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ay 개발자 컨퍼런스를 가다!

지난 6월 10일부터 3일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Ebay)가 주최하는 이베이 개발자 컨퍼런스(EbayDevCon 2006)가 열렸다. 이 컨퍼런스는 이베이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베이의 비즈니스 솔루션과 OpenAPI를 사용하는 다양한 서드 파티(3rd Party)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컨퍼런스에서 웹 플랫폼 비즈니스를 실현하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이베이, 살아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
이베이는 웹 비즈니스의 중요한 축인 전자상거래 세계 1위 기업이다. 경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베이와 전자 지불 서비스는 페이팔(PayPal) 그리고 작년에 인수한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까지 주요 서비스 모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가격 비교 서비스는 쇼핑닷컴(Shpping.com)과 쇼핑몰 구축 서비스인 프로스토어(Prostore)도 가세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이 회사의 생태계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1위인 옥션 역시 이베이의 100% 자회사이다.)

비즈니스 및 솔루션 파트너에 집중을 통해 오랜 기간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 온 이베이성공 이면에는 서드 파티 개발자에 대한 지원이 녹아 있다. 이에 반해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주로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이렇다 할 외부 개발자 지원 제도가 없었다. 최근에 Open API 제공 추세에 발맞추어 외부 개발자 사이트를 열고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베이의 규모와는 거리가 있다. 이베이의 주요 서비스들 모두 엔드 유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서드 파티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해가 되지 않고 득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베이에 올라오는 경매 상품들 중 47%가 API를 통해 야후!나 버라이존 같은 파트너 사에 보여 지고 있으며 매월 30억건의 API 접속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또한 외부 개발자 사이트에 등록된 개발자만도 3만 명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외부 개발자들이 만드는 서비스나 도구를 통해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일반인들이 매년 45%씩 늘고 있다.

웹2.0의 주요 화두인 웹 플랫폼 성공 사례로 한껏 고무된 이베이가 작년과 달리 야심차게 개발자 컨퍼런스를 준비한 이유도 여기 있다. 개발자 컨퍼런스가 끝난 후에는 연달아 파워셀러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대상으로 하는 이베이 라이브(Ebay Live!)라는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예년 보다 더 큰 규모로 열린 행사답게 프로그램 내용도 매우 알차게 진행되었고 전 세계에서 많은 개발자들이 모여 들었다.

참여와 활기가 넘치는 컨퍼런스 현장

컨퍼런스의 첫 시작은 양쪽에 도열한 Ebay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 박수로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멋진 컨퍼런스 무대와 오프닝 공연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베이와 페이팔, 스카이프를 커머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라는 컨셉으로 서로 융화 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

이어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총괄하고 있는 그레그 아이삭(Greg Issacs)의 사회로 이베이 서비스들의 향후 지원 전략을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레그는 Business2.0에서 주요 관심 인물 50인에 선정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야후!개발자 네트워크를 지휘하는 제프리 맥머너스(Jeffrey McManus) 역시 이베이 출신일 정도로 이 분야에 관한 한 인재 양성소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컨퍼런스 프로그램의 주요 부분은 대개 솔루션 기업이 서드 파티를 위해 개최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채용하고 있었다. 각 서비스 별로 신규 API에 대한 소개와 향후 API 공개 일정을 알려 주거나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세션이 주를 이루었다. 거기에 직접 API 개발 시연 및 현장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된 Ajax나 매쉬업 같은 기술 컨셉을 자사 서비스와 연계하여 개발하는 방법에 대한 소개도 진행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월에 웹 기술 전략을 밝힌 MIX06에서 팀 오라일리를 불렀던 것처럼 이베이에서는 롱테일(Long Tail) 개념의 주창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을 초청하였다. 크리스는 이베이로부터 넘겨 받은 자료를 근거로 사람들이 올리는 상품 종류 및 판매 수량에 대한 롱테일 사례를 함께 제시하기도 하였다. 크리스는 이베이 설립자인 피에르 오미디야(Pierre Omidyar)와 패널 토의를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컨퍼런스는 외부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재미 있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컨퍼런스 전날 비어 파티(Beer Party)에서부터 마지막 날 언컨퍼런스(Unconference)까지 직접 참여가 돋보였다. 언컨퍼런스는 일반 참가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듣고 싶은 사람들이 들어 오는 그야 말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새로운 형식의 컨퍼런스 방식이다. 일정 개수이상 표를 받지 못하면 강의는 폐쇄 된다. 그리고 주로 열띤 토론과 자유로운 진행이 돋보이는 방법이다. 그 밖에도 블로거 파티, 서비스별 BoF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베이 직원들의 노력도 대단했다. 똑 같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서, 모두가 자신들의 고객인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듣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점심 시간에는 테이블 마다 레고 게임을 통해 우승자들에게 100달러짜리 카지노 사용권을 제공했는가 하면, 주요 책임자들은 자신의 면담 스케줄표를 공개해 시간대별로 원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Open API, 내편 만들기 전략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나타난 이베이의 전략은 ‘공격적인 플랫폼 구축’과 ‘서로 다른 서비스들간의 융합’이었다. 특히, 이베이의 경우 구글 애드센스를 염두해 둔 애드컨텍스트(AdContext) 서비스와 경매가 아닌 오픈 마켓 방식의 이베이 익스프레스(Express)를 도입하면서 상품과 판매 정보 및 쇼핑 카트 API 제공을 약속하였다. 커뮤니티 사이트와 오픈 소스 개발 SDK를 비롯 다양한 지원 수단도 발표하였다.

페이팔(PayPal)의 경우도 베리사인(VeriSign)의 기업형 전자 지불 서비스를 인수하면서 명실 상부한 업계 1위가 되었다. 하지만, 좀 더 쉽게 개발자가 접근 할 수 있도록 SOAP 방식만을 제공 하던 OpenAPI를 SSL과 서명기능을 첨부한 REST 방식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카이프(Skype) 역시 API를 통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개발자 우선 정책을 펴기로 했다. 새로 이베이 가족으로 들어온 쇼핑닷컴과 프로스토어도 각각 Open API를 기반으로 하는 파트너 전략을 선보였다.

이베이가 내 놓은 전략처럼 웹 서비스 업체들이 자기네 서비스를 공개 하면서 외부 개발자들을 유혹 하고 있는 이유는 스스로 다 하기 보다는 공유로 인한 가치 창출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치는 외부 개발자들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베이 서드 파티들은 파워 셀러를 위한 개별 쇼핑몰이나 상품 등록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이베이에서 제공하는 마케팅 자료를 비즈니스 솔루션에 결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중소 규모 웹 사이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에 이베이 상품 목록 을 광고 형식으로 삽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지는 최근의 OpenAPI나 매쉬업(Mash-up) 사례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서비스 창발성 및 혁신성에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결국 외부 개발자에게 경제적 가치가 돌아갔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과거 닷컴붐에서도 충분히 경험했던 바 있다.

이베이 예를 들었지만 소위 플랫폼 기업들의 이런 류의 컨퍼런스가 유행처럼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외부 개발자 지원과 Open API 전략을 가속화 하고 있는 업계 추세와 다르지 않다. 과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에만 국한 됐던 이러한 비즈니스 추세가 웹 서비스 기업에도 확산 되고 있다. 결국 누가 더 많은 자기 편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

참고.
Ebay Developers Program Blog
PayPal Developer Network Blog
Skype DevZone Blog
Shopping.com Partner Center
Prostore Developer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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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3개)

  1. 원뺀 댓글:

    지난달말에 다녀온 아파치 컨퍼런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군요. 먼가 맥빠진 분위기였는데,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최대 온라인 상거래 회사라는 성격차이일까요 ?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2. wookay 댓글:

    unconference 굿이네요.

  3. […] 방문기 본 글은 2006년 이베이개발자콘퍼런스 참석차 라스베가스에 방문했을 때, 그랜드캐니언을 다녀 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