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변이었습니다. 여론 조사, 소셜 미디어 심지어 전 세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오로지 당선을 예측한 건 16년전 TV 시리즈인 ‘심슨 가족’ 뿐이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죠.
현대 민주주의를 제대로 꽃피운 미국에서 추잡한 과거와 막말 그리고 황당한 분리주의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도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착시 1. 소셜 미디어 및 정보 격차
여론 조사나 소셜 미디어를 보면 마치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대의 민주주의와 다수결의 원칙은 공감대 형성이라는 필연적인 절차를 거칠 경우, 유리하게 작동하지만 어느 일방의 목소리가 커지면 반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일견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 마치 민주주의와 소통의 창을 넓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과 현실 여론의 괴리가 심화될 수도록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점은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보이는 현상이었습니다. (10년전 부터 우리 나라는 온라인 소통의 실험장이었죠.)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보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은 필터링을 하는 습성이 높고 추천 콘텐츠 자체도 자신의 성향과 유사해져서 사회적 아젠다의 경우, 일방의 의견에 갇히게 되는 폐해가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도시에 사는 지식 수준이 높고 진보적인 성향인 사람들이 많아서 때문에 이로 인한 착시 효과가 증대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격차로 인해 일방의 목소리가 커질 수록 다른 한편의 의견이 숨어 버리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약점을 간과하면 안될 것입니다.
참고: This election reminds us that social media is not reflective of real life – New York Post 및 How Social Media Impacted the U.S. Election – Bloomberg
착시 2. 민주적 이기주의, 바뀌지 않은 보수
많은 사람들이 주로 시골의 백인 결집 현상이 이번 이변을 낳은 것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지난 3번의 미국 대선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아래 도표를 보면, 공화당 투표층의 숫자는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즉, 보수층의 고정 지지 현상은 예전이나 지금도 변화가 없습니다.
단지 과거 오바마에게 갔던 투표량이 힐러리에게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미국 대선의 특이한 캐스팅 보트 주(States)인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중도층에서 민주당 투표가 저조했다는 점 그리고 젊은이, 흑인, 히스패닉 등 과거 투표장으로 갔던 사람이 이번 대선에서는 절대적으로 줄었다는 점이 오히려 크게 좌우했습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격언은 이번에도 유효했습니다. 따라서, 늘 그렇듯이 선거에 이길려면 중도층에 투표장으로 나가야 할 이유를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승리 요인입니다. 그런 점에서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FactTank: Behind Trump’s victory: Divisions by race, gender, education – PewResearch Center
착시 3. 선거와 민주주의의 본성
많은 분들이 이번 선거를 보고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실망을 많이 표출하셨습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투표로 선출되었다고 해서 항상 그게 옳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본성은 바로 “다름에 대한 인정”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밝혔듯이 “선거와 민주주의의 본성”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 많은 사람이 기뻐했고, 덜 기쁜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선거의 본성입니다. 논쟁적이고 시끄러우면서 항상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미국이 걸어온 길도 직선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지그재그로 걷고 어떤 사람은 전진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후퇴한다고 느낍니다. 그게 민주주의의 본성입니다… 선거에 처음 참여한 사람들은 실망하고 부정적으로 변하지 마세요. 당신이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클린턴 장관이 오늘 아침 이야기했듯이 옳음을 향해 싸워가는 과정은 가치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 포용, 우리의 제도와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 법에 의한 통치,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입니다.
양극단에 있다고 평가받는 버니 샌더스 역시 “정책에 따른 협력과 반대”를 확실히 하였습니다.
트럼프가 일하는 가족의 삶을 향상 시키는 정책을 취한다면, 나와 진보 진영은 그와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가 인종과 성별, 이민자를 차별하고 반 환경친화적 정책을 쓴다면 필사적으로 반대 의견을 낼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저를 포함해서 한국에 계신 분들도 배운 점이 많습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우리 나라도 앞으로 나가가기 위한 진통의 과정에 있는데, 미래에 더 나은 민주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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