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서비스 흥망, 관음과 노출의 경제학

인터넷 비지니스 15년간 국내에서 극적인 성공을 거둔 많은 웹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쇠퇴의 길을 걷기도 하고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이 성공하고 실패하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사회적 심리 현상, 어찌 보면 병리적으로도 보이는 부분에 집중 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적 변화가 인터넷을 통해 집중 및 쏠림 현상이라 더욱 두드려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성공적 서비스라고 하면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과 함께 비지니스적 성공도 함께 거둔 서비스를 말하는 것으로 적어도 국내 인터넷 사용자라면 한번쯤은 사용해 봤을 대표적인 웹 서비스를 사례로 들고자 합니다.

관음(觀淫)과 노출(露出)이라는 키워드는 매우 부정적인 단어들이지만 단순하게 자신을 드러내거나 남의 것을 훔쳐 보려는 욕구를 이용하여 어떻게 웹 서비스가 성공하고 실패하는지를 알아 보는데 적절합니다. 많은 웹 서비스들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메타포들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1. Daum 카페의 실패 사례
Daum 카페는 PC통신의 동호회를 인터넷으로 옮겨 놓았던 웹 플랫폼으로서 사람들이 일거에 몰렸습니다. 특히 “카페 운영자”라는 전통적 기재(旣裁)를 통해 기존 대형 동호회의 시샵들이나 사회적 활동이 적극적인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자신을 ‘노출’ 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이들 적극적 운영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당시 웹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다량의 정보가 카페에 축적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네트웍 효과가 발생하였죠. Daum 카페는 대형 카페 육성을 지향함으로서 도중에 이들의 입김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실제로 이들에 의해 서비스 자체가 좌지우지 되는 상황이 생기고 개선에 있어 더욱 보수적이 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노출 효과를 얻은 카페 운영자나 열혈 사용자들과 달리 일반 사람들은 카페에서 단순히 가입하여 정보만 얻을 뿐 그렇게 활동적이 되지 않게 됩니다. 그들은 카페를 폐쇄적 공간으로 활용 하기 시작하여 카페 개설 패턴이 “대형 카페 vs. 1인 비공개 카페” 등으로 크게 나눠 집니다. 게다가 검색도 지원되지 않으니 대형 카페가 아니면 정보 찾기가 점점 어려워 지는 것이죠.

이에 따라 소수에게만 ‘노출’의 열매를 제공하게 되고 관음의 욕구를 충족 시킬 만한 많은 공개 카페로 확산 시키지 못했던 서비스적 한계점을 노출 했습니다. 서비스 규모는 커졌지만 비지니스적 성공을 얻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2. 세이클럽의 ‘노출’ 성공 사례
세이클럽은 네오위즈가 자사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인 ‘원클릭’의 사용 시간을 늘려 인터넷 접속 수익을 얻고자 시작하였는데, 기대했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익명 채팅 서비스는 노출 욕구와 관음 욕구의 균형선상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이죠. 특히 채팅방에서 자신을 꾸미는 ‘노출 효과’를 제공하기 위한 아바타(Avatar)는 히트 상품이 됩니다. 아바타의 성공은 당시 대부분 웹 서비스들을 먹여 살리는 수단이 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세이클럽은 채팅을 통해 남여 즉석 만남이나 성매매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 되면서 노출과 관음의 균형 조절에 실패하고 맙니다. 물론 내부 패트롤, 모니터링 등 다양한 규제 장치를 마련했지만 사용자들의 욕구를 건전하게 돌리기는 어려웠습니다. (최근에는 채팅방 개설에 돈을 내야 하는 정도 까지 갔다고 하더군요.)

3. 싸이월드의 ‘관음’ 성공 사례
초기 싸이월드는 Daum 카페와 달리 실명 기반의 커뮤니티 사이트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1인 공간을 제공하게 되었고 이것이 ‘미니 홈피’의 시작입니다. 미니 홈피는 클럽을 통해 오래전에 시작 됐지만 그 성공 요인은 복합적입니다.

아이러브 스쿨 성공을 통한 소셜 네트웍에 대한 니즈(needs), 프리챌 유료화에 따른 반사 효과,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을 통한 공유 욕구 등이 그것입니다. 미니 홈피를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 현상에 대한 이유에도 역시 노출과 관음의 욕구의 적절한 조화에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관음의 욕구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1촌간의 트래픽 보다 비 1촌을 방문하는 트래픽이 더 높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프라이버시 이슈가 있었지만 개인이 직접 공개 여부를 제어를 쉽게 하도록 기능을 추가하면서 조절에 성공하게 됩니다. 특히, 당시 아바타 성공 사례를 얼굴이 아닌 ‘집(인테리어)’로 변형 시켜 노출 효과를 노리는 비즈니스에서도 성공을 거둡니다.

그런데, 최근 싸이월드는 이 둘 사이의 조절에 실패한 듯 보입니다. 우선 너무 많은 미니 홈피들이 비공개로 돌아섬으로서 ‘관음’의 욕구를 너무 제어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블로그와 동영상 서비스가 인기를 얻음에 따라 펌글이나 펌 동영상 공유 용도로 공개 기능을 활용해 낚시를 통한 ‘노출 효과’를 얻으려는 10대나 20대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문제 입니다.

이들 정보는 기존 포털에서 이미 접할 수 있느 것들로 노출 효과를 얻으려는 낚시꾼들로 인해 싸이월드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싸이월드의 관계 묶임(Lock-in) 효과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방문하는 상태이죠.

4. 네이버 카페/블로그의 ‘노출’ 성공 사례
얼마전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 네이버 블로그의 성공 이유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네이버 블로그(구, 네이버 페이퍼)는 네이버 카페에 이어 등장한 서비스로 카페와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는 싸이월드를 키운 한 기획자가 영입되어 시작된 서비스로 당시 NHN 내부에서도 (검색 회사내 커뮤니티 서비스에 대한) 많은 찬반이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전지현 광고 효과’로 네이버 카페가 성공한 듯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초기 서비스 트래픽은 매우 낮았고 최근 까지도 Daum 카페에 여전히 마이너 도전자였습니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카페글이 ‘검색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부터 입니다. 검색 노출 효과가 알려지기 시작하자 당시 Daum 카페에서 상대적인 소외를 받던 소규모 정보성 카페들이 이탈을 시작합니다.

최근 글 게시자가 검색 노출 여부를 제어할 수 있게 바뀌었지만 초기부터 Daum 카페와 달리 검색 노출이 가능한 기능을 제공 하였고 카페 랭킹 제도를 통해 검색 노출 효과를 줌으로서 카페 운영자의 욕구를 충족 시켜 줍니다. 이 때가 네이버 검색이 지식인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던 때와 일치 합니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는 “카페 운영자” -> “미니 홈피”로 이어지는 노출 심리를 극대화 시키는 기획이었습니다. 2004년인가 몇몇 지인들에게 “왜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었나?”라고 물어봤을 때 바로 “내 블로그 글이 검색 상단에 나오니까….”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다수 네이버 블로그가 ‘펌글’로 채워져 있는 이유도 바로 자기 블로그가 검색 상단에 노출되어 많은 방문자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인간 로봇’을 자청한 것이죠. 이는 자기만의 정보를 모으는 것 이상 노출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요즘들어 네이버가 스크랩 기능을 달아 원글을 판단하거나 최근 복제글을 검색 결과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볼때, 과도한 펌글이 오히려 네이버의 검색 결과 자체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 검색 광고 시장이 이렇게 까지 커지지 않았다면 네이버 카페/블로그의 성공 사례도 트래픽만 몰리고 돈은 안벌리는 Daum 카페와 같은 반쪽 성공으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검색 광고 시장은 크게 성장했고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는 지식인과 함께 이를 견인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 카페, 블로그가 가지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앞으로 검색 수익이 난다고 해서 이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이들에 의한 정보 축적 효과는 컸지만 이들을 계속 만족 시킬 만한 요인이 네이버 내부에 있느냐는 별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의 검색 매출이 커지면 사용자들에게 수익이 배분 되거나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제공 될 필요가 있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자신들이 로봇 역할이라는 점을 깨닫고 이탈이 가속화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회사가 시장 지배 상태가 되면서 점점 ‘보수화’ 되고, ‘제어 장치’에 의존해 위기 관리를 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사용자이 서비스를 외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네이버가 말하는 자체 DB를 통한 검색의 메카니즘은 노출 효과를 노리는 사람에 의해 제작되는 데이터의 최신성에 기반하게 되는데, 그 기반을 잃게 되면 검색 품질은 계속 떨어지게 되죠. (누구도 옛날 정보로된 검색 결과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네이버 내부에서 만약 이에 대비해 외부 데이터 검색을 통해 품질을 높히려 한다면, 외부에 트래픽을 뺏김으로서 사내 유사 서비스들이 오히려 위협 받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검색 매출 효과는 여전할 테니 생명력은 더 길게 가겠지만요.

5. 신규 웹 서비스 사례, 미투데이
제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는 미투데이라는 소셜 네트웍 서비스 입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미니 홈피와 같이 친구 기반의 소셜 메시징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이 서비스가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몇 가지 점에서 기존 성공 사례와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짧은 글을 통한 감정 전달 및 정보 효과, 한번 쓴 글은 지우지 못하는 낙장 불입, 댓글 및 친구는 항상 공개 되는 원칙을 통해 관음과 노출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서비스 초기 부터 소수 블로거를 통해 적절히 ‘물관리’를 함으로서 자체 내부 문화를 잘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톡’과 비교되는 점이 있습니다.

당면 과제라고 한다면 역시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관음과 노출 효과를 잘 활용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검색 광고 같은 외부 수단을 이용하거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아우르는 메시징 게이트웨이 같은…

맺으면서
지금까지 살펴본 웹 서비스가 단순히 관음과 노출의 적절한 조화와 제어를 통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사회적 욕구와 심리가 제공하는 요인이 작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웹 서비스들이 ‘기획’이라는 연출 과정을 통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웹 서비스를 움직이는 이러한 요인들이 드러나지 않게 작용해야지 그 자체로 사용자가 뻔히 보이도록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웹 서비스의 명분이 먼저 보이고 ‘관음’과 ‘노출’의 작동 원리는 그 자체로 숨겨져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웹 서비스를 만들때나 바라 볼 때 이러한 사회적 기재들을 통해 바라본다면 더 흥미진진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많이 사용하는 웹 서비스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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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3개)

  1. 진수 댓글:

    그러고 보니 두 가지 모두 웹 서비스를 바라 보는 재미있는 관점이네요. 가끔씩 들어본 내용이지만 이렇게 정리되어 있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감사~

  2. 감정은행 댓글:

    그동안의 서비스들에 대한 여러가지를 볼 수 있어서 좋은것 같습니다. 관음과 노출에 대한 적절한 수준이 사람들의 needs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 아하~~라고 탄성을 짓게 하는군요.
    일목요연한 정리 감사드립니다.

  3. 키엘 댓글:

    네이버 카페 항목에서 오류 지적입니다.
    세이클럽을 키운 기획자 -> 싸이월드를 키운 기획자.
    최근 글 게시자가 검색 노출 여부를 제어할 수 있게 바뀌었지만 -> 초기부터 글 게시자가 검색 노출 여부 제어 가능했음.

    제가 여기 등장하는 여러 서비스의 직접 당사자이다 보니 세세한 오류가 여럿 눈에 보입니다만.. 크리티컬한것만 얘기드립니다. ^^

  4. Channy 댓글:

    키엘/ 아 정말 크리티컬 하네요. 람님 소속도 막 바꾸고 ㅎㅎ. 죄송… 두번째 부분은 네이버 카페가 다음 카페와 달리 검색 노출이 가능한 구조였다로 정정하였습니다. (당시 다음 카페는 검색 노출이 불가능한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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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독자 댓글:

    빼먹으셨는지 모르겠지만 UCC 도 결국은 관음과 노출의 경제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7. Channy 댓글:

    독자/ 흔히 동영상으로 대별되는 UCC는 아직 성공 실패 여부가 확실치 않아서요^^

  8. 엔김치 댓글:

    본문과 관계없는 내용입니다만, 파이어폭스 쓰고 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차니님 블로그의 글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폰트가 안 맞는걸까요? ^^
    상기글 또한 잘 읽었습니다. 네이버는 1위 서비스인것도 있잖아요. 점유율이 장난 아니셔서,,^^

  9. 지돌스타 댓글:

    잘 봤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10. 쿨짹 댓글:

    잘 읽었습니다. 전문가는 절대로 아니지만 SNS에 관심이 많은 1인입니다. ^^ 미투데이를 통해서 channy님을 더 가깝게 뵙게 되는 기분이라 좋아요.

  11. GOODgle.kr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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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Dotty 댓글:

    잘 읽었습니다. 맺으면서 부분이 결국 핵심적인 것 같습니다. 미국쪽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도 “모두 facebook이 flirting 사이트라는걸 알지만 겉으로는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는 좋은 명분이 부각되어있다”라는 점에서 실제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가 꼭 명백하게 언급되어서는 곤란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획의도에서 비중 자체가 flirting에 맞춰서 시작한 것도 아니라고 믿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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