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DNet Korea의 앵커 류한석씨의 전 컬럼인 “서버 기반 컴퓨팅이「혁신의 시기 연다」”라는 글을 접하고 미래의 컴퓨팅 환경이 변화할 단초를 제공하는 좋은 칼럼을 만난 것 같아 매우 반가웠다. 필자도 미래 컴퓨팅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터라 역설적이게도 반론의 형식을 빌어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류한석씨는 글에서 서버 기반 컴퓨팅(SBC)에 따라 기업 내 상당수의 PC를 씬 클라이언트 기기로 대체하고 모바일 기기에서도 기반 환경으로 활성화되는 등 이 환경이 디지털 홈 가전 등 스크린을 가진 모든 디지털 기기의 기반 환경으로 자리잡게 되면 소프트웨어의 복잡성 증대와 배포 문제, 비용 문제, 보안 위협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본인은 서버 기반 컴퓨팅이 발전해 오면서 이러한 문제를 대체적으로 해결해 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독자들의 토크백(Talkback)에서도 언급됐지만, 기존 PC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할 만한 서버 파워가 보장되지 않으며 각종 디지털 기기의 등장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하고 재조합하는 PC 기반 자료들이 늘고 있는 데다, 네트워크 품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용되는 씬 클라이언트 기술은 비용을 줄이는 대안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PC 기반 컴퓨팅 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버 기반 컴퓨팅을 이행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 “보안”과 “비용”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웜바이러스 등에 의해 PC가 올스톱돼 하루 수십억원씩 손실을 보는 사례나 개인 정보 유출의 문제는 비단 PC 기반 컴퓨팅에서만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보안은 창과 방패의 문제이다.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서버가 공격 받았을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보안은 단계별 대응 프로세스와 적절한 자원 분산, 백업 등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MS의 안일한 인식 때문에 발생했던 운영체제 보안 문제와 이에 따른 비용을 해소하기 위해 서버 기반 컴퓨팅으로 가자고 말하는 것은 너무 큰 비약이다.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파이어폭스가 보안에 취약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흔들었듯이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른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사실 서버 기반 컴퓨팅은 개념적으로는 혁신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의 현실 컴퓨팅 진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PC 파워가 급격하게 증가됐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CPU 속도가 올라가고, 메모리 가격은 떨어지며, 저장 장치(HDD)는 이제 0.5TB에 육박하고 있다. 리눅스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구성하는 100달러짜리 노트북이 등장한다는 예고는 PC 자원이 낭비되고 있진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집에 가지고 있는 PC의 성능이 웬만한 회사 전산실 PC 서버만큼의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비용적으로도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역시 대부분의 기업이 리눅스 데스크톱을 사용해도 아무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윈도우 기반 업무 환경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단순히 비용 때문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배포 문제도 네트워크를 통한 업데이트 및 모니터링, 리치 클라이언트 배포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PC가 바로 서버다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로 이전하는 시기에도 그랬으며 웹으로 이전하는 시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변화의 방향에 의심을 품어온 것처럼 의심이 바로 혁신을 알리는 계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컴퓨팅 환경 변화에서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은 바로 혁신이라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메인프레임에서 서버/클라이언트 환경이 된 것은 PC의 등장과 PC 컴퓨팅 파워가 급격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웹(Web)의 등장은 전 세계를 연결 가능한 인터넷의 등장과 발전에 의한 것이다.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에서도 인트라넷은 존재하고 있었다. 단지 웹이라는 것이 다양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대해 독립성을 가진 새로운 정보 공유 패러다임이었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컴퓨팅 혁신이 가능했던 것이다.
씬 클라이언트 개념은 메인 프레임 터미널 환경에서부터 X-윈도우, 네트워크 컴퓨터(NC), 윈도우 원격 데스크톱 등으로 진화해 왔지만 이것은 혁신적인 패러다임이 아니라 운영체제를 사용하기 위한 보조 도구의 역할만을 해 왔다.
게다가 여기에 발맞춰 운영 체제에 따라오는 애플리케이션들은 점점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크기 또한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웹 브라우징을 하고, 수백MB가 넘는 게임을 설치, 실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원하는 대로 고치고 동영상을 찍어 편집하고 있다.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백개에 달하는 리치 애플리케이션이 PC 환경에서 구동되도록 제작돼 사용되고 있다.
이는 운영체제 시장에서 윈도우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리눅스, 매킨토시와 같은 대안 운영체제도 데스크톱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하거나 혁신성을 유지해 가고 있는 만큼 강력한 PC로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PC는 서버에 버금가는 성능과 함께 영역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우선 파일 공유로 촉발된 P2P라는 개념은 PC에 서버 역할까지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네이버의 터보 플레이어는 가까운 다른 사용자의 PC 자원을 활용해 동영상을 스트리밍 함으로써 정확한 품질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여기에 홈 네트워크 시대의 도래는 집안의 PC가 서버가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PC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홈 서버는 네트웍 속에서 PC의 잠재 가치가 더욱 커짐을 의미한다.
이렇게 그 가치가 더욱 커지며 생활 곳곳에 포진해 있는 PC 자원을 서버 기반 컴퓨팅이라는 기치 하에 일거에 씬 클라이언트로 대체해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미래 컴퓨팅 상은 과연 무엇일까?
대안은 그리드 컴퓨팅?
풍부한 하드웨어 자원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근 가장 각광받는 것이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이다. 바로 강력해진 서버나 PC들을 그대로 유지한채 유휴 자원을 긁어모음으로써 컴퓨팅 파워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리드 컴퓨팅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씬서버 클러스터링을 통한 슈퍼 컴퓨터를 떠올린다. 실제로 그리드 컴퓨팅은 단일 문제를 풀기 위해 네트워크 상에 있는 수많은 컴퓨터들의 자원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 대개 엄청난 컴퓨터 처리 사이클을 요하거나 많은 양의 데이터 접근을 요하는 과학 기술에 관한 문제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잘 알려진 그리드 컴퓨팅의 예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PC에서 사용되지 않는 프로세서를 공유함으로써, 외계로부터의 가치있는 신호 조짐들을 광범위하게 검색하고 있는 SETI의 @Home 프로젝트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런 그리드 컴퓨팅의 아이디어가 웹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개별 서비스를 운영함으로서 생기는 자원의 불균형과 집중 현상을 각 서비스 레이어를 나눈 씬 서버팜(Thin Server Farm)을 구성함으로써 해결한다는 것이다.
서버팜에 있는 각 서버들은 개별적으로 별도 운영체계를 가지거나 운영체계를 공유할 수 있으며, 서비스 요구가 많을 경우 부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정되기도 한다. 서버팜 내에서는 만약 어떤 서버의 서비스가 중단되더라도 다른 서버가 즉시 대체돼 중단 없는 서비스의 진행이 가능하다.
구글의 경우, 저렴한 씬 서버를 효율적으로 연결한 클러스터링 서버팜들을 통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바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구글 데스크톱 검색의 경우, 수백MB의 인덱스 파일을 개인 PC에 생성해 자원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사용자의 허락하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할데스크톱 검색의 모양이 로컬 검색 서버의 모양을 띠고 있으며 이를 연결만 하면 바로 그리드 컴퓨팅의 기반이 될 것이다.
최근 G메일, 구글맵에서 사용돼 각광 받는 Ajax(Asyncronous Javascript + XML Http Request) 라는 개념 역시 궁극적으로는 PC 자원을 활용해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이다. 이것은 앞으로 웹서비스 및 컴퓨팅 환경이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팜에 기반해 PC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가상 서비스 운영 체제를 선보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된다면 실 운영체제 위에 올라가는 가상 운영체제는 PC안에 서비스로 구현해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며, 이를 통해 잉여 PC 자원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그리드 개념은 서비스 제공자들이 PC를 자원으로써 적극 활용하고 사용자는 이를 일정부분 공유해주는 미래 컴퓨팅 환경에 대해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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