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W3C가 주최하는 인터넷 기술 컨퍼런스인 WWW Conference와 연이어, 달라스에서 전공관련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컨퍼런스의 이슈는 처음 썬마이크로 시스템에서 제출한 XML0.9버젼의 스펙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빨간 커버에 몇장 안되는 종이를 스템플러에 찍어서 나누어 주었지만, 최근 XML에 대한 이해가 일반적이 된 만큼 당시의 이슈들이 얼마나 인터넷의 흐름을 반영하는지 요즘 들어 부쩍 느끼게 됩니다.
컨퍼런스 중 조그만 홀 안에 몇개 회사가 작은 부스를 마련했었는데, 그 중에 오디오넷(AudioNet)이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몇 장짜리 회사 브로셔를 받아들고 흥미로왔던 점은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재전송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오디오넷은 작년에 야후!와 손에 꼽히는 거대한 인수합병 (M&A)을 했던 Broadcast.com의 전신인 회사입니다. 리얼오디오 3.0이 간신히 나왔던 터라, 모뎀으로 스트리밍을 계속 해주는 서비스가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멀티미디어 캐스팅에 관심이 있었고 그 다음 학회장소가 마침 오디오넷의 본사가 있는 달라스였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 본사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위성안테나에 52개주에 모든 방송허브가 있는 지금의 브로드캐스트닷컴에 비하면, 몇개의 달라스 지역 방송국과의 연결 서버들과 디제이 들이 고작이었습니다. 당시 저를 가이드 해 주었던 오디오넷 담당자는 미국은 넓기 때문에 지역정보나 특정분야 라디오방송이 많기 때문에 이를 재전송 해주는 서비스가 인기가 있을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의 말이 실현되어 당시에는 텍사스 지역 라디오 방송만 서비스 하다가, 그 후로는 미국 전역의 독립 라디오 방송국, 음반사가 협찬한 CD 전곡서비스, 이벤트 중계 등 많은 컨텐츠를 보유하여 명실 상부한 전 세계적인 방송망 사업자가 되었습니다. 브로드캐스트닷컴은 동네 미식축구시합도 인터넷으로 중계할 만큼 넓고도 좁은 웹캐스팅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성공방식을 보면 어쩌면 그들이 제작한 컨텐츠에 있지 않았습니다. 방송재전송 서비스를 하다보니 많은 곳에서 방송을 듣을 수 있도록, 장비와 회선 확충에 힘을 썼고, 이러한 웹캐스팅을 위한 고객지원 활동이 비지니스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브로드캐스트닷컴의 비지니스모델은 광고와 비지니스 이벤트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광고는 야후!에 합병되면서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 하게 되었습니다. 브로드캐스트닷컴에 있는 컨텐츠 대부분은 그 컨텐츠를 많은 사람들에게 접하게 함으로서 2차적인 오프라인 수익을 얻어 낼 수 있는 곳으로 구성되어 있고, 브로드캐스트닷컴은 이들에게서 광고수익을 얻어냅니다. 예를 들어, 지역 라디오의 경우 브로드캐스트닷컴에 방송을 제공함으로서 더 많은 청취자층을 확보하여 광고주들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다음은 기업행사, 컨퍼런스, 온라인 IR 등과 같은 이벤트를 방송으로 제공해 줌으로서 수익을 발생 시키는데, 기업들은 돈이 많기 때문에 제법 짭짤한 장사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인터넷 방송관련 주가 동향을 보면 이러한 인프라서비스에 치중하는 회사들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컨텐츠에 투자하는 비용이 적고, 기본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nterVU라는 회사는 CNN, NBC 등과 같은 회사의 방송인코딩 같은 일을 해왔던 온라인 업체인데, 최근의 주가는 많이 떨어졌지만 앞으로 웹캐스팅 인프라 서비스의 미래를 점칠 만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미디어 기업으로 돌아선 리얼네트웍스의 RBN(Real Broadcast Network)이나 개인의 비디오 물을 인터넷으로 올려 주는 서비스를하는 Popcast.com 같은 회사들의 아이템은 이 분야의 비지니스 아이디어를 잘 나타내 줍니다. 인터넷 컨텐츠로만 승부했던 초기의 인터넷 라디오 회사인 Netradio.com의 성장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온라인 컨텐츠 생산 보다 제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잘 표현하는 비지니스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각도에서 연예인을 대거 투입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저급의 컨텐츠만을 생산하는 일련의 인터넷 방송들의 위험부담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독특하고 특징적인 컨텐츠만 생산하면 성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해외에서도 컨텐츠로 성공한 사례가 잘 없으며, 오히려 캐스팅 인프라나 노하우 부족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웹캐스팅 인프라 비지니스는 일반 공중파 방송국이나 ISP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미디어 및 방송 기술과 인터넷기술의 노하우가 잘 접목되어 있는 업체들이 아니면 잘 해내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이 분야에 사업을 집중하는 몇몇 회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속보다는 겉치장에 신경쓰는 인터넷 방송가의 풍토가 바뀌어야만 인터넷 방송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윤석찬/나인포유 기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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