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구글랩(Google Labs)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구글랩 첫화면에 Google X라는 프로젝트가 선보인 것이다. Google X는 구글의 심플한 홈페이지를 Mac OS X의 독(dock)을 구성하는 돋보기 효과를 이용해서 만든 것으로 그림 파일 2개와 자바스크립트만을 이용하여 플래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터페이스를 선보인 것이다(Google X 미러 페이지).
그 프로젝트는 블로거들의 입을 타고 삽시간에 알려졌고 구글의 간단하지만 놀라운 신기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허 문제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그 프로젝트는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다시 없애지긴 했지만 말이다.
믿으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사용자가 많지 않지만 매니아층을 이루고 있는 구글은 세계 최대의 검색 업체이면서 기술 선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게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절대 아니다.
구글은 검색 기술 뿐 아니라 페이지 랭킹, 클러스터 서버 구조, 자체 파일 시스템, 웹서비스 API 등을 어느 정도 공개해 개발자 커뮤니티에 그들의 기술력을 홍보한다. 구글의 이러한 전략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구글랩이다.
구글랩(labs.google.com)은 최근에 구글이 내놓은 베타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구글은 사내 개발자들이 업무시간 중 일부를 자사 기반 서비스에 기초한 아이디어 구현에 할당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구글맵, 구글 서제스트 같은 것들이 구글랩에 최근 등록된 것들이다. 여기서 어느 정도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구글랩을 졸업하게 되는데 구글 데스크바, 구글 뉴스그룹2 등이 현재 실제로 서비스되고 있다.
구글의 이러한 전략은 내부에서는 신선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게 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는 개발자들에게 구글을 선망의 대상으로 우러러 보도록 한다. 즉 새로 나오는 서비스마다 신앙에 가까운 절대적인 신뢰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보고 믿는 게 아니라 구글을 믿고 서비스를 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곧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주게 됐는데 바로 MS의 MSN에서 이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구글랩과 유사하게 베타 서비스를 올리고 테스트하고 있는 MSN Sandbox (sandbox.msn.com)에는 MSN 검색, 안티스파이웨어 프로그램 등이 등록돼 있다. 게다가 한국 MSN에서 만든 아바타를 기반한 미니홈피 서비스도 베타로 등록돼 있다가 블로그, 음악 첨부 기능을 합쳐 MSN 스페이스로 이름을 바꿔 전세계에 서비스 테스트를 받고 있다.
주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대표적인 포털 업체인 야후!(Yahoo)는 얼마 전 자사의 검색 엔진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API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했다. 야후! 검색 개발자 네트워크(YSDN, Yahoo Search Developer Network)라고 명명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이 API는 최신 XML 기반 웹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돼 있다. 야후!는 이번에 발표한 검색 API를 통해 개발자들이 다양한 보조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개발자들이 소속된 자사의 웹사이트에 야후!검색 결과를 이용해서 콘텐츠를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글 역시 3년 전쯤에 이미 유사한 웹서비스 API( www.google.com/apis)를 공개했다. 구글의 API도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에서 구글의 웹 문서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질의를 보내 그 결과 자료를 1000개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마존(Amazon) 역시 작년에 아마존 웹서비스 API( www.amazon.com/webservices)를 공개해 자사의 협력 프로그램(Affiliates Program)을 이용하는 회사나 개발자들에게 아마존의 상품 정보를 이용해 아마존으로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인 소스포지에는 아마존 API를 이용한 다양한 쇼핑몰 프로그램, 장바구니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올라와 있다. 아마존 핵(Amazon Hack)이라는 책도 팔리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웹서비스라는 막연한 표준 기술을 멋있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례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로 하여금 최신 기술을 보여 주거나 익혀 보게 하는 것 이상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함으로서 그들의 세력을 은연 중에 넓히고 있다.
개발자들은 기획자들이 만들어온 아이디어들을 기술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업체들이 제공한 기술을 익힌 개발자들은 자신의 부가 서비스로 제공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의 홈페이지에 검색 기능과 쇼핑 링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믿음을 넘어 수익으로 실현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도우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개발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전략은 바로 기술 공헌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사회 공헌과는 달리 기술 공헌은 자사에게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마음을 얻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구글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파이어폭스 1.0의 시작 페이지를 제공해 주고 있다. 파이어폭스의 다운로드 수를 예상해 볼 때, 모질라 재단의 서버는 모든 시작 페이지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구글은 파이어폭스의 주요 개발자를 영입해 풀타임으로 파이어폭스 개발을 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질라 프로젝트에는 썬, IBM, 오라클 등의 기업에 고용된 50명 가량의 풀타임 개발자를 두고 있다. 구글은 몇 달 전에도 전격적으로 위키피디아(Wikipedia, wikipedia.org)에 서버 시스템를 무상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야후!도 야후 연구소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오픈소스 검색엔진 프로젝트인 너치(Nutch)를 후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네오위즈가 외계 신호를 포착하기 위한 SETI 프로젝트를 위해 자사 서버(seti.sayclub.com)에 일부를 할당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리눅스 배포판 및 각종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미러하는 FTP 서버(ftp.sayclub.com)를 일반 개발자들에게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후원 함으로서 얻는 그들의 이익은 비단 일반 개발자들의 환심을 사는 목적 뿐 아니라 후원으로서 오는 회사의 기술 유입도 있다. 아무리 외부 공헌을 하더라도 회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직간접적인 이득이 있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위키퍼디아를 후원하는 것을 두고 유명한 컬럼니스트 존 드보락은 구글이 자사에 오픈된 콘텐츠 소스를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보이며 데자뉴스(Dejanews)를 인수함으로써 유즈넷(Usenet) 뉴스 그룹이 성장하지 못한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던 것처럼 말이다.
썬, IBM, 노벨 등 수많은 글로벌 IT 리딩 기업들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후원하거나 자사 소프트웨어로 도입하는 과정을 볼 때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회 공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소프트웨어, 훌륭한 개발자, 훌륭한 자원을 얻는 방편이 되는 것이다.
가르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기술을 홍보하는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사내 기술 전도사(Technology Evangelist)를 활용하는 것이다. MS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컨퍼런스나 세미나 등에서 자사 기술을 홍보할 수 있도록 기술 전도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의 입심과 쇼맨쉽은 가히 연예인을 능가할 정도로 상상을 불허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 사람들이 이제는 인터넷에도 나타났으니 바로 블로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MS는 자사 개발자들이 만든 채널9(channel9.msn.com)이라는 개발자 블로그가 예상외의 인기를 끌자 아예 MSDN 블로그(blog.msdn.com)를 오픈해 버렸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구글 블로그(www.google.com/googleblog/)를 오픈해 구글에서 나오는 최신 서비스와 내부 소식 컬럼들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이미 언급한 YSDN도 블로그를 만들었으며, 여러 오픈소스 개발자들도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제품 개발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개발자들의 피드백도 받고 있다.
MS는 자사의 윈도우 인스톨러 소스를 소스포지에 공개해 오픈소스를 사랑(?)한다는 제스쳐를 보였으나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자사에서 만든 유용한 몇 가지 소스코드(code.google.com)를 소스포지에 공개하고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자사가 보유한 소스코드를 자사의 일부 소스 코드 공개는 개발자들에게 우수한 코드를 제공함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방편이다.
인터넷 10년 고급 기술로만 인식되었던 컴퓨터 기술이 비전공자도 뛰어들 수 있는 웹 개발 시대로 들어선 만큼 이처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개발자 커뮤니티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자사의 서비스를 확대하고 세력을 키우는 방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 개발자를 움직이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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