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MS 사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윈도우 비스타(Windows Vista)에 탑재하게 될 새로운 인터넷 익스플로러 7(Internet Explorer 7)에 대한 베타 테스팅을 요청하는 요지의 메일이었다. IE7이 출시되기 전에 IE7을 통해 웹 사이트를 점검해 보고 혹시 문제 되는 점이 있는지 있다면 버그 리포트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 메일은 모 협회를 통해 국내 대부분의 포털 및 주요 웹사이트 관계자 모두에게 전해 졌다. MS의 베타 테스팅은 MSDN 개발자를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진행되어 오는 것이 관례이지만 예외적으로 국내 인터넷 업체 개발자들에게 베타 테스팅을 요청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작년 MS가 윈도우XP에 대한 보안 취약점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XP 서비스 팩2를 출시하자 우리 나라의 많은 웹 사이트들이 혼란에 쌓였던 경험이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외국과는 달리 수 많은 ActiveX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있는데, XP SP2에서는 ActiveX를 다운로드 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바뀐 것이다. 그 동안 대화 상자로 나왔던 인터페이스가 주소 창 아래에 조그만 바(Bar) 형태로 표시 됨에 따라 웹 사이트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팝업 창이 차단되면서 광고 팝업 및 싸이월드 같은 팝업형 서비스가 문제가 되었다. 결국 이러한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공지와 편의성 증대를 위한 각종 안내를 만들기 위해 국내 대부분의 주요 웹사이트들이 작업을 했어야 했고 XP 서비스 팩2는 유일하게 다른 나라보다 몇 개월 이후에 출시되기도 했다.
IE7, 웹 표준 지원 범위가 복병
오픈 소스 웹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Firefox)가 IE의 독점 시장에 도전하여 점유율 10%를 넘어서자 MS는 부랴부랴 IE 개발팀을 꾸렸다. IE6이 출시되고 IE개발팀이 해체 된지 4년 만에 새롭게 꾸려진 IE7팀은 블로그까지 개설해 가며 개발 진행 상황을 외부에 알려 왔다. MS의 차세대 OS인 윈도우 비스타 뿐만 아니라 윈도우 XP(서비스 팩2)에서도 구동 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출시되면 많은 사용자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IE7은 새롭게 경쟁 브라우저로 떠오르고 있는 파이어폭스의 탭 브라우징, RSS 기능 등 주요 기능들을 내장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브라우저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IE7의 주요 기능 중에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웹 표준 지원과 관련 버그 수정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IE Blog에 따르면 CSS2.1에 대한 W3C 표준안에 대한 지원과 각종 CSS2 표준 버그들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IE Blog에 언급된 항목들이 다 수정되어 출시될 경우, 우리나라 웹 사이트들이 IE7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IE는 전통적으로 하위 브라우저 호환성을 위해 약간의 표준 위반을 감안하면서 까지 웹 개발자들이 만들어 온 비 표준 코드를 보완하여 표시해 주었다. 이에 많은 웹 개발자들이 길들어져 있는 상황에서 IE7의 출시는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테스트와 함께 웹 사이트 수정을 해야 하는 잠재적은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IE7 베타 버전을 통해 테스트 해 본 결과, IE6까지만 인식하는 코드를 가지고 있는 곳이나 IE 기반 CSS을 사용하는 국내 몇몇 사이트의 기능 일부가 동작하지 않거나 레이아웃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IE7의 공식 베타 버전은 2006년 3월로 예정되어 있고 윈도우 비스타의 출시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IE7의 웹 표준 지원에 대한 범위에 따라 내년에 우리 나라 웹 사이트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ActiveX, 새로운 IE 패치에 혼란 가능성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몇 년간 끌어온 MS와 이올라스 사이의 웹 페이지의 플러그인 임베딩 기술에 대한 특허 소송에서 MS가 두 번이나 패소하자 IE에서 이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IE 패치 일정과 기술적인 수정 방법에 대한 안내를 MSDN 웹 사이트에 공식화 했다. 플러그인 임베딩이란 브라우저 내장 기술이 아닌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동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웹 페이지 안에 배경 음악, 동영상 재생, 플래시, ActiveX 플러그인 등 object 태그를 사용해서 포함되는 모든 요소를 말한다.
이 특허 소송은 이올라스社가 1992년 캘리포니아 대학이 취득한 웹 페이지 임베딩에 대한 특허를 사들여 MS에 제기한 것으로 시카고 법원은 MS에 5000억 원이라는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사실 이 특허 소송은 웹 표준안에 포함된 기술에 대한 근본적은 문제를 가지는 것으로서 웹 표준화 기구인 W3C나 다른 웹 브라우저 업체들에게도 모두 관련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MS가 object 태그를 과도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ActiveX라는 기술적 플랫폼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피해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MS는 그 동안 보여온 거액의 배상과 합의, 특허 라이선스 사용 같은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IE를 고치겠다는 이상한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 소송이 2003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MSDN에 그 동안 여러 번 기술적 회피 방법이 올라오기는 했어도 IE를 직접 패치 하겠다는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패치는 6개월 이내에 모든 윈도우 OS와 IE 버전에 적용된다고 한다. 이러한 대대적인 IE 패치는 그 동안에도 잘 없었던 일이다. 이러한 배짱에는 ActiveX가 보안적으로 권장할 만한 기술이 아닌데다 닷넷 개발 환경에서 리치 웹 어플리케이션으로 전환시켜야 할 필요성과 함께 전 세계 웹 사이트들에게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계속 되는 소송에서 우선 문제를 해결하고 최악의 경우 배상액이 줄어들 게 하고자 하는 의도도 숨어 있다.
어쨌든 정작 문제가 되는 곳은 XP 서비스 팩2 출시와 마찬 가지로 한국의 인터넷 웹 사이트 들이다. 한국은 윈도우 종속 기술인 ActiveX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인터넷 뱅킹, 사이버 트레이딩, 게임, 로그인, 채팅, 전자 정부, 그림 편집, 파일 첨부 등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IE 수정 사항이 적용되면 이런 ActiveX를 포함하는 모든 웹 페이지에 object를 HTML내에서 빼내어 자바 스크립트 파일에 넣는 수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ActiveX에 포함된 컨트롤(미디어 플레이어의 경우, 재생, 중단 버튼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ActiveX를 마우스로 눌러 활성화를 시키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자동 실행을 기반으로 제작된 ActiveX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와 유저 인터페이스 수정을 야기할 수 있다.
웹 표준 지키고 ActiveX 쓰지 말아야
이런 소식들을 접하는 외국 인터넷 업계의 반응은 그리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웹 브라우저가 공통적으로 지원 하는 웹 표준을 지키고 있으며 브라우저나 OS에 종속적인 기술들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쓰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IE의 경쟁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로 보았을 때 문제를 야기 하는 웹 사이트는 전체 웹 사이트 중 단지 5%에 불과하며 이런 이유로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 소프트웨어 진흥원의 2004년도 조사에 따르면 공공 및 주요 인터넷 사이트 중 90%의 웹 사이트가 파이어폭스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문제는 윈도우와 IE 종속성이 휠씬 심한 우리 나라에서도 이러한 소식이 자세히 알려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이 소식이 구체화 되어 알려질 때쯤 되면 작년 XP 서비스 팩2가 나왔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모 기자의 표현처럼 미국에서 일어나는 나비 날갯짓이 한국에서 태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MS의 나비 효과에 휘둘리는 나라가 될 수는 없다. 이제는 OS와 브라우저에 종속적인 기술 사용을 배제하고 대안 기술을 차용하면서 웹 표준을 적극 도입할 때가 되었다. 경영자들은 자사의 웹 사이트들이 OS나 브라우저에 종속적이 되지 않도록 웹 개발 일선에 있는 사람들을 재교육 시키고 투자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 기관이 더욱 앞장 서야 한다. 웹 기획과 개발 일선에 있는 사람들도 웹 표준이라는 대의 명분 아래 자신을 훈련 시키고 적용 함으로서 앞으로 비즈니스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경영자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IT업계 종사자들이 내년에 또 한번의 혼란에 휩싸이기 전에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
* 원문: http://www.zdnet.co.kr/itbiz/column/anchor/scyoon/0,39030409,39142281,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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