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3월에 새출발이라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제 신상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 두 학기째 접어들고 있으니 이제 시작했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전일제 학생으로 서울에 올라와 있다 보니 이제 다시 업계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더군요. 이 글을 쓰는 목적은 혹시 만났을 때 레파토리를 위해서 입니다. 제 트위터를 보시면 더 현장감 넘치는 Talk Repertory를 만날 수 있지만요…

저희 연구실은 연건동 서울대 치대에 속해 있습니다. 치과대 대학원생이 됐다는 말에 질문의 반 이상이 “이제 IT업계를 떠나는 것이냐?”입니다. 근데 소위 잘나간다는 ‘의전’, ‘치전’, ‘법전’같은 전문 대학원이 아니고 그야말로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일반 대학원입니다.

저희 랩은 쉽게 말하면 ‘의료 정보학’이라 할 수 있고 조금 어렵게 말해서 ‘의생명 지식공학’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 분야의 컴퓨팅 접목을 목표로 하고 전자 헬스케어(EHR), 디지털 병원에 시맨틱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합니다.

과거 8~90년대에 학교를 다니신 분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요즘은 학문간 경계를 넘어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분야간 학제적 연구가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시맨틱 기술이 일반 웹 세계에는 널리 퍼지진 못했지만 특정 도메인의 데이터 처리 및 지식 표현과 추론 등에 시맨틱 웹 기술이 이용되고 있고 의학 분야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시맨틱 기술이 이제 웹의 근본 속성이 된 사회적인 관계, 협업, 공유라는 데이터틀안에서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어쨌든 10년만에 다시 공부를 하려니 쉽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지도교수님을 비롯 연구실 사람들이 잘 도와 주고 있어서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30대 중반에 과감한(?)결정에 많은 분들이 부러워 하고 칭찬을 해주기도 하시지만 어떤 분들은 웬 학력 세탁이냐 혹은 어려운 시절인데 직장 때려치고 먹고 살만한가 부다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알파대디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보다시피 마치 돈과 시간적 여유가 많아 가족들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과도 비슷하겠죠.

사람이 어떤 것을 얻고자 할때 희생되는 ‘기회 비용’이 있는 법입니다. 학교로 오면서 가계 규모가 1/3로 축소되었고, 아이들과 주중에 떨어져 지내야 하며, 주중에 서울에서 홀로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야 합니다. 와이프도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자기도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우리 가족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무엇이든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는 잃게 마련입니다. 인생에서 나름의 가치 판단과 선택이 중요할 뿐이죠. 어쨌든 제가 하는 공부가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각오를 다져 봅니다.

p.s. 사석에서 치과 닥터로 전직할거라는 우스개 소리를 진짜로 들으신 분들은 마음 좋게 푸시기 바랍니다. 사실 제 치아 관리도 잘 못하는 사람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