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에 왔습니다

입사 3년만에 찾아온 안식 휴가를 보내기 위해 중국 연길에 왔습니다. 휴가라기 보다는 이곳 연변과학기술대학 계절 학기에 MIT, U.Mass 등 보스턴에서 공부하는 몇몇 대학원생들과 팀을 이루어 ‘인터넷 공학’ 강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와 연변과기대는 오랜 인연이 있는 터라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다행히 좋은 기회가 생겨 연길에 와서 기적의 현장을 볼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연변과기대는 첫 중외 합작 대학으로 각국의 후원자들에 의해 전액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대학입니다. 하지만 올해로 15년이 된 이 학교의 교수진들은 헌신적인 봉사의 사명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그 경쟁력이 매우 높은 학교 입니다.

기본적으로 영어, 중국어, 조선말이 병행되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이 높고 조선족 중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들어 옵니다. 특히 한족 중에서도 영어를 비롯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많이 입학하기도 합니다. 언어와 컴퓨터와 같은 실용 학문과 더불어 담임 교수제와 기숙사 제도, 정직 운동 같은 인성 교육은 한국의 한동대와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매 여름 마다 한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 백명의 사람들이 물과 전기도 열악한 이곳에서 계절 학기 수업, 농촌 봉사, 교환 학생 등으로 보내기 위해 자원 봉사자로 오고 있습니다. 여름 학기 내내 이곳에서는 중국인, 조선족, 한국인, 러시아, 몽골, 미국과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인터넷 공학 첫 주는 웹의 역사와 철학, 웹 개발의 요소와 원칙, 웹2.0과 오픈 API 등을 소개해 주는 시간입니다. 몇몇 출판사들이 협찬해 준 따끈따근한 IT관련 서적과 몇몇 인터넷 기업들이 후원해준 선물들도 한아름 나눠 줄 수 있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첫 수업 시간에 공학관 건물 전체 전원이 나가는 황당한 일이 생겨 잠시 당황했지만 학생들은 자주 있는 일인 듯 개의치 않는 모습에 더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여기는 물 사정도 안 좋아 물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다행히 여러 한국 기업들의 후원으로 실습 환경이라든지 강의 환경은 꽤 잘되 있었고 학생들도 계산기 공정 및 통신 공정(컴퓨터 공학부) 모두 조선족들이었습니다. 이 학부는 3학년 1학기면 취업할 친구들은 이미 회사가 결정될 정도로 수요가 넘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숫자가 한국 국내나 미국 대학원으로 진학을 하기도 합니다.

7~8년 전 회사에서 한동대 교환 학생으로 온 친구들을 인턴으로 받을 때만 해도 키도 작고 통통한 학생들을 연상했는데 지금은 모두 키도 크고 이쁘고 한국 대학생들과 비교해서 외모는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한국 학생들 보다 더 순진하고 예의 바르고 수업이나 숙제가 많아도 불평없이 잘 제출 합니다. 학생들은 세부 전공을 기본으로 기초 학부때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각종 언어와 컴퓨터 및 교양 등 160학점을 이수해야만 졸업이 가능합니다. (160학점은 과거 특성화 공대에서만 있었던 것으로 학부제가 기본인 현재 한국 대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요.)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고 밤늦게 까지 숙제와 프로젝트 과제와 씨름을 합니다. 특히, 계절 학기 수업은 3학점 수업을 매일 2시간씩 들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두 과목을 듣고 있어서 매일 4시간 수업과 과제로 방학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 입니다.

학생들과 매일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으며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젊은 연변 조선족으로서 정체성과 미래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과 노력 속에서 오히려 한국 대학생들 보다 더 밝고 희망찬 미래가 보인다고 하면 억지는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젊고 발랄한 대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 저도 많이 젊어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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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2개)

  1. 정주고 댓글:

    선물들 중에 델 박스에 들어있는 책들이 탐이 나내요…그리고 폰공유기가 있내요. 공유기 대전대 컴공과 중심에 달아놓았습니다^^..아무튼 쭈욱 휴가 잘 보내시고요 생생한 이야기 많이 전해주세요. :)

  2. 정진호 댓글:

    네. 정말 멋진 일을 하고 계시군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세요~ :)

  3. 아거 댓글:

    안식 휴가라는 것도 있군요… 좋은 회사입니다..
    좋은 시간되세요…

  4. kwangsub 댓글:

    아고 왜 짠한지모르겠네요…
    좋은 일 많이 하시고 건강히 돌아오세요..

  5. […] 3년만의 안식휴가를 맞아 연변과학기술대학 계절 학기에 ‘인터넷 공학’ 강의를 하고 돌아오신 Channy님께서 번역한 『DOM 스크립트』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자바스크립트나 단순히 DOM스크립트를 가르쳐 주기 위한 레퍼런스 북이 아닙니다. 웹 표준의 사용과 당위성을 보여주었던『실용예제로 배우는 웹 표준』처럼 어떻게 하면 자바스크립트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 구조/표현과 동작을 완벽히 분리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어떻게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아주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

  6. 정원혁 댓글:

    power of access를 한껏 체험하는 기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학생들에게 도움 주는 기간일 뿐 아니라 형제님께 은혜가 넘치는 기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7. ㅎㅅ 댓글:

    수고하셨네요~
    저는 YUST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김성훈 박사로 부터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뵙고 싶었는데..
    사정이 있어 그때 제가 한국에 갔다 오느라 만나지 못했네요.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리고, IT를 통해 조선족의 좋은 영적인 영향력들이 중국 주류사회에 퍼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승리하시길.. -ㅎㅅ-

  8. 파아 댓글:

    YUST에서 강의도 하셨군요. 매일 ZD넷에서 교수님의 얼굴 뵈었었는데
    곁에 계셨는걸 몰랐습니다. 저도 유스트에서 근무하는 사람입니다.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9. hoogle 댓글:

    저의 모교에 다녀와주시고 강의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

  10. 추나 댓글:

    저도 올 여름 유스트에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아름다운 캠퍼스와 이쁜 얼굴들, 고마운 분 한분한분의 모습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내년이 기다려집니다.

  11. 철희 댓글:

    저도 지금 과기대에 봉사차왔다가
    이제 곧 이번주말이면 떠납니다.. ㅠ_ㅠ
    여름학기에 왔다가셨군요
    이렇게 또 과기대 관련 포스팅을 보니 반갑네요~

  12. 매화 댓글:

    전 과기대졸업생인데… ^^ 반갑네요~
    항상 봉사오신분들 너무 감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