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바람에 중요한 뉴스인데도 코멘트를 못 썼습니다.

Google이 On2 Technologies라는 회사를 1억 650만달러 (한화 약 2천억원)을 들여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했습니다. On2를 처음 듣는 분들이 계실텐데 바로 ‘동영상 코덱’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VP시리즈라는 이 코덱은 고화질 압축 기술이 자랑이고 Flash와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을 비롯해서 한국의 대부분 동영상 업체들이 이 회사의 코덱을 비싼 값에 사서 고화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요.

인수가 확정 되지 마자 Google은 On2가 주력으로 팔고 있는 VP7과 VP8 코덱을 오픈 소스화 하고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H.264로 기울고 있는 코덱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급부상하는 것입니다. On2는 2001년 VP3를 OGG라는 이름으로 오픈 소스화 했었고, Mozilla Firefox의 오픈 비디오(Open Video)의 기본 코덱이기도 합니다.

구글이 이 시점에서 왜 코덱 회사를 인수해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시장에 뛰어드는 걸까요? 바로 “오픈 웹” 시장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서 입니다.

최근 구글은 HTML5를 전략적으로 밀고 있고 이 중 오픈 비디오(Open Video) 부분은 자사의 웹 사이트인 ‘유튜브’와도 연계 되어 있습니다. 지난 Google I/O 때 Youtube에 대한 HTML5 시연을 보여 준적이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는 것이죠.

그런데 오픈 비디오의 가장 취약점이 뭐냐 하면 바로 ‘코덱’입니다. 대부분의 쓸만한 동영상 코덱은 모조리 특허가 걸려 있는 상황인데다 이 시장에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빅 플레이어들이 다 끼여 있습니다.

따라서 HTML5에서 OGG를 표준 포맷으로 지정하려던 것이 미디어 포맷 논쟁을 거쳐 유야무야 되었고 각 웹 브라우저 자체 판단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현재 상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Apple: H.264만 지원. (VP3-Ogg에 대해 3자 문제 제기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
  2. Opera, Mozilla: Ogg만 지원 (H.264에 대해 Apple과 같은 이유.)
  3. Chrome: H.264와 Ogg 동시 지원 (H.264에 대해서는 오픈 소스인 Chromium 에선 Mozilla와 같은 이유로 제공 불가.)
  4. Microsoft: 아무런 액션 없음

구글이 On2의 VP시리즈에 대한 완전 무상 특허(Patent-free)를 선언하고 오픈소스화 하면 지금까지의 이슈들이 일거에 해소 되는 상태가 됩니다. 즉, HTML5의 오픈 비디오의 장벽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죠.

때 마침 8월 5일 audio, video 태그를 지원하는 Google Chrome 3.0 Beta 버전을 출시 하였습니다.

동영상 코덱 영역에서 H264가 임베디드 디바이스를 비롯 IPTV 등 산업 전반에 쓰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허 문제에 여전히 걸림돌이 있고 각 상용 혹은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의 이해 관계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린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건 Flash 8의 전용 코덱으로 채택한 어도비입니다. 코덱이 무료로 풀리면 라이센스 구매 비용은 안들겠지만 장기적으로 플래시 비디오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죠. Microsoft 역시 실버라이트 클라이언트를 강하게 드라이브하여 점유율을 높이고, 동영상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웹 기반 동영상 시장에는 여전히 플래시 기반 호환 코덱(Flash compatible codec)이 우세인데다 On2 코덱의 오픈 소스화는 미디어 포맷을 웹 상의 남은 유일한 바이너리-플러그인으로 가져가려는 MS의 전략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파리는 좀 힘들 것 같지만) 구글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 같은 웹 브라우저들이 VP8을 오픈 비디오 포맷으로 내장하고 Youtube가 HTML5를 지원하는 경우 웹 기반 동영상 서비스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Firefox가 유럽에서 IE를 추월하기 직전인데다 비 IE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Daum tvPot 판도라 같은 국내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On2 코덱으로 거의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HTML5 지원이 바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웹에서 동영상 하나 볼려고 파폭 깔고 플래시 플레이어 깔고 실버라이트 깔고 퀵타임 깔고 리얼 플레이어 깔고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깔고 Xplayer 까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구글의 멋진 돈질(?)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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