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건강합시다!

살면서 한두 번은 인생관을 바꿀만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에게 가장 큰 전환은 20년전에 있었습니다. 삶의 자세를 바꾸는 계기였죠.

2001년 10월 급성 골수염으로 한 달 넘게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몸속의 일부 세균이 엉덩이 부근 근육과 뼈에 광범위한 급성 염증을 일으켜, 고열이 며칠 간 진행되는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병상 일기의 일부입니다.

생전 처음 제대로 병원 신세를 졌다. 해보지 않은 첫 경험을 많이 했다. 아예 일어나지 못해 119에 실려 병원으로 왔고, 며칠 간 39.8도의 고열, 통증을 참기 힘들어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 몽롱했던 이상한 기억, 종합병원 ER(응급실)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샘을 했는가 하면, 수 많은 피검사와 함께 물 2리터 벌컥벌컥 마시면서 CT를 여러 번 찍었다.

다행히 원인을 발견했다. 면역이 떨어진 탓에 세균의 공격을 받았던 것. 병 난지 첫 주는 고열과 통증으로 누워있었고, 2주째 열이 떨어지고,3주째는 좀 움직이고 정신 차릴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근육과 뼈의 염증이 가라앉고, 고름을 빼내는 시술만 몇 번하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매일 하는 일이 수차례 팔에 주사 바늘 꼽기다. 피를 뽑던가 항생제를 맞던가… 힘든 거라면 2-3일만에 항생제를 맞는 혈관 주사 바늘 계속 옮기는 일인데, 그나마도 간호사들이 잘해 주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는 병원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래도 환자 노릇이 이처럼 힘든 것인 줄 몰랐다. 건강하게 살아왔던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정도다. 병은 조금 위험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재충전할만한 시간까지 주는 병이라서 감사하다. 이제 삶을 다시 다잡아야겠다.

2001년 11월 1일 오전 6시

장장 5주간 항생제 치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마지막 주는 집 근처 응급실이 있는 일반 병원에서 하루 3차례 항생제를 맞고 완치되었습니다. 그 때 다짐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20년전) 맞고 남은 항생제 앰플을 버리지 않고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치료 후 남은 인산 클린다마이신 항생제 앰플

주치의가 병의 원인에 대해 해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병을 일으킨 세균은 일반적으로 몸에 있는 건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성이 떨어지면 몸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한다고 합니다. 당시 저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고작 20대 후반이었는데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온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회사 내에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었죠.

한 달이 넘게 병가를 내면서 “내가 없으면 회사는 어쩌나?”라는 걱정과 달리 회사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잘 돌아가고, 팀장들은 맡은 바 일을 잘 해내었습니다. 저 혼자 아둥바둥하다가 병까지 얻었으니 참 무안한 일이었죠. 그 이후로, 저는 회사의 많은 업무 권한을 위임하고, 좀 더 유연하고 객관적으로 사업을 보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당시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와이프는 제 투병으로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이 후로는 일보다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20대에 회사를 경영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조직의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게 아니라 하기 싫은 뒤치닥거리와 해결하기 힘든 골치거리만 늘어간다는것을… 빨리 올라가면 언제나 빨리 내려온다는 것을. 30대에 저를 여유롭게 만들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저의 20대는 정말 워크홀릭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배우고 만들고 달렸죠. 하지만 30대의 삶은 가족이 중요했습니다. 아마 다시 워크홀릭이 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우리 애들이 스스로 독립할 그 때가 아닐까 싶네요. 40대에 접어들어 돌아보니 저에게 삶의 여유와 의미를 가르쳐준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나의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 중에서

그 후 20년 동안 제 삶의 중요한 원칙은 건강과 가족을 우선에 두고, 일과 삶을 잘 조화하면서 돈에 욕심 부리지 않고 나의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에서 말한 원칙을 세워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의 건강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기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침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가족들과 재미있게 보낼 거에요. 학교로 일로 각자 다니다, 작년 초부터 거의 24시간 같이 지내고 있는데, 이 시기가 나중에는 가족으로서 행복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기억되기 위해 노력할려구요.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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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3개)

  1. 한종원 말해보세요:

    석찬님, 오늘 생일이시군요 :)
    생일 축하드려요 🎉 🎂
    행복한 새해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2. 송민섭 말해보세요:

    20년 전 차니님의 투병기가 저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네요.

    차니님, 2021년에도 건강하고 가족들과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3. 손명룡 말해보세요:

    실장님, 생일 축하 드려요. ^^
    그 때 모든 회사 사람들이 정말 많이 걱정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사진이 그 때 맞으셨던 앰플이로군요!!

    항상 삶에 열심인 실장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늘 실장님과 실장님 가족분들께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

    저는 예전에 알고 계신 에이전시 임원으로 있다가 건강을 크게 상하고 나서 잠시 휴식기를 가진후에 현재는 몇 년째 친구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기획팀장으로 조용히 일하고 있어요. 요샌 앨범 작업 하면서 음악이라는 취미에 몰두해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