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XML 표준화 이슈가 남긴 것

지난 9월 2일, 전 세계 IT업계의 이목은 국제 표준화 단체인 ISO에 모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ECMA를 통해 제출한 오피스 문서 포맷 표준인 Office Open XML(이하, OOXML)을 ISO 표준으로 제정할 것인지를 묻는 국가별 찬반 투표 마감날이었다.

이 투표가 관심을 끈 이유는 IBM과 SUN을 비롯한 오픈 진영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한번 공개 표준의 장에서 격돌한 때문이다. IBM은 또 다른 표준단체인 OASIS를 통해 Open Document Format(이하, ODF)이라는 오피스 문서 표준을 ISO에 제출하여 전 국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른바 반 MS 진영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오픈 소스 진영을 후원해왔고 공개 플랫폼과 공개 표준들을 지지해왔다.

최근 10여 년간 이러한 후원과 수 많은 개발자 및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공개 소프트웨어는 놀라울 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로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파이어폭스, 오픈오피스, 아파치 웹 서버 등 상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는 수 많은 공개 소프트웨어 걸작품들을 배출 했다. MS사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자사의 생태계가 위협 받고 있음을 깨닫고 수 년 전부터 개방된 자세로 오픈 소스 기업 및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일을 시작했다. MS가 자사의 주요 캐시카우라고 할 수 있는 오피스 제품의 사양을 XML이라는 공개 표준으로 제출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ISO에서 격돌한 오픈 소스 vs 상용 소프트웨어 진영
지난 2월 MS가 자사의 OOXML 표준안을 ISO의 빠른 심사 과정(Fast Track)을 거쳐 표준화 시키려고 하자 즉각 오픈 진영의 거부 운동이 시작 되었다. 이들은 OOXML 표준안이 전 세계 각 국 정부의 표준 채택에 영향을 미치는 ISO 국제 표준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MS사의 이러한 즉각 행동은 각 국 정부와 미국 일부 주정부가 ODF를 표준 문서 포맷으로 지정하고자 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IBM, 구글, 리눅스 재단 같은 오픈 진영에서는 이미 대체 및 보완 가능한 기 ISO 표준인 ODF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표준안 내에는 MS 오피스에서만 완벽히 구현한 각종 사양들이 대거 들어 있는 등 수백 가지의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은 MS사의 특허권과 맞물러 있어, MS가 단순히 소송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약속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MS사가 OOXML 스펙을 기존 업체들이 이미 많이 구현하고 있다고 예를 들은 회사들대부분은 MS와 특허권 계약을 한 회사들이다. 이 때문에 OOXML이 ISO 표준이 되는 경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유로운 구현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몇몇 웹 사이트에서는 각 국 대표단이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MS사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오픈XML 커뮤니티’를 통해 정부 기관에서 기 작성되었거나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서 형식을 변환하여 장기 문서 보존 형식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역시 각 국에서 찬성표를 던져 줄 것을 요청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스캔들 및 정치적 로비까지 불사
MS사의 대외 로비는 투표가 가까우면서 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ISO에 참여한 국가들은 자국의 관련 표준 기관이나 대표 위원회 내에 학계와 업계를 회원으로 참여시켜 토론 후 내부 투표를 거쳐 마지막으로 찬반 여부를 제출하게 된다. 그런데,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 MS사가 입회비나 마케팅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제휴사를 개별 국가나 의사 결정 기관에 회원으로 대거 영업 시켜 자국 내 의견을 찬성쪽으로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 되기도 했다.

또한, 투표 한두 달 전부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식(P)멤버로 승격 요청을 한 국가들이 많았고, 이들 중 대부분은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초 기존 30개국에 불과했던 P멤버가 JTC-1과 SC34에 각각 11개국 15개국이 늘어났으며 이들 중 각각 9개국, 12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존 P멤버 30개국의 찬성표는 8개국, 반대는 14개국이지만 신규 회원국들의 반대표는 단 1표에 불과했다.

한발 더 나아가 EFFI(핀란드전자선구자재단)가 국제 투명성 단체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 지수(CPI)와 이번 투표 국가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 부패 국가들의 찬성 투표 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는 동구권, 중남미 및 아프리카 일부 나라들이 포함되어 있다. 찬성 국가 대부분인 20개국은 부패 지수가 2~3 정도로 낮았으며 6점 이상을 받은 28개국 중에는 한 표의 찬성도 없이 기권 및 반대만 있었다. 이들 국가 중 일부는 빌게이츠 재단이 직접 구호활동을 펴는 곳도 있다.

합리적 과정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세계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나온 투표 결과는 결국 OOXML 표준안 부결이었다. 32개국 P멤버 중 17개국만 찬성을 던져 2/3 채우지 못했고, 69개국의 전체 국가 중 18개국이 반대하여 1/3을 넘어섰다. 특히, 반대표의 경우 1표 차이로 가까스로 부결 되었다. 반대 국가 대부분이 OOXML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코멘트를 제출했으며, MS사가 ECMA를 통해 이를 보완해 수정안을 다시 제출하면 내년 2월에 재투표를 실시한다.

MS사는 전체 유효 투표의 74%인 51개국이 찬성의사를 나타냈다며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이전 ISO에서 32개국이 지지한 ODF와 15개국이 지지한 PDF에 비해 참여 국가수와 찬성표가 늘어난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전 세계적으로 OOXML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OOXML 표준안 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면 전 세계적인 표준으로서 기술적인 검토와 충분한 토론은 실종되고 각 진영간의 정치적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OOXML 표준안이 6,000여장이라는 사상 초유의 방대한 표준안으로 각 국에서 검토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양쪽 진영의 수박 겉핱기씩 공방을 확인하는 수준 밖에 없었다. 실제로 OASIS 표준안이 나온 후, 다양한 소프트웨어에서 온전한 구현 결과를 낸 ODF와 달리 OOXML은 전체 스펙을 모두 구현한 제품이 단지 MS 오피스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ISO나 다른 국제 표준 단체에서 활동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와 이상과 현실적(상업적) 이슈들이 충돌하게 된다. 산업 표준을 수용해 주기 위해 단일 분야의 복수 표준이 나올 수도 있고, 선도 기술을 가진 나라들의 정치적인 입김도 크게 좌우될 수도 있는 곳이다. 국제 표준이라는 것은 권고 사항 내지 판단의 근거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준이 되는 과정에서 편법과 정치만 난무하고 제대로 된 검토가 허술하다면, 그나마 가지고 있는 권위를 잃을 수도 있다. 이번 OOXML 표준안 처리 과정이 이러한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표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는 모습을 보여야만 진정한 표준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OOXML안이 부결된 것은 오히려 그 자체로 약이 될 수도 있다. OOXML 표준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ISO가 어떻게 이 뜨거운 감자를 해결해 가는지 전 세계가 지켜 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

  1. 서상현 2007 9월 18 14:44

    “69개국의 전체 국가 중 18개국이 반대하여 1/3을 넘어섰다.”

    1/4을 잘못 쓰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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