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95년 이맘때 인터넷에 눈을 돌리고 넷스케이프를 따라 잡아야겠다는 내부 메모를 흘린 지 꼭 10년 만에 새로운 메모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이 메모는 바로 구글을 따라 잡기 위해 윈도 라이브(Windows Live)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전략에 단초를 제공하였다.
위기라고 느껴지던 MS의 구원 투수로 나선 레이 오지(Ray Ozzie)가 등장하고 천덕꾸리기 MSN이 윈도우 파트로 흡수되는 전격적인 조직 개편과 아울러 MSN 실험실이던 Sandbox에 있던 서비스들이 인큐베이팅 상태에서 윈도우 라이브로 쫓겨 나왔다.
MS는 이 전략을 통해 변혁의 주도자가 되고자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MS에서 팔고 있는 모든 것들을 웹 기반 서비스(Web-based services)로 제공하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전략은 밖에서 이루어 지는 소프트웨어 변혁 및 웹 산업의 새로운 추세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다.
윈도우 라이브를 통해 사용자들이 이메일, 메신저, 로컬 지도 서비스, 정보 검색을 포함한 개인화된 웹 포털을 만들 수 있는 윈도 라이브는 웹 기반 서비스를 통해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후!(Yahoo)나 뉴스, 날씨, 주식 정보 같은 소스를 통해 개인화를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글(Google) 양쪽을 모두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MS 기반 뒤흔드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구글이나 야후를 따라 잡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상품인 윈도우 운영 체제 이름를 포함한 브랜딩을 해야 하는 데는 또 다른 절박감이 있다. 바로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도 서비스로서 팔리는 시대가 된 이유이다. 과거에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1.0이니 2.0이니 버전을 올려 가거나 98이니 2000이니 하면서 주기적인 릴리스를 통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던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CD에 찍어서 상자에 넣어 팔던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는 말이다. 브로드밴드가 보편화 되면서 데스크톱 보다는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 나고, 소프트웨어의 주기도 점점 짧아져서 이제는 온라인으로 업데이트 받고 패치를 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 하는 것이 익숙해져 버렸다.
우리가 사용하는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것들도 모두 오프라인에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것들투성이다. 그나마 오피스 프로그램이 유일한 테스크톱 킬러 어플리케이션이자 MS의 효자 상품이었는데 이 조차도 오피스 라이브(Office Live)라는 이름으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해야 하게 됐다.
물론 MS 내부에서도 운영 체제와 오피스까지 서비스화 하는 데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과감한 결정에는 그 만큼의 위기감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피스 라이브의 개념도 이제는 결코 생소한 것이 아니다.
이미 구글은 썬(Sun)과 오픈 소스 오피스 프로그램인 오픈 오피스(OpenOffice)에 대한 상호 서비스 개발을 약속한 상태이며, 국내 업체인 씽크프리(ThinkFree)가 웹 서비스형 오피스 시장에 대한 인지도를 이미 확보하고 있던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웹2.0이라는 조류에 편승하여 Ajax를 기반한 웹 어플리케이션들이 다수 선보였다. 참여와 공동 저작 그리고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신 개념의 워드(Writely), 엑셀(Numsum) 등 웹2.0 오피스 어플리케이션들이 바로 그것이다.
구글이 장악하려는 영역도 운영 체제와 네트워크 사이에 있는 틈새였고 이들 영역에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서 각종 서비스 어플리케이션들을 끼워 놓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탄력을 받은 것은 기존의 검색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형 상거래인과 다수의 이용자들 사이에 비즈니스 플랫폼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포털에 검색엔진을 빌려 줌으로서 근근이 연명하던 구글이 애드센스, 애드워즈 라는 아이템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 이러한 변혁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MS가 웹 기반 서비스에서 노리는 것도 구글을 견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사의 애드 센터 판매 엔진을 수많은 자사 제품들에 포함시키고 윈도 라이브와 오피스 라이브 통해 더 많은 온라인 광고 수입을 얻어 내려는 계획을 함께 가지고 있다. 레이 오지는 약 10%정도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가지고 있는 MS가 광고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지를 보여준 구글로부터 돈을 빼앗아 오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MS와 구글의 전쟁터 ‘서비스 플랫폼’
MS와 구글의 진짜 싸움은 바로 서비스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반면 야후와 구글의 싸움은 좀 다른 곳에서 진행 중이다. 야후!는 오래 전부터 미디어를 표방해 왔고 사용자 기반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아직 야후가 구글 보다 영향력이 더 높다. 매물로 나온 AOL에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나, 플릭커나 콘파뷸레이터, 딜리셔스 같은 웹2.0 기업들을 꺼리낌 없이 사들이는 야후에게 서비스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결국 운영 체제, 네트웍, 포털, 미디어가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에 수렴하게 될 것이고 누가 헤게모니를 쥐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되는 게임이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변화가 있는 것도 결국엔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광고가 매우 진부한 모델 같지만 가만히 뜯어 놓고 보면 웹의 본질이자 서비스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정보처럼 보이는 광고, 광고처럼 보이는 정보를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고도 한다.
이런 상황이 국내에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우리에게 소프트웨어가 없던 시절 MS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 들였다. 누군가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서비스 플랫폼이 만들어 지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플랫폼을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른다. 세계 어디 보다 브로드밴드가 일찍 온 우리 나라가 뒷짐 지고 재미 거리에 열중 하던 사이에 이미 시대의 대세는 성큼 다가와 버렸다. ‘플랫폼으로서 웹’이라는 웹2.0 조류를 마케팅 용어로 치부해 버리면서 돈 벌려는 벤처들의 수작으로나 여기고 있다면 우리는 또 한번의 기회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나온 우리만의 고유한 경험으로 서비스를 파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외국으로 수출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싸이월드가 마이스페이스에 밀리고, 지식인이 위키퍼디아에 밀리고 있다. 이미 우리가 실험해서 성공 했던 서비스 플랫폼 조차도 우리가 아닌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다수 사용자의 참여와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에 서비스를 파는 방법을 흡수하고 재생산 하는 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열쇠이다.
원문: http://spot.mk.co.kr/CMS/spotstory/7117490_10891.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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