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ML 5’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았던 사람들 중에 HTML을 공부해 보지 않았던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HTML은 정보(컨텐츠)와 의미(마크업)을 함께 손 쉬운 텍스트로 편집하도록 함으로서 쉽게 배우고 쓸 수 있었다. 글꼴을 굵게 하려면 <b>굵게</b>, 제목을 표시 하고 싶으면 <h1>제목</h1>이라고 적기만 하면 된다. HTML의 이런 단순함은 웹 상에 사람이 참여하는 토대를 낳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90년대 후반 웹 브라우저 업체의 점유율 전쟁 중에 상용 비표준 태그들이 남발되면서 HTML의 기본 정신을 훼손했는가 하면 웹 표준 기구인 W3C도 기계도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한 형태인 XML 전향을 기반으로 XHTML로의 전환을 꾀하였다. 따라서 HTML은 4.01 버전을 끝으로 더 이상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 낡은 표준으로 남았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를 물리치고 웹 브라우저 왕좌에 오르고 난 후 웹 디자인 업계는 안정되는 것 처럼 보였다. 사실 상 웹 프론트 기술은 더 이상의 혁신은 일어 나지 않았고 HTML은 단순 기술로 남아 있었다. 최근 들어 구조와 표현을 분리하는 웹 표준 기반 웹디자인이 부각되면서 CSS 기반 기술이 뜨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HTML은 하급 기술이다.

웹 애플리케이션 전성 시대
그러나 변화는 일어 나고 있었다. 혁신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은 웹2.0이다. 특히, 블로그나 위키피디아와 같은 사용자 생산 컨텐츠를 담기 위해 ‘플랫폼 웹’이 지향하는 소프트웨어형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웹을 기존의 문서 형식의 정보의 제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데스크톱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상호 연결성을 기초로 협업 작업 및 공유 기능을 첨가한 사용자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이 뜨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Ajax를 기반한 구글 맵스와 지메일이다.

특히 자신들의 데이터를 XML이라는 표준 포맷으로 전달해 주는 ‘오픈 API’라는 기술을 제공하면서 전문 개발자 뿐만 아니라 전문 사용자까지 웹 플랫폼에 끌어 들임으로서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고 편한 기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고 있다. 오픈 API를 이용하면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 결과나 구글 맵의 위성 지도, 이베이의 중고 상품 목록 같은 것을 쉽게 추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 플랫폼 벤더들은 공개 표준 기술을 웹 애플리케이션에 접목하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XML과 (X)HTML, CSS, 자바 스크립트 같은 웹 표준 기술들을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확장 기능, 야후! 위젯,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버라이트(Silverlight), 어도비의 플렉스(Flex) 및 AIR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애플의 경우, Mac OS의 대시보드 위젯을 시작으로 사파리에서 구동 가능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최근 출시한 아이폰(iPhone)에서도 실행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응용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특징은 XML 혹은 (X)HTML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며 CSS로 디자인 및 스타일을 정의하고 자바 스크립트로 기능을 제어 하는 전형적인 웹 기술의 성공을 벤치 마킹했다는 데 있다.

HTML5의 탄생
이런 와중에 웹 사이트를 이용하는 기본 도구인 웹 브라우저 업계의 변화 역시 시작 되었다. 깨질것 같지 않았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아성이 2004년 한 오픈 소스 웹 브라우저에 의해 금이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모질라 파이어폭스의 세계 점유율은 약 15%, 유럽의 경우 30%가 넘어섰다. 또한, 오페라 브라우저 역시 구글과의 제휴로 무료 배포를 시작 했고 애플도 새로운 Mac OS와 사파리 브라우저를 선 보이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 했다. 이로서 지금 웹 브라우저 업계는 제 2의 브라우저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사실 상 앞서 말한 웹 애플리케이션의 변화에는 이러한 마이너 웹 브라우저 업체의 혁신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웹 표준화 기구인 W3C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지 못했다. 2004년 W3C의 한 워크샵에서 부터 생긴 의견 차이 때문에 모질라, 애플, 오페라 등은 W3C 밖에서 새로운 버전의 HTML 표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W3C의 비대한 조직과 시맨틱 웹과 상호 운용이라는 너무 거대한 이상 때문에 현실 웹의 변화에는 거의 관심 없는 상태였다.

이들은 WHATWG라는 공개 그룹을 형성하여 자신들이 만드는 새로운 표준안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 하였다. W3C의 회원사 중심 표준안이 아닌 업계가 진정 원하는 바를 만들기 위해서 였다. 이들은 오랜 공개 토론을 거쳐 Web Form 2.0과 Web Applications 1.0이라는 표준안을 만들어 냈다.

이들 표준안의 철학은 아직 전 세계 웹 사이트의 90%가 넘는 언어인 HTML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웹 브라우저 업체 입장에서 W3C가 요구하는 새로운 웹 표준은 기존 웹 브라우저를 새로 작성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기존 HTML이 가진 가치를 끌어 올려 최대의 효과를 거두자는 데 있다. 즉, 손 쉬운 HTML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브라우저 업체간 불명확했던 처리 방식을 재정의하고 CSS와의 상호 관계를 최대한 맞추면서 웹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손 쉬운 각종 기능들을 추가하는 것이다.

HTML5, 무엇이 달라지나?
WHATWG 활동의 성공은 즉각 W3C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웹의 창시자이자 W3C를 이끌고 있는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Reinventing HTML’이라는 글에서 XHTML의 전환 실패와 더불어 새 HTML 작업을 시작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에 제 3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던 WHATWG의 멤버들은 W3C의 결정에 환영 하면서 올해 3월 새로운 HTML 워킹 그룹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 워킹 그룹 활동에는 몇 가지 고무스러운 점이 있다. 먼저 전직 IE 개발자 이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IE7 이후의 개발을 총책임을 맡은 크리스 윌슨(Chris Wilson)이 워킹 그룹 의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WHATWG의 표준 작업을 사실상 주도한 이안 힉슨(Ian Hickson)이 첫 표준 초안의 편집자가 된 것이다. 이안은 넷스케이프와 오페라를 거쳐 지금은 구글에서 풀타임 표준 작성가로 활동 중인 젊은 인재이다. 뿐만 아니라 초빙 전문가(Invited Expert)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W3C에서는 유래가 없는 500여명의 비회원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통로를 열었다. 이러한 과감한 변화를 통해 W3C의 새 HTML 워킹 그룹은 새 표준의 이름을 ‘HTML5’라고 명명 하고 WHATWG가 작업하던 대부분의 표준안을 그대로 수용하기에 이른다.

HTML5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은 크게 세 가지 이다. 먼저 웹 브라우저 마다 기존의 HTML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을 없애기위해 구현 방식을 상세하게 기술한 점이다.  기존 HTML의 하위 호환성은 제공하면서 <!doctype html>라는 새로운 DOCTYPE을 가진 경우 각 요소와 속성에 대한 웹 브라우저의 동작 방식이 명확하게 정의했다. 전체 표준안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번째는 새로운 HTML 요소를 대거 도입하고 컨텐츠 구조에 불필요한 요소와 속성들을 제거 했다. 웹 문서를 구조적으로 제공 가능한 <header>, <nav>, <footer> 같은 태그 등을 포함 하었고 시간, 측정 단위 등 의미를 살린 <time>, <m> 태그 등이 추가 되었다. 대표적인 스타일 요소인 <font>, <strike>와 align이나 background, bgcolor 같은 속성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HTML5에서 달라지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웹 어플리케이션 개발용 스펙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Web Form에서 다양한 속성들을 추가한 것이다. <input> 태그에 datetime 속성을 넣어주면 웹 브라우저가 자동으로 달력을 표시해 준다. 또한 IE에서만 사용 가능 했던 contenteditable 속성이 표준화 되어 모든 HTML 요소를 사용자가 직접 편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innerHTML, embed 같이 많이 사용하면서도 비 표준 영역에 있었던 것들이 대거 포함 된다.

뿐만 아니라 HTML 요소의 드래그앤 드롭, 오디오 비디오 표시, 벡터 그래픽 표시를 위한 각종 요소들을 새로 도입 했다. 그러면서도 <b>, <i> 같은 대표적인 HTML 요소는 없애지 않고 각각 제품명 키워드 같은 강조 요소와 동식물 학명 같은 이탤릭체에 사용하도록 재정의 했다. HTML4와 HTML5 차이점 및 변경 사항은 W3C 기술 노트 번역본 을 참고하면 된다.

HTML5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HTML5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W3C 표준안이 되었다 하더라도 웹 브라우저에 적용되는 시기는 매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표준안의 변화에 관심 가지는 국내 인터넷 업체나 사람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HTML5의 많은 기능들이 파이어폭스 2.0과 오페라 9.0에 탑재되어 있으며 올해 안으로 출시될 파이어폭스 3.0에도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오페라와 사파리의 신 버전에도 관련 구현 작업이 진행 되고 있으며 무엇 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차세대 IE8에서 HTML5의 기능 탑재는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우리가 신 기능이 탑재된 브라우저를 볼 날이 이제 머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W3C의 첫 표준 초안(Working Draft)는 올해 8월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하고 있고 늦어도 2010년 하반기에는 표준 권고안(Recommendation)으로 만들 예정이다. 웹 브라우저 벤더가 모두 참여한 상태에서 과거의 관례를 살펴 본다면 표준 초안이 만들어 지면 구현이 이미 시작된다고 보면 맞다. 따라서 향후 1~2년 내에 HTML5 표준안을 탑재한 브라우저들을 실제로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는 Ajax, 마이크로소프트 실버라이트, 어도비 AIR 등 각종 리치 인터넷 기술이 웹 애플리케이션의 미래인 듯 포장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SW 플랫폼을 기반한 리치 인터넷이 차세대 웹의 전부인양 상용 벤더들의 홍보가 과도하게 진행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우를 범해서는 안되는 것이 웹은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용자 경험은 담보로 기존 웹의 장점들을 낡은 기술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는 브라우저 벤더들의 몫만이 아니다. 누구나 정보와 기능 모두를 제공할 수 있도록 웹의 컨텐츠를 만들고 생산하는 모든 저작자들과 리치 웹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HTML5가 중요한 것은 이러한 표준 웹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 왔던 웹의 미래를 직면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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