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도착한 후 입국 심사를 받을 때 건강문진표를 제출하였습니다. 사스 1단계 조치로 중간 중간 체온을 재더군요. 홍콩공항에서 도착(Arrival)출구로 나오면 바로 원형 부스가 있는데, 거기서 홍콩의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와 공항고속철도(Airport Express Line) 열차표를 구입했습니다.
$50 보증금에 $100을 충전했구요. AEL은 구룡역까지 왕복표(Round-trip)으로 할인된 $160에 끊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공항버스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 못하면, 1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AEL을 타보니 시간도 절약되고, 각 역에서 호텔까지 연결되는 무료 셔틀을 이용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AEL 강추입니다.
호텔이 구룡반도이면 구룡역에 홍콩섬이면 홍콩역에 내리면 됩니다. 공항에서 To Airport Train이라는 간판을 따라가면 바로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기차를 탄지 한 20분 정도 지나니 창이역을 지나 구룡역에 도착하였습니다. 트인 바다와 빼곡한 고층 아파트, 산 위에 지은 빌딩을 보니 홍콩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구룡역에 내리자 마자 게이트를 나오면 무료 셔틀 버스를 탈 수 있는 쿠폰을 줍니다. 이걸 꼭 받고 한층을 올라가니 K1~K6까지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구룡역은 홍콩의 지하철인 MTR도 함께 있는 큰 역입니다.
K1버스를 타고 조단(Jordan)역과 KCR역을 거쳐 하버플라자 메트로폴리스 호텔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를 타자 처음 느낀 것은 일본처럼 운전석과 통행 방향이 우리나라와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늦가을 날씨인데도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 댑니다. 긴 옷이 필수적입니다.
지수 엄마는 시내를 보며 “홍콩영화에서 봤던 풍경이네” 하면서 즐거워합니다. 홍콩시내는 거의 2차선 도로에다가 좁은 보도와 횡단보도에 사람이 많아 매우 혼잡해 보입니다. 나탄로드를 비롯해 몇 개의 4차선 도로를 제외하면 모두 2차선이거나 일방 통행 도로입니다. 그럼에도 시내는 매우 깨끗하고 활기차면서도 안정되어 보였습니다.
호텔 도착
오후 3시쯤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객실도 깨끗하고 트윈베드와 소파베드 (소파가 나중에 침대로 됨)가 있는 방으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무엇 보다 좋은 점은 전자렌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간 터라 큰 햇반과 컵라면을 주로 해서 간식으로 바나나와 검은콩우유, 빵 종류를 준비해 갔습니다. 쉽게 햇반을 데울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물론 홍콩에 왔으니 홍콩음식을 맛봐야 하겠지만 아이들은 향신료가 진하고 입맛에 안 맞는 음식 때문에 탈 나는 것 보다는 먹을 수 있는 것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아이들 컨디션에도 맞았던 것 같습니다.
구룡반도의 하버플라자는 우리가 묵은 KCR역 옆의 메트로폴리스와 홍홈 바닷가 옆의 하버플라자 홍콩이 있습니다. 홍홈 호텔은 바다가 바로 인접해 좋은 반면 번화가인 침사추이까지 나오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메트로폴리스는 바로 옆에 중국에서 오는 철도인 KCR의 종착역이 있고, 바로 옆에 메트로 센터라는 쇼핑몰이 만들어져 있어 구경할 만 했고, 20분마다 침사추이의 중심부인 한카이로드 까지 가는 호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대략 5분에서 10분사이 인데다 7시 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하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페리를 타다
짐을 풀고 나서 호텔을 나섰습니다. 오늘의 첫번째 관광지는 빅토리아 피크입니다. 홍콩에 오면 다들 꼭 가보는 곳이죠. 셔틀버스가 한카이로드에 내려주었습니다.
지도를 보니 YMCA가 바로 옆에 있고 살리버드로드 주변이었습니다. 이 도로는 좀 넓은 도로군요. 페리를 타기 위해 YMCA를 지나니 Subway라고 적혀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을 뜻하는 게 아니라 지하도를 의미합니다.
지하철은 MTR이라고 해서 사람이 만세 부르는 것 같은 붉은색 상형문자의 간판을 찾아야 합니다. 지하도를 건너자 버스가 많이 서있는 정류소 뒷편으로 페리 타는 곳이 보입니다.
대개 홍콩지도에 축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거리를 짐작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무지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룡반도의 중심가인 침사추이 일대는 서울의 강남역에서 선릉역까지 정도의 거리입니다. 건물밀도가 높고 도로가 좁긴 하지만요. 페리 부두에서 중환(Central)행을 타고 한 10분정도를 가니 마천루 건물들이 가득찬 센트럴이 나왔습니다.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유명한 페리는 $2.2로 매우 저렴합니다. 페리를 타니 홍콩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 번은 아니지만 한번은 꼭 타봐야 겠네요.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로
페리에서 내리자 마자 빌딩숲이 보이고, 15C번 버스 타는 곳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네요. 이 버스는 약간 낡은 2층 버스인데 2층에 뚜껑이 없는 것이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구부러진 언덕길을 위태 위태 멋진 운전 솜씨로 한 바퀴 돌고 Peak Tram 타는 곳에 내렸습니다. 피크 트램은 약 40도 정도의 경사를 가진 산을 타고 올라가는 2개의 열차입니다. 옥토퍼스 카드가 있다면 줄을 서지 않고 찍고 들어가면 됩니다. 올라가면서 홍콩섬의 빌딩들이 잘 보이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에 도착하자 마자 에스켤레이터를 타고 L7의 전망대로 갔습니다. 안개가 좀 끼여서 야경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백만불 짜리 홍콩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 앞에 피크 갤러리아라는 빌딩에는 추천 받은 카페 데코(Cafe Deco)를 비롯해서 음식점과 쇼핑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카페데코에서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맥도날드에서 빅맥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감자와 햄버거를 무지 좋아해서 나름대로 부담 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물론 홍콩음식, 중국음식 먹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식으로 인해 짧은 여행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까요. 여행 기간 동안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맥도날드는 추천 하지만, 자주 보이는 KFC는 안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피크에서 내려올 때는 15번 버스를 탔습니다. 이것도 역시 강추입니다. 다시 트램을 타고 내려 오는 것 보다는 구비구비 내려오는 버스를 타고 홍콩섬 야경도 보고 홍콩사람들 사는 집도 보는 게 꽤 흥미로왔습니다.
센트럴역이라고 내렸는데.. 어디가 어딘지. 이럴땐 제일 좋은 것이 물어보는 것입니다. “Where is Central MTR?”, “Over there.” 바로 코앞에 놓고 찾고 있지 뭡니까? 홍콩은 MTR 간판이 숨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잘 찾아야 하고 잘 모르면 꼭 물어봐야 합니다. MTR을 타고 침사추이로 왔습니다.
센트럴역과 금종역은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MTR과 구룡반도로 가는 MTR을 서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처럼 갈아타는 곳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노선표를 잘 보고 기차를 타야 합니다. 또, MTR은 역을 지날 때 마다 요금이 올라가므로 요금 계산을 잘해야 합니다. 센트럴에서 금종(Admiralty)까지는 6$, 침사추이 까지 $15 이런 식입니다.
따라서, AEL을 타고 MTR을 많이 탄다면, 공항에서 옥토퍼스 카드 보다는 투어리스트 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뭐 그럴까 생각하시겠지만, 실제 홍콩에 와 보시면 노선 잘 모르고 체증 막히는 버스 보다는 MTR을 더 많이 타게 됩니다. 오션파크나 스탠리쪽으로 가는 경우만 버스를 타고 나머지 관광은 MTR을 타고서 다 둘러 볼 수 있으니까요.
침사추이 둘러보기
금종역과 침사추이역은 하버를 가로지르는 지하터널이기 때문에 다른 역간 길이보다 좀 더 깁니다. 침사추이역에 내려서 C1으로 나오니 홍콩 특유의 거리가 이채롭습니다.
골목 같은 도로에 많은 사람들 여러 언어의 간판과 네온사인, 중국 전통과 이국적인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었지요. 대기중인 무료 셔틀을 타고 호텔로 돌아오니 저녁 9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침사추이 이스트의 도로를 따라 홍콩섬의 끝내주는 야경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수많은 빌딩을 야경만을 위해 만들지는 않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홍콩에 투여된 막대한 서구 자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아이들이 피곤할까 봐 좀 일찍 들어와서 밤참을 먹이고 홍콩에서의 첫날밤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