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자기 검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비판한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입니다. 어제 네이버 한 게시판을 예를 들어 웹 개발자들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글을 썼는데 이에 대해 두 가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하나는 동종 업계인데 조용히 이야기 해 주지 왜 대놓고 비판하냐는 것과 왜 표현을 그렇게 격하게 하느냐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반응의 공통점은 문제 본질 보다는 표현 혹은 처리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곁가지로 흐르는 가장 흔한 케이스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지키는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적어도 특정 개인을 고정해서 공격성 글을 쓰거나 비속어 혹은 비아냥 거림의 비난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의 모든 비판의 대상은 회사나 서비스 같은 비인격체들입니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제가 다니는 다음을 비롯해서 네이트, 네오위즈, 넷피아, 보안업체 심지어는 작디작은 벤처 기업까지 기술적 비판을 했었습니다.

링크를 꼭 읽어 보십시오. 이런 글을 보면 그동안 비판의 수위가 비슷했을 뿐 아니라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도 하셨을 겁니다. 아닌 분도 계시겠지만요.

hof님이 지적 하신대로 그 서비스를 만든 당사자가 보았을 때 맘이 상할 수 있으니 표현을 좀 더 유하게 할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자기가 하는 일이든 만든 서비스든 다니는 회사든 인격체가 아닌데도 자신과 동일하다고 이입 시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것 혹은 다니는 회사에 잘못이 있거나 실수가 있으면 고치거나 바꾸도록 요청하면 그만이지 감정을 느낄 인격이 아니잖아요. 막말로 오늘 당장 제가 다른 팀으로 옮기거나 회사를 그만두면 정작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되버리니까요. 물론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논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가급적 그걸 잘 분리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만약 당사자라 하더라도 외부에서 기술적인 오류를 지적 받았다고 해서 고과에 영향준다거나 하는 회사가 있다면 오히려 나오는게 좋을 겁니다.

두번째로 이 사안에 대해서 동종 업계에서 왜 조용히 고치도록 알려 주지 않았느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분명히 동종 업계끼리 공식 혹은 비공식 채널을 열어서 이야기할 기술적 이슈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CTO Staff으로 있는 동안에 양사 비공식 채널이 되어 직접 그러기도 했었구요. 지금도 대외적인 협력이나 그런것에 대해 그러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코드 리뷰 정도의 이런 사안을 경쟁사 직원이 알려 주는게 과연 적절할까요. 다른 사이트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문제라고 언뜻 생각이 들었는데 상대가 경쟁사니까 입을 막는게 바람직할까요. 게다가 자기 회사 서비스도 똑같은 문제가 있으면 제가 책임을 지고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똑같은 경우가 사내에서도 흔히 일어납니다. 비슷한 문제를 사내 게시판에 쓰면 꼭 듣는 반응 입니다. 왜 직접 연락해서 해결 하지 않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느냐? 만든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봐라는 역비판이죠.

버그나 장애에 대해 제가 직접 담당자를 수소문해서 찾는 비용을 들여 고쳐야 할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그러지 말라고 게시판이라는 대화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이야기 할 게 생겼을 때 큰 비용 없이 쉽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이 빠를 수 있다는 대전제가 있는 것이죠.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저의 글이 무가치하고 제가 했던 비판이 쓸모없다면 점점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게 마땅할 것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개인적 인격 모욕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 글만으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스스로 검열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 블로그의 구독자수가 14,000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글의 여파가 굉장히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 블로그는 상당수 솔직함을 기반한 글로 성장해 왔는데, 앞으로 틀에 박힌 젊잖은 글만 써야할 압박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동종업계에 있는 channy, 같은 학계에 있는 channy, 잘 아는 사람 channy 이런 저런 요인으로 제가 검열을 시작하는게 그게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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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채널은 광고를 비롯 어떠한 수익도 창출하지 않습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This channel does not monetize via any advertising.)

여러분의 생각 (17개)

  1. hof 댓글:

    우리회사든 다른 회사든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비난을 하지 마시라는게 아니고요, 같은 의사를 전달하더라도 표현과 수위, 톤을 다듬어주시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뜻이었어요. 트위터도 쓰시는 쿨짹님이 예전에 한번 미투데이에 하셨던 말씀이 전 많이 찔렸었거든요. 정확한 문장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하다는것과 배려없음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말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검열이 아니라 태도나 톤의 문제라고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2. Channy 댓글:

    @hof, 만나서 말을 하지 않는 이상 글에서 태도와 톤에 대한 부분은 적절히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보는 사람마다 다르고 일단 색안경을 끼기 시작하면 특히 그렇구요. 게다가 다들 울컥하셔서 글을 쓴 저 개인에게도 모욕을 주시잖아요. 좀 알려진 블로거라는 것 때문에 전 그런것도 다 참아 준다니까요.

    솔직히 특정 개인을 들어 모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쓰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비인격체에 어떤 태도나 톤의 문제라는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3. neocoin 댓글:

    현재 복수의 정치 행태가 자연스럽게 퍼저나가는 모습인 것 같아서 씁쓸하군요.

    최고 단계인 자기 검열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 사회 전체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4. nemiso 댓글:

    전 차니님을 좋아하지만 몇몇 안티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블로그 글에 차니님이나 Daum이 해왔던 실수나 그로 인해 얻었던 교훈들도 조금 공유하신다면 좀더 균형잡힌 블로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5. 나니 댓글:

    자기 검열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6. 강창우 댓글:

    차니님 블로그 종종 들려보곤 하는데요.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과 지적당하는 사람의 입장이 서로 다른건 당연하겠죠.
    제 생각도 특정 회사이름을 거론하지 말고, 이를테면 한 유명한 웹사이트에서도 이렇더라는 식으로 언급을 하셨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차피 그래도 아실 분들은 다 아실테고…
    당사자도 역시 이렇게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을테고…
    어쨌거나 이미 벌어져버린 지난 일이고 하니 적당한 선에서 덮으시고, 역시 문제점들을 지적하실 때도 적당한 수위로 하시면 더 나을 듯 싶습니다.
    너무 적당한가요? ^^

  7. 레블 댓글:

    말씀하시는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비인격체를 대상으로 비판을 하더라도 그 비인격체의 비판받은 부분을 담당하는/개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정이입이 가능한거 아닐까요. 글쎄요 저 같은 경우도 제가 개발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감정적으로 안좋을것 같네요. 그런 상황에서 충분히 훈련이 덜된 탓인지 모르지만 항상 객관적이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게 쉽진 않은거 아닌가요? 게다가 그 비판한 부분이 개인정보의 영역에 포함되는 민감한 부분이라면 충분히 악용하려는 사람도 있을텐데 말이죠.

  8. cybaek 댓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적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지적’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적’을 해서 듣는 쪽이 고치기를 바라는 것 아닌지요? 챠니님이 전과 같은 글을 올리는 목적이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후자라면 ‘지적’을 ‘조언’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조언이 일방적 혹은 단방향이라면 조언일까요? 듣는 사람의 눈높이, 마음 등을 고려해서 말을 해야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챠니님의 이번 글을 보면 ‘나는 지적한다. 프로라면 잘 받아 들여라’로 보입니다.

  9. 죠커 댓글:

    목적이란 것은 결국 진정성인데 우리나라에 과도하게 종교같습니다. 진정성을 따져서 넌 왜 이렇게 이야기하느냐, 너는 무슨 손익이 있느냐 쪽으로 넘어간다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무의미한 토론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장이 내용이 무엇이고 근거가 무엇이냐 입니다.

  10. 참견 댓글:

    저도 구독자입니다만, “기분 나쁘니 그렇게 쓰지 말라, 조심하라”고 하는 구독자들은 그냥 구독을 끊으시기 바랍니다. 구독은 구독을 하려고 한거지 검열을 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여기가 무슨 테크크런치도 아니고 광고 한줄도 붙어있지 않은 개인 블로그인데 단지 구독자 신분으로 이래라 저래라 감놔라 배놔라 하고 있으니 다들 아예 상식이 없는듯 싶군요.

    “그렇게 말하면 기분나쁘다”는 주장은 당신들 개인 생각일 뿐입니다. 그런 식의 표현법 때문이 이 블로그 찾는 사람도 꽤 될거란 생각은 안합니까? 왜 그렇게 이기적이고 못났습니까?

    솔직히 차니님이 제가 다니는 회사 노골적으로 비판하면 전 오히려 기쁠거 같은데, 다들 애사심이 ‘빠’ 수준인 듯?

  11. 쟈스틴 댓글:

    hof// 저~기 윗부분에 보면 태도나 톤의 문제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가장 흔한 형태라고 하면서 “이 두 가지 반응의 공통점은 문제 본질 보다는 표현 혹은 처리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곁가지로 흐르는 가장 흔한 케이스입니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든것 비판이든 비난이든 누군가 하는거 기분나쁘지요. 저도 그렇구요. 제가 읽었던 channy님의 글은 그저 사례를 네이버로 들었을 뿐입니다. 그걸 구글로 바꿔놓는다면요? 그걸 다음으로 바꿔놓는다면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사례를 들어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개발자들은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라고 지적하는게 그렇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문체가 어떻든지간에요. 문체가 기분나쁠 수 있겠지요. 당사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삼자 입장에서는 그닥 그 불평이 와닿지 않던데요.

    외려, 네이버 개발자분께서 오바하셨다고 봅니다.

  12. 마코토팬더 댓글:

    예전에 (위에도 링크해두신) 네이트 서플 서비스에 대한 코멘트를 보고 잠시 뒷골이 땡겼던 기억이 납니다.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라는 코멘트는 좀 너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기술적인 비판과 비아냥거림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는 충고는 좋지만, 모양새가 어떻든 그것을 만드느라 애쓴 사람들이 우스워지는 감상의 코멘트는 없었으면 좋겠네요.

  13. pcpenpal의 생각…

    Channy 님 정도의 글만으로도 도대체가 격하다느니 무례하다느니… 이거 뭐 대한민국에서 피곤해서 글 쓰겠냐….

  14. 레블 댓글:

    주제넘은 소리입니다만, 저는 챠니님의 이런식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오히려 더 문제가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과거에도 몇번 느낀거지만, 쓰신글에 대해서 사람들이 댓글을 올리면 보통은 한두명의(간혹 유명블로거로 보이는 사람) 의견에 대해서만 피드백을 하시더군요.
    (오늘도 그러네요. 우연인지 모르지만)

    보는 입장에선 ‘어쨌든 난 내 할말만 할테다’ 정도로 보여져 편치 않더군요. 물론 모든 글에 반응을 할 의무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자신의 글에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담론이 오갈때에는 언급하신대로 14,000명의 구독자를 가진 파워블로거시라면 그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도 간혹 보여주는게 어떨까 생각합니다만..

    뭐 역시 주제넘은 소리였습니다.

  15. Channy 댓글:

    @레블, 제 블로그 구독자들이면 잘 아실텐데요. 저는 댓글에 답을 안다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시간이 허락해서 꼭 답을 달아야 겠다고 생각되거나 명시적인 질문에 답을 달긴 하는데, 그게 안면이나 알려진 블로거라서 그런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예전에 한번 쓴적이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제 글과 이런 답글들이 전체가 어우러져 글을 읽는 분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게 되면 제 글의 목적이 달성 되는 것입니다. 이 블로그는 제가 주관적으로 쓰는 공간이지만 다른 분들이 답글을 통해 객관화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답글도 그만큼 값이 있는 글이라고 보고 있는데, 제가 답을 달면서 내용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구요. 물론 귀차니즘도 그렇고 시간의 여유도 좀 그렇구요. 일종의 블로깅 정책같은 건데 오해없으셨으면 합니다.

  16.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또는 동료라면 기술적 비판을 만인이 보는 게시판에다가 적는 것보다는 그 말씀하시는 “비용” 이란 걸 좀들이더라도 수소문해서 잘 처리하는 게 좀 더 상수가 아닌가 합니다.

    게시판에 글쓰고 다듬는 시간이랑 전화몇통 해서 담당자 찾아내는 것 사이에 얼마나 비용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_^;;

  17. 뎡야핑 댓글:

    자기의 창작물에 대한 동일시, 애정이 있는 거면 더더욱 거리 유지가 힘들지만 말씀에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