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DISCO앱에 바라는 7가지

순전히 20년지기 친구의 소개로 네이버가 만든 자칭(?) 인공 지능 주제별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인 DISCO를 사용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2달 전에 나온 – 취향저격 콘텐츠 추천 앱 DISCO 출시!! 상태지만) 아직 서비스 초기라서 그런지 내부 직원들을 비롯해서 몇몇 콘텐츠 큐레이터들이 초기 테스트를 해 보면서 개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 쓸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신규 서비스 써 보는 것은 늘 즐거운 경험이라 간단하게 리뷰 남겨 봅니다.

  1. 앱 설치 후 로그인은 현재로서 ‘네이버 아이디’로만 가능합니다. 우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등의 소셜 로그인이 가능해야 합니다. 심지어 사내 앱인 라인 로그인도 안된다는 건 약간 이상한 일입니다. 네이버 사용자가 많다는 건 알겠지만,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에 절대적인 가치인 소셜 바이럴 효과를 감안하면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 인맥을 지렛대 삼아, 타 소셜망에 쉽게 공유가 가능해야 더 빠른 확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과거 Daum에서도 다음 로그인만 고집하다가 망한 앱들이 한둘이 아니었구요. 현재로서 네이버 아이디로는 소셜 바이럴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2. 여차저차 로그인을 하면, 맨 처음 주제별로 취향을 물어봅니다. 제가 못 찾았는지 입력할 수는 없고, 몇 개를 고르도록 하는 데 빠르게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좋지만 검색 창도 하나 두었으면 합니다. (끝나고 메인 화면에 가면 키워드 검색이 있긴 합니다.) 그냥 남들 취향에 맞추어야 할 느낌이 나네요. 하나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심사 클러스터가 보이는게 좋을 듯 합니다.
  3. 메인 화면 메뉴의 ‘홈’과 ‘인기’는 가장 많이 눌러 보는 버튼이 될텐데, 비슷한 취향 또는 뜨는 글이나 주제별 뉴스 링크 중심이 아닌 이상하게도 사람 중심의 페이스북 타임라인 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초기 사용자들이 이게 페이스북과 뭐가 달라?라는 의문을 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옆으로 주제별 키워드를 누르면 뉴스 링크 중심으로 ‘몇 명이 소개한 글’ 형태로 목록이 나타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전체’나 ‘인기순’ 등으로 정렬을 해야 보입니다. 각 메뉴에서 일관성 있게 뉴스 링크 중심의 클러스터링을 뚜렷하게 하고, 각 뉴스 링크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으로 앱의 성격을 뚜렷하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4. ‘좋아’/’싫어’ 어감 역시 페이스북의 그것과 비슷해서 사람들에게 또 혼란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 ‘싫어’를 누르면 안될 것 같은… 어찌보면 페이스북 타임 라인에서 글 숨기기 같은 기능이기 때문에 오히려 ‘추천’/’숨기기’ 등으로 바꾼다면, 오해 없이 명확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네요. 앱 서비스팀에서 ‘싫어’ 기능이 오해하지 말고 쓰라는 공지를 할 정도면 오해하는 사용자를 뭐라할게 아니라 직관적이지 않은 네이밍이 문제입니다.
  5. 초기 서비스의 성패는 참여하는 사용자의 질과 커뮤니티에 좌우합니다. 지금은 내부 직원들 위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고, 일부 IT 오피니언 리더들이 들어와 있는 그야말로 초기인데요. 좀 더 다양한 주제의 뉴스 생산자가 참여하도록 이에 대한 반대 급부도 제공하는 알뜰 살뜰한 기획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네이버가 이런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금 의외네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무조건 공유만 하는 헤비 링커 보다는 뉴스 생산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터넷 역사를 통틀어 오피니언 리더는 생산자이지 큐레이터는 아니었습니다. 큐레이터의 동기는 어뷰징 밖에 없습니다. 대신 생산자는 공유의 동기가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자에게 자신의 블로그,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페이스북이 아닌 디스코를 써야 하는 동기 부여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6. 사람들이 디스크 외부로 공유를 하게 될 경우, 아웃 링크된 웹 페이지에서 읽기와 링크 클릭 및 앱 다운로드 외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링크처럼 보이는 ‘키워드’와 ‘아이디’를 클릭했을 때 최소한의 타임라인 정도만 보이더라도 앱을 설치하기 전에 어떤 앱인지 알고 설치할 동기를 부여해 줄 것입니다. 로그인한 사용자에게만 보여야 할 ‘좋아’/’싫어’가 링크 밑에 크게 박혀 있는 것 때문에 (뭐 이런 비인간적인 앱이 있나?)라고 앱 설치도 하기 전에 오해할 소지도 다분합니다. 저 같으면 싫어요 받을 것 같은 앱 설치 안할 듯. ㅎㅎ
  7. 마지막으로 외부에 보이는 Disco 웹 사이트의 robots.txt도 Twitterbot에만 허가하고, 모든 검색 엔진이 불허되어 있는 것도 교정해야 할 사항 입니다. 구글은 그렇다 치고 네이버에서도 검색이 안되네요 ㅠㅠ

우선 인공 지능 기반 뉴스 큐레이션 앱이라는 신선한 도전과 함께 만드는 사람이 사용자 피드백을 통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세부적으로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유사한 성공 사례인 중국의 터우탸오(今日頭條)의 사례 처럼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최대한 지렛대 삼는 게 필요합니다. 기존 소셜 네트워크의 활동으로 사용자 취향 파악이 쉬울텐데 네이버 로그인으로 시작한 것은 의아한 대목입니다.

초기 사용자의 관건인 뉴스 생산자의 참여 동기 부여가 필요하고, 앱 내에서 기획자가 의도한 부분을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빠르게 바꾸어야 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서비스 업체에서 어떤 형태든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IT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전반적인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도록 마중물이 되기도 하니까요.

카카오가 만든 브런치(Brunch)는 글 하나만 쓰고 말았지만, 네이버가 만든 DISCO앱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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