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업체와의「업무 장벽 깨는 법」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그리고 IT 분야에서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 영역은 외국계 기업들의 영향력이 크다. 사용되는 솔루션들이 대부분 외산 제품들이니 어쩔 수 없는 결과라 하겠다.

그러기 때문에 IT 업계에 종사한다면 아마 대부분 한번쯤은 해외 IT 업체들과 이런저런 이유로 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본인도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외국 IT 회사와 3년간 일한 적이 있다.

함께 일해본 업체는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서비스를 하던 남아프리카의 인증 기반 회사였다. 처음에는 제휴 파트너가 돼서 15% 정도의 커미션을 받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특별한 절차를 통해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서 시작한 것 뿐이다.

이 회사는 당시 인터넷 버블을 타고 1999년말 미국 베리사인(VeriSign)에 엄청난 가격에 매각을 했고, 회사를 설립한 20대 중반의 청년은 남아프리카 최초의 우주인이 될 정도의 부자가 된 유명한 회사다.

이번 컬럼에는 외국 IT 기업과 바닥부터 시작한 그간 경험에 비춰 어떻게 함께 일해왔는지 소감과 나름대로 뽑은 원칙들을 적어볼까 한다. 해외 업체와 일하고 있거나 새롭게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컨퍼런스 콜은 필수!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처음에는 외국 회사와 일하는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회사와 첫 대면했던 사람들은 고객 지원 담당자들이었고, 인증 절차를 대행했던지라 그 절차를 몰라 몇 번이고 실수하고 영어로 메일을 주고 받기를 거듭했다. 사실 주로 유럽국가를 상대했던 그 사람들로서는 아시아의 어느 촌구석에서 간간히 오는 신청건을 처리해 주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한 1년 지나서 신청건수가 좀 늘어나자 회사의 영업 채널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좀 더 긴밀한 파트너쉽으로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왔고, 처음으로 그들과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이라는 걸 했다.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지사간 담당자간 전화 회의를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메일이나 팩스가 있지만 중요한 사항은 전화 회의로 마지막 확인을 하고 시행하게 된다.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밤낮없는 전화 회의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자주 하던 컨퍼런스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자주 하지 못하게 됐다. 서로 의사 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두달이나 한달에 한번 정도 밖에 할 수 업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만든 방법이 챗 컨퍼런스(Chat Conferernce)다. 그쪽 담당자들에게 메신저 아이디를 만들도록 요구해 매주 채팅으로 회의를 하게 됐다. 물론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서로의 의견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글로 남겨지기 때문에 회의록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사람이 말하기보다 쓰기를 잘한다는 잇점도 있다.

반대로 여럿이 회의를 할 때 개인의 의견에 집중하기가 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게다가 어떤 회사는 우리 나라처럼 업무 시간에 메신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업무상의 이유로 개인적인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 달라고 조르진 않아야 한다.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업무에 야후! 메신저나 AIM을 주로 쓰고 개인적 용도로는 MSN 메신저를 쓰기 때문에 유의할 점이다.

2. 계약도 ‘기브 앤 테이크’
전략적 파트너를 체결하기 위해 그쪽에서 요구한 것은 우리쪽 시장 현황과 가능성에 대한 리포트였다. 영문으로 작성된 리포트를 보내준 후, 그쪽 영업 채널에서 검토하고 영업 방식과 계약 초안을 메일로 보내줌으로서 쉽게 진행됐다.

신문에 보면 몇십만불이나 몇백만불 수출 계약이니 하는 것처럼 계약시에는 개런티 수출입량을 명시한다. 물론 이것은 당시의 영업 전망을 예측해서 하는 것이 맞지만, 좀 늘려서 계약을 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개런티 금액 자체에서 서로가 영업에 대한 책임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매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구매자가 재판매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서에는 구매액과 대비해서 걸맞는 제품할인율, 연간 마케팅 지원비, 공동 브랜드쉽, 전용 고객 지원, 각종 영업 지원에 대한 각종 사항을 필수적으로 같이 기재해야 한다. 이러한 항목을 챙기는 것이 외국 회사와 일할때 꼭 필요하며 실제로 어색한 것도 아니다.

계약 체결 시점이 되자 남아프리카에서 전세계 영업채널 담당자가 날아왔다. 그는 일본, 홍콩사람들과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권의 비지니스 환경을 잘 이해하는 편이었다.

그가 소개한 아시아권 회사들의 특징은 인간적 신뢰를 중요시하고, PR, 사진찍기 등 겉치레를 많이 챙길 뿐 아니라 수입 기술이라도 독자적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적재산권, 계약 조항, 절차 등의 원칙과 법적 기술에 둔감하다는 점도 지적해 줬다.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히 글로벌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이해시키고 만약 그래도 이해가 안될 경우, 아시아권 비즈니스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면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3. 느리지만 정확하다
그러나 계약에 걸린 시간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외국 회사는 대체로 일하는데 있어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간단한 한가지를 부탁했는데도 무려 6개월을 끌면서 만들어 준 적도 있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관련 담당자가 매번 회의로 모여 업무를 체크하고, 확인하고, 스케줄을 잡는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 게다가 중요도에서 밀리면 계속 밀릴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시스템 자체가 한 사안이 통과되는데 필요한 절차를 매우 많이 만들어 크로스 체킹(Cross Checking)하도록 하며 독단적으로 어떤 것이 시행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을 보면 담당자가 빠르게 일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잘못됐을 때에는 누가 책임져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외국 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고, 만약 일어난다면 확실하게 누군가 한 사람이 책임을 지고 퇴사해야 한다.

또한 법적인 문제에 매우 예민하다. 계약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필요하면 우리가 서비스 하는 홈페이지의 내용까지도 즉시 검토한다. 내용을 번역해 보내라고 하기 어려우니 직접 번역 직원을 뽑아 검토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리고 고쳐야 될 사항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내준다. 우리도 이에 대한 답변을 Okay, No and Reason, Delay 등으로 나눠 다시 회신을 주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 마지막으로 서로 확인을 한다.

그러니 홈페이지의 내용 일부를 고치는 데도 족히 한 달이 넘어갈 수 있다. 우리는 정말 쉽게 “그거 빼!” “그거 오늘 올려!”라는 식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국내에서 홈페이지 내용까지 법무팀의 검토를 받는 회사는 드물 것이다.

4. 그래도 결론은 역시 ‘신뢰!’
외국 업체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지니스 정신과 정보를 공유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매주 일이 있든 없든 챗 컨퍼런스를 했다. 뿐만 아니라 채팅을 하게 되니 담당자들과도 일상적인 가벼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때 남아공 대표팀의 소식을 서로 주고 받기도 했으며, 대구 지하철 참사 때 그쪽 직원들이 애도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서로의 국가에 대해서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억지로 쥐어짜낸 감정(Plastic Smile)이 아닌 서로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볼 수 있다.

이런 신뢰 관계을 맺다 보니 자연히 본사인 베리사인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며 한국 내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전해들은 본사 담당자들과도 교류할 수 있게 됐다. 본사 담당자들이 국내에 올 때는 의례히 우리 회사에 들러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는 사이가 된 것이다.

이 때 국내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하고 본사의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만약 우리 상황과 맞지 않는 점이 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조금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파트너이자 조언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3년에 걸친 신뢰와 협력을 통해 영업을 향상시킨 결과 본사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더 원활이 진행하기 위해 한국 담당 한국인 직원도 뽑았다는 소식도 얼마 전 들었다.

외국 기업과 함께 일하는 것,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은 단순히 영어를 잘하고, 시장 조사를 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과 얼마나 신뢰를 쌓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시 하는 인맥의 인간적 신뢰가 아니라, 이 사업이 아니면 서로 죽는다는 비즈니스에 대한 공유 정신 자체가 국경과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는 신뢰를 만든다. @

여러분의 생각

  1. 참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외국 회사랑 일하는데 언어 문제때문에 거리감이 있을 듯 한데 영어는 어느 정도나 하시나요?

  2. 영어 정말 못합니다 ^^; 오죽하면 Chat Conference를 하겠습니까? 쓰고 읽는 것은 좀 잘 하는 편이고, 듣고 말하는 것은 역시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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