기조례법이나 러다이트운동처럼 기술 혁신에 대한 헛된 규제와 저항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역시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혁신은 누굴 위한 혁신인지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국내의 이러한 특수 시장은 굳이 스타트업이 진입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정부가 뭔가를 해주기를 기다리면서 사업을 할 바엔 저라면 오히려 이런 데 낭비할 시간에 다른 사업꺼리를 찾겠습니다.”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타다라는 시도는 여기서 끝나겠지만 다른 형태로 스타트업의 혁신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벤처 사업하시는 분들 힘드시겠지만 다른 기회가 또 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빌리티 사업이 잘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