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마광수 교수님께

존경하는 마광수 교수님께,

며칠동안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교수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편한 심정이실 것 같습니다.

“적반하장이에요. 수업 교재도 안 사고 버티는 학생이 많아요. 싸우러 가는데 총 안 갖고 가는 거랑 똑같아. 제가 수십 년 동안 가르쳤는데 예전 학생들은 당연히 교재는 사는 걸로 알았어요. 사실 의무적으로 영수증 제출하라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하도 화가 나서요. 지난 학기 수업을 600명 정도 들었는데 교재를 산 건 50여명밖에 안 된다고 하니까.” 마광수 “책장사라니… 수업교재도 안사는 요즘 대학생에 실망”

600여명이 수업에 들어오는데 고작 50여명만이 교재를 구매했다니, 구매 영수증을 첨부해서라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자 했던 교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수님의 수업이 인기가 높은 교양 수업이므로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교육 환경 및 패러다임 변화와 아울러 몇 가지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고작 10% 밖에 교재를 구매하지 않는 학생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진정 교수님의 수업을 원해서 듣는 제자들이라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학생들이 교수님의 수업에 ‘억지로’ 오는 건 아닐까요?

학생들이 성토한 내용을 보면 수업 참석 및 레포트만 잘 내면 학점을 잘 주니까, 아니면 다른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 못해서 대단위 수업이니까 어쩔 수 없이 신청한 학생이 태반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교수님의 수업에 열의가 있었던 학생들은 아니란 이야기지요. 교육이란 그런 학생들로 부터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학습에 몰두하게 하는 것도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교수님 수업에 학생 수를 줄여 보십시오. 굳이 600여명이 참여할 만한 강독 수업을 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학교의 압력에 의해 교양 수업이니까 대단위 수업을 편성해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교수님이 학생들의 교육 열의를 확인하고 싶다면, 수업의 질을 위해서라도 우선 숫자를 줄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직장에 다니면서 7년간 근처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습니다. 같은 과목을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60명까지 다양한 수강 인원으로 가르쳐 봤는데, 수업 인원이 많으면 그만큼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두번째, 학생수를 줄이지 않고서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수님의 강의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고 싶으시다면 교수님의 교재를 “무료 이북”으로 배포하시면 어떨까요? 제가 학교를 다니던 80~90년대에는 활자화된 서적이 아니면 교재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이 없었습니다. 원서를 살수 없어서 공공연하게 제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대부분 전자기기를 가지고 다니며 언제든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신세대에게 소유와 구매의 욕구가 점점 없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교육에서도 많은 부분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오픈 코스웨어를 비롯해서 학습 교재를 무상으로 이북으로 배포하는 프로젝트가 한창입니다.

지금의 시대는 정보와 지식의 접근은 더 이상 책이 아닌 방법으로 가능 하기 때문에, 교수님의 목적이 단순히 교육의 질 향상이라면 교수님 책을 이북으로 무상 제공함으로서 무관심 했던 학생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어 학생들의 참여를 고양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고도 수업 시간에 무료 이북 조차 안 가지고 오는 학생들은 철저하게 검사하셔도 누가 뭐라하겠습니까?

세번째, 어떤 상품의 가치를 서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과 교수님의 책을 비교하셨지만, 과거 시대에서는 지식의 보고인 책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오히려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든 가치도 적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커피 한잔으로 서로 인생의 깊이를 논하는 시간을 만들 수도 있고 사색에 잠기기도 학습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가치가 있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가치가 있는 물건이 값없이 세상에 퍼진다면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어 온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변화를 원하신다면 교수님이 먼저 감동을 시켜주십시오.

저의 은사께서는 정년 퇴임 후에도 그동안 가르쳤던 제자들이 모이는 동문 게시판에 꾸준 꾸준히 집필을 계속 하시고, 이후에는 PDF로 묶어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책으로 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수 십년의 연구 결과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글을 써 주신 교수님 글을 읽고 또 읽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젊은 세대를 보면 나는 문명의 미래에 대하여 절망에 빠진다.”고 한탄했던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교수님도 아마 비슷한 심정이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젊은 세대를 더 고양시켜 열의를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기성 세대의 몫이고, 오히려 교육자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단순히 청강이 아니라 제자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해 주시고 더 나은 인재들로 길러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참고로 많은 대학 교수님들이 학습 교재를 공유하는 BIGBOOK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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