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illa Firefox는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주 WIRED 잡지에 Is Firefox OK? 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한때 전 세계 15억명이 사용하고, 2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데스크톱에서는 4% 미만, 모바일에서는 0.5%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2005년 WIRED 잡지에 표지 모델로 파이어폭스 개발자 중 당시 고등학생이던 브레이크 로스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는데 격세 지감을 느끼게 하네요.

제가 Mozilla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하면서, Mozilla 1.0 한국어 언어팩을 공개한게 2002년 6월이니까, 올해가 꼭 20년이 되었는데 조금 암울한 소식입니다. 파이어폭스가 왜 이렇게 사용자가 줄어들었을까?라고 하면 많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하는 원인과 함께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웹 브라우저 기술 경쟁은 필수다

2004년 Firefox가 정식 출시된 후, 온라인에 더 많은 개방성과 더 나은 웹 표준을 요구하면서 개인 정보 및 보안을 형성하는 데 핵심이 되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2010년을 기점으로 Mozilla의 기조가 웹 표준 및 브라우저 엔진 기술 혁신 보다는 웹 다양성, 개인 정보 보호 같은 인터넷 건강성에 치우친 측면이 있습니다.

상당한 자금 및 인력 투자를 하는 상업 웹 브라우저에 대항하는 중요한 주제임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웹 개발자라면 파이어폭스 사용이 당연시 되고, 프론트엔드 개발을 한다면 브라우저 빌트인 기능과 파이어버그 같은 부가 기능은 필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웹 개발자들이 크롬으로 떠났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과거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높은 점유율을 가져간 시기에 웹 기술의 발전이 상당히 지연되었습니다. 지금은 크롬 기반 브라우저 엔진이 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고, 같은 계열인 사파리(Webkit)외에 파이어폭스(Gecko)와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더 없어진다면… 웹 기술 발전이 상당히 더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웹 기술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

파이어폭스를 개발하는 모질라 재단의 주 수입원인 구글 검색 계약이 2023년에 종료되면, 재계약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생존이 가능할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브라우저 점유율 감소는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그동안 여러번의 정리 해고를 하는 뼈아픈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인력도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나쁜 소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익이 줄수록 꼭 필수적인 일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고, 가장 우선 순위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파이어폭스 개발진들이 좀 더 분발해서, 새로운 웹 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실험하는 도구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것이 파이어폭스 고급 사용자들을 계속 유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최근 메타버스와 함께 WebXR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Firefox Reality 기술도 그런 대안 중에 하나입니다.

WIRED 기사에서 파이어폭스 제품 담당이 여전히 “개인화” 기능에 집중을 한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Brave, Duck Duck Go, Vivaldi, Tor 브라우저 처럼 개인 정보 보호에 중점을 둔 수많은 브라우저가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오픈 소스는 자생할 수 있다

Mozilla는 WordPress와 함께 엔드 유저 사용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오픈 소스 제품입니다. 수익 창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오픈 소스 커뮤니티와 함께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Mozilla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제품 조직이 커지면,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약화된다는 점입니다. 회사에 소속된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는 직업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커뮤니티와 협업 혹은 이해가 완전하지 않았던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모질라의 수익 감소는 우선 순위에 집중함과 동시에 커뮤니티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수의 공헌이 필요한 일들이 커뮤니티 주도로 바뀔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MDN 문서 프로젝트는 오히려 담당자가 없어지고(?) 더 활성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Mozilla Pontoon 지역화를 위한 프로젝트

구글을 견제하고 싶은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 기회도 늘릴 수 있습니다. 최근에 새 탭 광고, Pocket이나 VPN 같은 유료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나 다른 수익 채널을 찾으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데, 저는 그런 노력 보다는 오픈 소스 협업 파트너를 더 많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년 전 Mozilla 재단 초기에 넷스케이프에서 해고 당한 많은 엔지니어들이 선 마이크로시스템, 레드햇 등으로 이직해서 브라우저 개발을 도왔습니다.

궁극적으로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크롬이나 사파리 만큼 클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많으면야 좋겠지만, 단 1% 사용자가 있더라도 충분히 대안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에서도 파이어폭스 점유율이 1%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을 비롯 많은 국내 웹 사이트들이 파이어폭스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양한 선택 옵션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Mozilla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유이고, 지금도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쓰는 이유입니다.

p.s. 지금도 Mozilla 한국 프로젝트는 공헌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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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3개)

  1. Junho Choi 댓글:

    크롬이 2010년 이후 새로운 승리자라 할 수 있는데, 엔진 자체도 잘 되어 있지만 개발 주체인 구글이 서비스도 갖고 있다는 영향이 크다 봅니다. 브라우저와 웹 서버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양쪽을 모두 갖고 있는 벤더가 해결하다 보니 구글-크롬 조합으로만 잘 돌아가는 서비스도 생겨 나고 (e.g. 구글 스프레드시트, 닥스 등) 이러다 보니 사용자가 그쪽으로 몰리는 경향도 생겨 나고요. 웹 표준에서 브라우저-서버 사이트 연계가 중요한데 한 벤더가 둘 다 갖고 있다 보니 실험을 하기도 쉽고 그런 사내 실험에서 파생되어 역으로 표준이 되어 가는 사례 (e.g. SPDY -> HTTP/2, gQUIC -> QUIC, HTTP/3)도 생겨나고 있고요.
    사파리는 애플 OS의 기본이다 보니 명맥은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서버사이드와 타 OS로의 확장성이 부족하고, 파이어폭스는 브라우저만 갖고 있다 보니 멀티플랫폼이긴 하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습니다. 작년에 레이오프 영향도 있어서 개발 역량도 꽤 저하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MDN같이 좋은(?) 예도 결국 담당자가 레이오프되어 생긴 현상인데…
    결국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모질라 (회사)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합니다. 구글과 계약이 연장은 될거라 예상은 합니다만 브라우저 자체 점유율이 낮아 지면 그만큼 수입도 줄게 되니까요. 포켓이나 VPN등으로 수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이걸 돈내고 써야겠다 할 만한게 없는 것도 맞고요.
    저도 넷스케이프-파이어폭스로 이어지는 동안 계속 기본 브라우저로 잘 쓰고 있으니 당연히 응원 합니다만 독자 생존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지갑을 열 수 있는 킬러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Channy 댓글:

      👍 처음부터 수익 덕분에 파이어폭스가 성장한게 아닌데, 모질라 내부에서 아직도 그 패러다임에 빠져 있는게 문제라고 생각되요. 돈이 없어지면 오픈 소스 특유의 헝그리 정신(?)과 돕는 사람들 혹은 열성 지지자들이 나타날텐데요. 프로젝트 지속 가능성에만 집중해서는 해법이 없을 것 같아요.

      • Junho Choi 댓글:

        그게 쉽지 않은게 크로미엄 엔진도 오픈 소스이고 리눅스같은데서도 잘 도는데가 그쪽은 돈 걱정 없이 개발을 하니 따라잡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돈 걱정 없이 개발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대형 업체에 인수되는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MS가 그런 케이스 였는데 그쪽은 자체 엔진 버리고 크로미엄으로 갈아 탔지요)..

  2. Byungseok Lee 댓글:

    저도 파이어 폭스 유저입니다.

  3. Man Choi 댓글:

    고맙습니다 모질라 허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4. Seung Joon Choi 댓글:

    Servo 프로젝트의 중단이 무척 아쉽게 느껴집니다. 당시만해도 WASM과 함께 첨단을 주도한다고 느껴졌는데 불과 몇년 사이에 에너지가 흩어지네요. 제 개인적인 관전 포인트는 2014년 Brendan Eich 의 퇴출인데요. 모질라와 같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이 Brendan Eich 의 그러한 면을 감내해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2015년 Brendan Eich 가 Brave 를 창립하고 또 제법 잘 꾸려내고 있는 것을 봐도… 정치적 올바름이나 강한 표현 때문에 리누스 토르발스 또한 잠깐 내려섰다가 커널은 너무 중요한지라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 처럼… 기술에 관한 이야기 깊은 곳에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물론 1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관점 또한 고루할 수 있겠지만요. 그런 관점에선 귀도 반 로섬도 커뮤니티에 관한 피로를 겪고 은퇴했다가 다시 MS로 복귀한 것도 흥미롭게 읽게 되고요. 마빈 민스키를 옹호한 것이 기폭제가 되어 몰락(?)한 리처드 스톨만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 Channy 댓글:

      Brendan 이슈가 터졌을 때, Mozilla가 그렇게 대응할 수 밖에 없도록 기술이 아니라 너무 다양성에 집중되도록 내부 인력이 구성되어 있었던 점은 저도 아쉬워요. 미첼베이커가 잘 한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아닌 것도 있습니다.

  5. 허훈 댓글:

    제가 파이어폭스를 잘 쓰지 않게 된 건 PWA를 지원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여전히 파이어폭스를 쓰지만 예전만큼 즐겨쓰지 않게 되더라구요.

  6. Joongi Kim 댓글:

    개발자로서는 파이어폭스 게코 엔진으로도 일렉트론과 같이 별도 앱을 빌드하는데 사용한다거나 브라우저 컴포넌트를 다른 앱에 임베드하기 좋다거나 이런 장점이 있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미 그런 생태계를 크로미움이 다 먹은 듯… 모질라 재단의 최대 성공작은 오히려 파이어폭스가 아니라 Rust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7. Jonathan Jeon 댓글:

    다시 젊은 공헌자들이 참여해, 또다른 혁신을 만들길 기대해봅니다

  8. @jonnung 댓글:

    나도 파이어폭스를 쓴다. 이유는 알프레드로 브라우저 실행할 때 chr…쳐서 크롬 실행하는 것보다 fire 라고 쳐서 파이어폭스 실행하는 걸 더 좋아함(즉, 이름이 멋있음)

  9. @AsterSungwon 댓글:

    내가 크롬을 안 쓰고 불여우 쓰는 건 한글이 깔끔하게 나오기 때문. 성능은 늘 그저 그랬다.

    Others 중 하나일 뿐인 Firefox 모바일 브라우저를 Sony Xperia 폰에서 쓰는 유저가 인구 천만 도시 서울에서 몇 명이나 될까. 어쩌면 나 혼자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