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눈이 왔습니다. 아이들 처럼 들떠지지 않는게 다 늙었나 봅니다 :)
오전에 정보통신진흥원으로 부터 2000년에 수행한 산업기술개발 연구과제에 대한 기술료 실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2억원 정도 지원받은 것인데 실제로 기술료를 계산해보니 연간 백만원이 안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회사는 이 과제에 대해서는 별로 사업을 진행한 적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이나 과제는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실제 금액은 회사 운영에 썼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기술료는 과제 수행으로 나온 사업의 연간 매출 1~2% 정도 되는 금액입니다.
실사나온 연구원들과 이야기 하다 보니 안타까운 점이 있더군요. 문제는 IITA도 국감이나 감사를 받을 때 왜 이렇게 기술료 징수가 안되느냐? 투자 대비 효과가 너무 없지 않느냐는 추궁을 많이 받는 다고 합니다. 기술료를 개발지원비 보다 초과 납부 하는 회사는 거의 없고, 아예 안내는 회사가 태반이라고 합니다. 기술료를 연구개발 자금으로 재투자해야 하는 진흥원에서도 어려운 입장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양쪽 모두 공통된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과제의 선정에서 부터 비지니스적 이익을 도외시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개발 지원 업체들 중에 수행 후 평가가 최우수나 우수 업체들의 기술료 수입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즉, 우수하다고 평가된 과제는 시장에서 쓸 수 없는 최첨단 기술이거나 상용화가 아직 멀었거나 구현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IT기술은 그 수명이 매우 짧아서 1~2년 내에 승부를 내야하고 그 때 시장 상황에 맞추어야만 투자 효과를 얻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는 선정 자체가 되지 않고 회사도 선정될 만한 과제를 넣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선정 평가단에 있습니다.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선정 평가단의 약 200여명의 인재 풀은 거의 대학 교수나 국립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라고 합니다. 즉, 비지니스화를 통한 매출 가능한 기술인지 아닌지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평가에서는 학문적이거나 그 당시 유행하는 이슈에 맞는 것인지가 집중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요즘은 유비쿼터스가 유행이지요?) 회사에서 이런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과제를 만들다 보니 과제 진행이 부실해 지고, 다른 과제에 전용될 수 밖에 없으며 나중에 기술료를 납부할 일이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기를 국내 유명 회사의 CTO급 인력들을 Pool에 넣어 30% 정도는 산업계에 있는 사람으로 평가위원을 구성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많이 공감하더군요. 90년대 말의 벤처붐으로 이통사에서 받은 출연금으로 지원을 해 왔으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 지, 또한 기업이 정부 개발자금을 계속 눈먼 돈으로만 생각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나라 산업 기술 개발 토대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2000년도 프로젝트 이후에 윈도우즈 미디어 DRM을 기반 기술로 하고 Helix나 기타
DRM시스템을 채용가능한 통합 DRM 개발 과제를 한번 발표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미디어 플랫폼 상황에서 돈이 될 만한 과제 였습니다. 그러나 그때 교수가 그러더군요.
“독특한 기술로 승부해야지 짬뽕해서 되겠냐고?”
조금 다르지만 유사한 경우를 최근에도 당해 봤습니다. 소프트웨어 진흥원의 공개SW 인력 지원 사업에 제가 최근에 하고 있는 Mozilla Community를 학교에 이식하여 인력 양성을 하겠다는 제안을 넣었었습니다. 그 때 PT하러 갔더니 평가단 10명이 다 대학교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글화와 커뮤니티 이식을 통한 과제는 너무 가볍다. 브라우저 경량화나 코아 기술 변환 같은 것을 넣는게 어떠냐고 물어 보더군요. 아니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중인 데스크탑 공개 SW를 어찌 함부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한단 말입니까? 하고 되물었더니 Mozilla가 웹서버인지 웹브라우저인지도 모르더군요.
선정 결과가 나왔는데 논문꺼리가 가능한 과제들만 선정이 된걸 보고 씁쓸했습니다. 인력양성이 목적이 아니라 교수들 연구 자금 지원이 목적이었던 것이였죠. 과제 진행을 담담했던 SW진흥원의 연구원이 그렇게 평가할 줄을 몰랐다고 섭섭해 해서 위안을 삼기로 했지만요.
그래서 저는 이 후로는 눈먼돈 안 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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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금 눈먼돈 프로젝트 하나 진행중입니다.
정말 눈먼돈 되지 않기 위해서 어찌해야 하는걸까요. 다들 이 프로젝트 대하는 태도가 너무 가벼운게 현실입니다. 공감공감…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평가위원과 과제 신청자로 경험을 해본 바에 따르면..
평가 기준에서 더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 자금을 원하는 곳들은 많고…
3:1, 4:1, 5:1 경쟁하는 경우에..
과제를 선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어떤 것이 더 세계 최고 기술을 목표로 하는가..
어떤 것이 더 첨단성이 높은가..
어떤 것이 기술적으로 더 우수한가..
이런 것이 주로 반영됩니다.
IITA에서 평가 기준을..
어떤 과제가 가장 단기간에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우리나라 IT 산업을 망치는 3적을 꼽는다면
첫번째는 교수요, 두번째는 공무원이요, 세번째는 컨설턴트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이 세부류의 직업군에 소속된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개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IT 발전은 계속 모래위의 성쌓기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쩝~ http://blog.webservices.or.kr/hollobit/archives/000265.html
눈먼돈 프로젝트 안하는 게 속 편하지만..
한다면 “경력에 도움이 되고”,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