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GIS학회 공간 정보 연구회에서 지도 오픈 API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강의 자료 참고)

제가 웹에 빠지지 않았다면 같이 일했을 지도 모르는 학계 및 업계에 계신 분들입니다. 인터넷의 영향인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함께 만날 수 있게 되니 참 뭐라 말하기 힘든 경험입니다.

그 자리에서도 역시 위치 기반 데이터가 웹 서비스 이용에 되면 개인 정보에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특히 이 사안은 아이폰의 국내 출시의 사실상 마지막 걸림돌과도 관계 있는 부분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애플의 아이폰이 가입자의 GPS 위치 정보기지국 정보와 와이파이(WiFi) 접속 정보를 통해 위치 표시 및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방통위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들어 ‘위치 정보 사업자’ 등록 및 그에 따른 의무를 애플이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로 불거졌습니다..

아이폰의 위치 정보 수집은 위험한가?
아이폰에는 폰 소유자의 GPS 위경도 위치 및 무선 AP, 기지국 ID를 취득하여 지도에 위치 표시,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Maps+Compass라는 기본 기능이 있습니다.

GPS 데이터만 이용해 그냥 단말기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위치만 표시한다면 되겠지만, GPS는 위성 수신이 불가한 음영 지역(지하, 집안 등)에서는 위치를 얻기 어렵습니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무선 AP의 ID 및 이동 전화 기지국의 ID까지 서버로 보내 더 정확한 위치를 찾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Skyhook Wireless라는 회사는 직접 차량을 몰고 도로 내 AP와 기지국을 스캔(Scan)하여 DB화 한 후, 단말기 위치를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정확히 계산 후 구글과 애플 등 여러 회사에 AP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활동 반경은 매우 넓어서 미국 대부분 도시 지역을 커버하고 있는데다 한국의 서울 및 부산 지역도 지원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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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WWDC에서 스티브 잡스가 iPhone 3G 발표 때 Maps+GPS 기능을 시연하면서 널리 알려진 업체이기도 합니다.

구글 역시 Google Gears의 Geolocation API를 통해 모바일 장치로 부터 이들 정보를 얻어서 구글로 보내고 위경도 좌표를 받는 기능이 있습니다. API 문서를 보면 스카이훅에 정확히 어떤 정보를 보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Gears on Mobile의 기지국 및 무선 위치 전송 기능은 다양한 모바일 OS 및 20여개의 스마트폰이 지원하고 있는 중입니다.

애플과 구글 그리고 스카이훅은 다양한 위치 메타 정보를 이용하여 어떤 장치의 위치 정확성을 높혀 좀더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위치 정보법,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아이폰이 이 기능을 빼고 출시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한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에서도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법적 제약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상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잘 읽어 보면 해석에 따라 문제가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위치정보”라 함은 이동성이 있는 물건 또는 개인이 특정한 시간에 존재하거나 존재하였던 장소에 관한 정보로서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2호 및 제3호의 규정에 따른 전기통신설비 및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이용하여 수집된 것을 말한다.
2. “개인위치정보”라 함은 특정 개인의 위치정보(위치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의 위치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합하여 특정 개인의 위치를 알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즉, 법에는 위치 정보와 개인 위치 정보를 명확하게 나누어 정의를 합니다. 그런데, 각 조항에 들어가면 이 두 가지가 혼재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위치 정보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주로 부과되는 의무 및 권한은 “개인 위치 정보”를 다룰 때에만 해당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허가 과정의 시행령을 보면 여전히 구분이 명확치 않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우리 나라에서 ‘위치 정보’와 ‘개인 위치 정보’가 거의 동일시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이 만들어진 주요 원인이 이동 통신사가 GPS나 자사의 무선 기지국 정보를 이용해 위치를 파악한 후, 콘텐츠 공급업체(CP)에게 주어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즉, 이 법의 주요 수혜자는 이통사(정보사업자)와 CP(서비스사업자)였습니다. CP들 역시 이통사로 부터 휴대폰 번호와 같은 가입자 정보를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개인 위치 정보”를 다루고 있어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 그러면 애플이 받으려는 데이터는 “위치 정보”일까요? “개인 위치 정보”일까요? 당연히 위치 정보입니다. 애플은 폰 제조사이기 때문에 가입자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가입자 개인 정보는 이통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애플은 개인 식별의 조합이 불가능합니다. 애플은 “개인 위치 정보”를 가질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면 “위치 정보의 수집”만으로도 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지금으로서는 방통위가 그런 유권해석을 내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이 부분에서 모두 걸리게 됩니다.

위치정보 법을 아이폰에 적용하듯이 적용하면 구글의 래티튜드 서비스가 동작하는 윈도모바일 등 다른 스마트폰이나 아이팟터치도 당장 판매금지되야 할 겁니다. 그리고 비슷한 서비스가 동작하는 PC들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법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는데… 이찬진 대표 Twitter 중에서

법 조항에 보면 위치 정보는 사용자의 동의만 있어도 수집 가능합니다. 아이폰 역시 위치 정보 이용 시 사용자의 동의를 받으며 제공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다른 유권해석을 내려도 된다고 봅니다.

제15조(위치정보의 수집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제29조의 규정에 의한 긴급구조기관의 긴급구조 또는 경보발송 요청이 있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특히, 이 법의 목적 중 하나인 긴급 구조와 같은 경우, 애플에게 요청을 하더라도 사용자 식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치를 얻어 줄 수 없습니다. 만약 애플이 사업자로 신고를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법규정에 의한 요청에 응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위치 정보” 수집만 하는 경우에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면 이는 창의적인 서비스를 막는 또 다른 규제가 될 것입니다.

내일(월) 방통위가 전원 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심의한다고 합니다. 본격적 무선망 개방 시대에 맞추어 법에서 모호한 “위치 정보”와 “개인 위치 정보”의 수집에 대한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려 주어야 할 것입니다.

과도한 국내 산업 보호?
우리 나라 무선망 개방이 더딘 이유는 기존의 이통사-CP 체제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전면 개방되되면 이통사가 시장 주도권이 놓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통사가 아이폰 도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국내 위치 기반 서비스(LBS) 사업에 대한 보호 문제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LBS 산업 규모는 시장 규모에 비해 세계 최대입니다. 과거에 해외 출장을 가서 렌트를 해보신 분은 우리 나라 네비게이션의 품질이 얼마나 높은지 다들 체험해 보셨을 겁니다. (물론 지금은 미국 사람들이 아이폰이 네비게이션으로 쓰고 있습니다만…) 방통위에 허가를 받은 위치 정보 사업자와 서비스 사업자가 170곳이 넘을 정도입니다.

이통사의 측면에서도 자사의 무선 기지국 정보가 넘어가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고, 그게 애플의 LBS 서비스에 직접 이용된다는 점도 사실 그리 탐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폰제조사이면서 LBS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역차별을 받으며 포털 역시 지도 서비스에 적극 투자하는 입장에서 마찬가지이죠.

아이폰 출시는 이통사 중심으로 폐쇄된(Wall-garden) 무선 인터넷 산업의 변화에 단초를 줄 많은 시사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고질적 문제는 나올대로 다 나왔습니다. 과도한 데이터 요금제, 풀 브라우징 , 웹 표준 및 인터넷 뱅킹 문제, 위치 기반 서비스 문제 등등… 적어도 아이폰 때문에 생각할 점은 많아진 셈입니다.

특히, 위치 기반 서비스에 개인 식별 정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듯이 위경도 좌표를 넣는 것 뿐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위치 기반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위치 정보를 비롯한 개인 정보를 함께 수집 하는 것은 여전히 규제를 해야 합니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관리나 규제의 오버헤드만 지는 셈입니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보다시피 아이폰이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극적으로 성공한 경우는 드뭅니다. 너무 걱정 하지 않고 우리가 이 문제를 잘풀어서 연착륙 시키면 국내 산업이 더 활성화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앞서 GIS학회 연구회 자리에서 저는 “특정 개인을 식별하지 않고 오로지 위치 정보의 취득과 그로 인한 서비스는 장려되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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