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필드트립

저에게 지난 주 토요일은 참 의미가 깊은 하루 였습니다.

졸업한지 10년만에 대학 때 지도 교수님과 함께 야외 답사를 다녀온 날이기 때문입니다.

제 학부 전공은 지질학(Geology)입니다. 고교 시절 지구 과학의 매력에 빠져 선택했지만, 운 좋게도 우리 나라의 저명한 고생물학자이자 화산 층서학자이자 야외 지질학자인 윤선 교수님 밑에서 학부 및 대학원 6년간 랩생활을 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컴퓨터쪽으로 눈을 돌려 GIS를 기반한 지질 정보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 기반 역시 야외 지질학의 기반 하에 데이터 모델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지질학에 있어 야외 조사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는 매우 중요 합니다.

우리 교수님도 어느 덧 정년 퇴임을 하시고 가끔 제주에 오시면 뵙긴 해도 함께 필드 트립을 한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대한지질학회가 제주에서 열렸고, 교수님이 고생물학자들을 대상으로 필드 트립 가이드를 하셨기 때문에 함께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에도 화석이?
제주도가 화산섬이니까 다들 현무암만 있는지 아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주도 만큼 섬 형성사가 복잡한 곳도 없습니다. 하와이 처럼 그냥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섬이 아니라 오랜 화산 및 퇴적 활동과 구조 운동의 결과입니다.

제주에도 퇴적암이 있습니다. 서귀포층이라는 이 지층은 서귀포 잠수함 타는 곳 맞은 편에 노두(Outcrop)이 잘 나와 있는데 패류 화석 뿐만 아니라 퇴적학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퇴적 구조가 잘 세겨져 있습니다.

천지연 폭포 근처이므로 꼭 한번 방문 하시면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또 다른 한 곳은 바로 성산 일출봉 근처에 있는 신양리 층입니다. 이 지층은 안에 있는 패류의 C-14 연대 측정에 의하면 매우 젊은 시대를 보이고 있으나 암석 고결 상태가 엄청나게 딱딱한 지층입니다.

해안 도로 변에 있어서 접근하기 쉽고, 올레길 근처에 있습니다. (이런 좋은 지질학 교과서에 설명 푯말 하나 없더군요.)


노교수의 열정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지 이미 70세가 넘으신 선생님은 지팡이를 의지하셔야만 움직이실 수 있었습니다. 14년 전만 해도 젊은이 못지 않게 야외 조사를 하시던 그 때 모습 때문에 마음이 시려왔습니다.

하지만, 젊은 지질학자들과 토론하시는 그 열정 만큼은 아직 식지 않으셨지요.

필드 트립이 끝나면 항상 그렇듯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날은 제주에 있는 대학원 선배들도 함께 모여서 오랜만에 교수님과 회포를 풀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제자들과 학술적인 주제로 토론을 하시기도 하고, 용어 하나 잘못 쓰다가는 여전히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야단을 치셔도 좋으니 계속 건강하셔서 가끔 제주로 오시면 한번씩 이렇게 반갑게 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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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5개)

  1. 헐리 댓글:

    좋으셨겠네요. 학교 졸업하면 잊혀지는 게… 선생님인데. 가끔 저렇게라도 만나고 하면 교수님도 즐거우셨겠습니다. 제주도에 화석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

  2. 진우 댓글:

    제주도에 그런 비밀도 있었군요. 몰랐어요. 마지막 사진을 보니 한라산 소주에 칠성 사이다가 ㅋㅋ

  3. 핫스터프 댓글:

    은사님의 이야기에 가슴한켠이 찡해집니다.
    그래도 정정하게 제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보여요.

  4. 남혁우 댓글:

    저도 지질학을 전공하고 SI회사에서 GIS 개발을 했습니다. 일출봉 지층 사진을 보니 3학년 때 제주도 필드 갔던 기억이 새롭군요.

  5. Channy 댓글:

    @남혁우, 오 그러시군요. IT업계에 지질학 전공자들 한번 모이면 좋겠군요. 제 후배들도 몇 명 이쪽으로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