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의 진실

며칠전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기겠다는 뉴스가 몇몇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일종의 대 언론사 유화 정책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 의해 네이버가 실제로 지난 8월 언론사를 만나 의견 수렴을 한 내용에 대한 자세한 실체적인 진실이 알려 졌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백강녕기자님의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앞으로 변신할 네이버 뉴스의 개편 내용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합니다.

…첫째, 네이버 초기화면에서 조선닷컴 등 언론사의 웹 사이트로 바로 갈 수 있는 링크 아웃(link out) 서비스가 도입된다. 이 서비스의 기사 편집은 네이버 편집팀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에서 맡는다….두 번째 변신은 ‘통합검색’에서 일어날 전망. 지금까지는 통합검색에서 키워드를 입력하면, 네이버의 서버에 담긴 기사가 떴지만, 10월부터는 언론사 웹사이트의 기사로 이동한다…대신 네이버 뉴스(news.naver.com)에 있는 ‘뉴스 검색’은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지금처럼 네이버가 언론사로부터 사들인 기사가 뜬다.

지금 처럼 모든 뉴스 기사가 포털안에서만 소화되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뉴스 사이트는 야후!방식으로 검색 사이트는 구글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죠. 기사 말미에는 네이버가 이런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약간의 정치적(?) 해석들을 곁들여 놓았습니다. 물론 네이버의 현재 지위만 따지고 보면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네이버 ‘내부 격론’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런 결정까지 한데에는 잃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모두가 링크 아웃을 원하지 않는다
먼저 통합 검색에서 뉴스 링크 아웃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네이버는 모든 서비스가 검색을 위한 통로로 귀결되도록 일관된 정책을 취해 왔습니다. 신지식은 물론이고 뉴스나 블로그나 카페나 마찬가지입니다. 서비스 기획을 할 때, 웹 기획과 검색 (데이터) 기획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통합 검색에 노출시켜서 사용자 좋은 품질을 보이지 못했던 콘텐트들은 조용히 사라져 갔습니다. 따라서, 통합 검색 화면의 순위는 네이버 서비스 중 최후의 승자들이 나누고 있는 자리들입니다. 그런 황금 위치를 언론사에 제공을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니 받을려고 하는 언론사닷컴이 과연 몇 개나 될까요? 포털 뉴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언론사들은 (정치적) 논조가 뚜렷한 곳들입니다. 그런 곳의 기사 노출 빈도에 따라서 정치색을 띤다고 비판받기도 합니다. 그런 곳들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최대 현안입니다. 즉, 검색 결과 링크 아웃을 통해 언론사 닷컴에 트래픽을 부여하면, 이 기사가 네이버 뉴스 내부로 들어왔을 때 파급력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인 것입니다. (편집에서 조회수나 댓글 수는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러나, 과거와 다르게 소수의 신문사만 있는게 아니라 수십개의 중소 기사 제공자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포털 뉴스로 인해 성장했고, 생계를 꾸리는 곳도 많습니다. 특히 연합뉴스나 AP 같은 통신사는 포털 뉴스의 주요 기사 공급처입니다. 따라서, 네이버는 논조가 뚜렷한 언론사닷컴이 아웃링크를 신청해주면 고마운 일이겠지만, 중소 규모 미디어 사이트가 아웃 링크를 신청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들의 행태 때문입니다. 비슷한 기사라면 링크아웃 기사 보다는 네이버 내부로 들어오는 기사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용자들은 이런 것을 쉽게 학습합니다.) 왜냐면 링크아웃을 통해 언론사 닷컴으로 가는 것 자체가 여러 뉴스를 두루 보려는 이용자들의 기본 행태에 배치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행태를 안다면 중소 사이트들은 쉽게 링크 아웃을 철회 할 것입니다.

트래픽을 얻을 준비가 되어 있나?
다른 문제는 사용자들이 링크 아웃을 학습 하기 전에 언론사 닷컴이 네이버가 뿜어내는 트래픽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상위 신문사 닷컴은 가능할 지도 모르나 하위 중소 사이트는 불가능하죠. 특히 이슈가 터졌을 때 기사에 대한 요청을 처리하지 못할 것입니다. 수년 간 이들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은 계속 감소해 왔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 해 왔습니다. ‘네이버 효과’에 사이트가 죽어버리는 일을 겪어 보면 돈을 들일 것인가 아웃링크를 빼달라고 할 것인가는 자명합니다.

실제로 일정 수준의 트래픽이 증가되었을 때, 인프라 투자 비용을 현재 비즈니스로 메꿀 수 있는가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검색 ‘키워드’ 광고가 배너 광고 비중을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광고주들도 검색 광고에 더 많은 예산을 투여 합니다. 언론사 닷컴은 여전히 배너 광고 혹은 아직 검증이 잘 안된 문맥 검색 광고만을 비지니스로 삼고 있습니다. 결국 트래픽은 증가해도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기사 공급 단가는 언론사의 지명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트래픽을 나누어 주면 어쩔 수 없이 이 가격 구조는 변화가 올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백 기자님은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트래픽도 나누어 주면서 똑같은 돈을 줄거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트래픽을 나눠 가지겠다고 하는 회사와 필요 없다는 회사가 있을 경우, 시장 논리 상 그 가격 구조는 동등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지명도에 따른 현재 구조가 유지되더라도 제일 많이 받는 회사와 적게 받는 회사의 갭은 줄어들고 좀 더 평준화 되는 효과를 줄것입니다. (그것이 컨텐츠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면 네이버는 그것 보다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일 것입니다.)

포털은 과거의 포털이 아니다
그 다음, 네이버 첫화면의 언론사 편집 섹션과 링크 아웃에 대해 생각해 보죠. 어떤 언론사들은 편집 섹션을 자신들의 나름 정론 지향 논조로 꾸미길 좋아할 것이고, 어떤 곳은 속보로 또 어떤 곳은 가십으로 채울 것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사실 속보와 가십입니다.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가 현재 언론사닷컴의 순위와 같다고 보면 그건 큰 착각이라는 것이죠. 포털 이용자와 언론사 닷컴을 굳이 찾아가서 보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용자들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탭을 놓기 보다는 연합 뉴스나 노컷뉴스 탭을 선택할 것이란 이야기 입니다.

아무리 네이버 첫화면이 ‘따뜻한 양지’라고 해도 이런 자리에 걸리는 링크 아웃도 의미가 없습니다. 포털 첫화면에 들어와서 바로 빠져 나가는 것은 90년대 중반에나 있었던 과거의 일로 언론사 닷컴이 이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몇 년 간 언론 미디어 사이트들이 입은 가장 큰 손해는 돈을 못 번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소비하는 소비자 행태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정보는 포털들이 다 가지고 갔죠. 굳이 예를 든다면, 북한에 대한 미국과 우리 나라 정보력의 차이라고 할까요. 모든 제안에는 이런 복안들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돈을 벌고 있는 기업가를 그리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되겠죠.

네이버는 밖으로 엄청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내심 반갑겠지만 이번 제안은 그야말로 명분과 실속은 있는 대로 다 챙기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떡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독점의 힘이자 시장의 힘이죠.

미디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백 기자님은 네이버의 이런 변화가 언론사 닷컴 뿐 아니라 2위인 미디어 다음에 큰 영향을 줄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이 말하는 미디어의 정의는 언론사들이 말하는 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 이재웅 CEO가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오리엔테이션 하는 강의를 했었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다음은 인터넷 미디어 기업이며 자신이 생각하는 ‘미디어’의 정의 입니다. 전공이 인지과학 및 뇌과학이었던 탓인지 뉴런과 신경 전달 세포를 예를 들며, ‘미디어는 접점’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의 입장에서는 메일, 카페 서비스 역시 사용자 접촉을 확보해주는 플랫폼이였기 때문에 미디어의 범주에 속하게 됩니다.

현재 미디어 다음은 기존 주류 미디어와의 접점 뿐만 아니라 미디어 소비자 혹은 생산자 사이의 접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뉴스 섹션과 UCC 섹션(아고라, 텔존, 세계엔 등)의 페이지뷰는 이미 5: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는 뉴스 댓글 놀이를 하지만 다음에서는 아고라, 텔존 놀이를 합니다.

과거 메일이 1:1, 카페가 1:n의 접점 관계 였다면 현재 미디어 다음은 n:n의 접점을 만드는 미디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네이버가 뉴스를 검색하고 공급하는 플랫폼이라면 다음은 그걸 매개로 사용자의 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네이버의 이런 행보를 한다면 그 차이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 지게 될 것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 한 것입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사실 기술적인 것 이외 미디어에 관련된 글을 블로그에 쓰는 적이 거의 없지만 제가 이런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진실은 저 너머에 있습니다. 누가 더 가까이 있느냐일 뿐이죠.

여러분의 생각

  1. 트래픽이 제일 걱정이네요. 언론사 사이틑 접속할 때마다 버벅 거리는 게 짜증납니다.

  2. 포털과 언론사들간에 벌어지는 일련의 행보들이 결과적으로 과연 소비자에게 양질의 뉴스를 제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런지…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 기반 뉴스 or 신문 기사들 중 상당수는 찌라시 기사, 쓰레기 기사 아닌가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궁금하네요.

  3. 본문중에 “네이버 효과”라는 표현을 보니….
    올블 추천글에 오르면… 트래픽이 폭주하는 “올블 효과”가 생각나는군요….ㅡㅡ;;
    (저도 몇 번 당했다지요…..)

  4. 흰풀이 2006 8월 14 12:29

    대단한 변화같네요…

  5. 오픈캐스트를 타고 다니다가 놀러왔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 과연 신문사들은 변화에 적응할른지.. 또 판도가 어떻게 바뀔른지.. 두고봐야겠죠. 아무튼 인터넷 시장에서는 사실 작은 변화도 큰 모험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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