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컨퍼런스의 계절 – 대기업과 유니콘의 참전

가을이 되면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호기심이 많은 SW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구현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면서도 기업 문화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래서,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오래전 부터 사내 기술을 공유하는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고 있죠. 역사가 깊은 네이버 Deview와 넥슨 NDC에 이어 주요 기업들이 최근에 개발자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대기업으로 기존 인터넷 기업의 인재들과 개발 문화가 이식되기 시작하면서, 개발자 컨퍼런스를 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텔레콤을 비롯해서 올해는 현대자동차가 개발자 컨퍼런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기존 인터넷 기업 인재를 포섭하기 위한 노력으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기 시작했는데요. 우아한 형제들, 토스, 업비트 등이 있습니다.

대기업의 개발자 컨퍼런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14년 부터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를 개최해 오고 있죠. 삼성전자에서는 리눅스, 웹브라우저 등 다양한 오픈 소스에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높습니다. 저도 가끔 초대 받아서 세션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은 해외 개발자를 상태도 실리콘 밸리에서 Samsung Developer Conference도 열고 있으며, 빅스비, 스마트싱스, 삼성 녹스, 타이젠 플랫폼 등 갤럭시 생태계를 넓히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기존 SOSCON을 확대해서 삼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컨퍼런스(SSDC)를 11월 17일부터 18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합니다. 1일차는 삼성전자 직원들만 참여하고, 2일차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클라우드, 빅데이터, 로봇, 오픈 소스 등의 분야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강연과 개발자 커뮤니티 밋업도 개더타운에서 온라인으로 열린다고 하네요.

SK그룹은 2016년 부터 그룹 내 정보통신 기술 역량을 공개하는 SK ICT 테크 서밋을 2016년부터 열어 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AR/VR 그리고 모빌리티 등 SK 그룹내 임원들과 SW엔지니어들이 세션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다른 행사와 달리 국내외 초청 연사들의 세션도 추천할 만합니다. (마침 오늘/내일 양일간 열리니 지금 등록하셔도 됩니다.)

최근에 SK그룹이 IT 분야에 공을 들이면서, 개발자 생태계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구요. 기존에 SK텔레콤과 SK C&C외에도 SK하이닉스나 SK에너지, SK가스, 에코플랜트 등 에너지 및 화학 기업의 ICT 도입 사례들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뜻밖에 현대자동차그룹도 이 행렬에 함께 했습니다. 오는 11월 10-11일 양일간 온라인으로 2021 HMG 개발자 컨퍼런스를 처음으로 개최합니다. 이 행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외부 개발자들과 연구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 4개사(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와 유망 스타트업 5개사(MOBINN, 메쉬코리아, 슈퍼무브, 모빌테크, 메이아이)에서 사전 공모와 심사를 거쳐 선발된 개발자들이 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50여개 세션을 진행합니다.

여러 임원들 발표 중에 주목을 끄는 것은 네이버 DEVIEW 행사를 잘 운영하신 적이 있는 송창현 전 네이버 CTO님인데, 아마 현대차그룹에 들어가신 후 처음으로 하신 게 개발자 컨퍼런스를 여는게 아닌가 싶네요.

IT 분야가 주력인 기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다양한 대기업들이 SW 개발 분야 생태계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앞으로 LG, 포스코, 롯데 개발자 컨퍼런스 같은 행사도 열리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유니콘 기업의 개발자 컨퍼런스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부터 ‘우아한테크콘서트’라는 개발자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11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우아콘은 개발 세션 뿐만 아니라 배민 서비스, 디자인 신규 사업과 글로벌 진출 이야기에 대한 세션도 들어 있는데, 최근 개발자 외에 직군에 대한 세션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if Kakao가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유니콘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개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SLASH(슬래시) 21’이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열리기도 했죠. 토스 개발자 뿐 아니라 토스뱅크, 토스페이먼츠 등 계열사 소속 개발자 총 20여 명이 기술적 경험과 지식을 나누었는데, 그동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던 토스의 기술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자리였죠. 지난 8월에는 심플리시티 21이라는 디자인 직군을 위한 컨퍼런스를 따로 열기도 했습니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주)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기여하고자, 2018년 국내 최초 블록체인 개발자 중심 컨퍼런스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올해는 지난 9월에도 개최되었는데 블록체인 분야 지식 공유와 자유로운 토론,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국제 컨퍼런스로 한국어, 영어(영-한 동시통역 제공)로 열리고 있습니다.

업비트는 카카오 출신들이 많은 회사이기 때문에 기술 공유 문화가 잘 갖춰져 있는 좋은 개발자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지속적으로 행사를 개최하고, 지난 행사도 잘 정리해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쿠팡 역시 작년 부터 ‘Reveal’이라는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Reveal 2020은 쿠팡 엔지니어들이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총 9개 세션으로 구성했습니다. 각 세션에는 한국과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오피스에서 일하는 쿠팡 엔지니어들이 발표를 했는데,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쿠팡이 처음 여는 행사라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건 행사 이후에도 동영상이 공유 되지도 않고, 홈페이지에 내용도 없다는 것인데요. 작년 12월에 열렸으니… 올해도 열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기업들의 모범 사례를 잘 따르면 좋겠네요.

저도 Daum에 있을 때…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와 연계해서 Daum DevOn이라는 행사를 2010년 부터 3년간 개최해 봤지만 매년 회사 내의 협조를 얻으면서, 지속적인 개발자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하고, 2018년까지 5년간 개발자 행사가 없었던 걸 감안하면… 회사의 장기적인 정책이 뒷받침해 주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어렵게 시작한 대기업들과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들의 개발자 컨퍼런스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개발자들의 축제로 이어져서 더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회사의 틀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참고로 개발자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컨퍼런스의 유튜브 채널을 공유해 드립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열리니까 좋아요! 구독 신청 꼭 하세요. :)

이 글은 용감한친구들 Dev Event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Update. 저도 10-11월에 외부 컨퍼런스 발표가 좀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 위해 공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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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여러분의 생각 (7개)

  1. 박신홍 댓글:

    LangCon이라는 NLP 기반 컨퍼런스가 있는데, 다른 분야보다 덜 유명하네요..ㅜㅜ

  2. 진우 댓글:

    LG전자가 개발자 행사를 안하는 건 의외네요. 곧 시작할까요?

  3. MCTeam 댓글:

    마지막에 개발자 커뮤니티 유튜브 채널은 유용하네요. 꼭 챙겨볼께요. 감사합니다~

  4. 대기업개발자 댓글:

    대기업 개발자 문화는 아직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런 행사를 연다는 건 고무적이네요. 저것도 발표할만한 꺼리가 있어야 되는 거니까요. 적어도 발표하시는 개발자 분이라도 즐거운 회사 생활 되시길… 저는 대기업의 변한다는 말에 질려서 이직 했습니다 ㅋ

  5. 개발자 댓글:

    안녕하세요. 업비트는 카카오 계열사라고 하셨는데 계열사가 아닙니다. 카카오에서 투자한 부분으로 해당 내용 수정 부탁드립니다.

  6. Covenant 댓글:

    안녕하세요~

    용감한친구들 Dev Event 를 관리하고있는 Covenant입니다.

    방문해주시고 블로그에 링크 남겨주셔서 영광입니다^^

    행사의 배경, 기대되는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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