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간히 들려오는 IT 스타트업들의 구조 조정 소식을 들을 때 마다, 20여년전 몸소 겪었던 닷컴 버블의 악몽이 다시 떠오릅니다. 당시 나인포유라는 온라인 음악 콘텐츠 사업을 했던 저도 어쩔 수 없이 직원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갑작스런 닷컴 버블 붕괴로 온라인 광고 물량이 끊기고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좌충우돌했던 스타트업 경영을 통해 배운 점은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신규 사업에 집중한 결과 1년만에 어느 정도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놨지만, 사람을 회사의 가장 큰 재산으로 여겼던 만 28세의 청년에게는 여전히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겪고 있는 성장통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후배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정말 꺼내기 싫었던 22년 전의 편지를 다시 읽어봅니다.
어려운 시기를 이기고 새롭게 시작합시다! (2001.5.10)
최근 어려운 시기를 맞아서 여러분에게 크나큰 고통과 힘든 과정을 겪게 한 것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와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누차 이야기한대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능력 부족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년이 넘도록 영업과 관리쪽에서 저에게 있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수고해 주신 분들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동안 즐겁게 회사를 꾸려나와 주신 여러분께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재미있고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수레의 두바퀴를 모두 잘 굴러나가게 하는데는 현 상태에서 부족한 것이 많고, 대내외 인터넷 사업의 어려움도 계속되는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던 이러한 상태를 이해해 주고, 회사내의 인력 재조정에 도와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월요일까지 최종 희망 퇴직자를 받은 결과, 총 〇명의 희망퇴직이 있었습니다. 영업을 제외하고, 희망 퇴직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2차 인원 조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 직급자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각팀별 T/O를 조정하였으며, 이를 위해 인사고과와 제 의견을 반영하여 조정인원을 확정하여, 어제 개별통보를 했습니다.
총 조정인원 〇〇명중 본사 전직 〇명, 계열사 전직 〇명, 계약직 전환 〇명, 퇴사 〇명(자유 〇명 포함) 등으로 1차 조정이 완료되어 개별 면담을 가졌으며, 15일까지 업무인수인계 및 사물정리가 완료되는 사람 부터 회사 업무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전직 및 퇴직자는 모두 신임 팀장과 상의하여 업무인수인계를 마쳐주시고, 급여 및 관련문의는 경영기획팀을 통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칙적으로 전직자는 퇴직위로금 지급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2차로 남아있는 인원중 〇명이 퇴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저는 회사에 남아 주기를 바랐지만, 스스로 퇴사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그대로 수용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 분들 업무조정은 신임팀장들과 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인포유가 이런 과정을 겪게 되리라고는 여러분도 저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이겨 나가기 위해 변화는 필요하고 회사는 남아 있는 사람이나 떠나는 사람 모두에게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면, 다른 회사처럼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 위해 새조직은 더 활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저는 회사에서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제 자신부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모두의 빚을 갚는 길이라고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윤석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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