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판 Web3 열풍 속 현실적 반론

4년전 2018년 새해 첫 글이 블록체인 (비트코인) 열풍 속 현실적 조언이었습니다. 일반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거품이 꺼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한때 폭락했던 암호화폐 시장은 팬데믹과 더불어 온 유동성 과잉 시장에서 최대 6배까지 올라가기도 했네요.

당시, 일반 개발자들은 인공 지능 다음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하라고 권고했고, 스타트업에게는 분산 사이클에서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 부터 블록체인판에 갑자기 Web3이라는 마케팅 키워드를 부여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 Web 2.0이라는 개념을 많이 소개했던 저에게도 어떤 의견인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구요. 웹2.0도 무슨 무슨 버전이 있어서 만든 개념도 아니었기 때문에 3.0, 4.0 이런데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웹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시맨틱 웹 기술을 Web3.0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이야기되는 블록체인판 Web3 역시 이미 2014년에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 중 한명인 개빈우드(Gavin Wood)가 처음 이야기했던 것인데, 최근에 블록체인 투자자들이 뭔가 세상을 바꿀 마케팅 용어로 포장해서 띄우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개빈 우드는 얼마전 WIRED 매거진과 ‘The Father of Web3 Wants You to Trust Less‘라는 인터뷰에서 분산 기술이 자유 민주주의를 보존하는 사회적 전환 방법이라는 자신의 신념에는 변함 없는 듯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구루 분들이 의견을 낸 사안이라, 제 의견을 이야기하기 앞서 우선 읽어보면 좋을 글을 소개하면서 간단하게 요약해보겠습니다. 요즘 구글 번역이 너무 잘돼 있으니, 원문을 보셔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인공 지능 덕에 세상이 너무 좋아졌어요.)

Web3에 열광하기에는 너무 이른 이유 (영문) – Tim O’Reilly

웹2.0을 처음 주창한 분이니 많은 분들이 질문을 했겠죠. 팀 오라일리는 미래 예측이 항상 맞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처럼 언급을 피했지만, 몇 가지에 대해 의견을 남겼습니다. 먼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중앙화된 웹2.0의 문제를 해결한다지만, IT 역사에서 이미 몇 차례의 사이클을 거쳤으며,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중앙화 요소(거래소나 채굴)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웹2.0은 닷컴버블의 과대 투자 시장의 붕괴 이후 회고에서 왔는데,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버블 시장에 진입해 있고, 사실 블록체인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은 버블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물론 디지털 전용 자산 시장에 유용한 기술이긴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꿀만한 킬러앱이 나올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닷컴버블 이후 웹2.0 시대의 1) 살아남은 모든 회사는 실제로 돈을 벌고 있고, 2)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 없었고, 3) 수억에서 수십억의 일일 사용자를 확보 했으며, 4)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5) 주목받지 않았던 주변의 기업이었다는 점입니다.

Web3에 대한 나의 첫 인상 (영문) – Moxie Marlinspike

Signal 메신저 창업자인 Moxie는 Web3가 주창하는 탈중앙화에 대한 생각을 담았는데요. 과거 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서버를 운영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과거 기술은 유물처럼 계속 남아 있어 (예를 들어, 이메일) 완전한 탈중앙화는 미신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날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가 중앙화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고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본인이 dApp 과 NFT를 만들어봤는데, 서비스를 사용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탈중앙화 대한 고려도 실익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블록체인의 서버들은 분산되어 있는데, 여전히 클라이언트는 어딘가에 있는 중앙화된 서버에서 원격으로 실행되는 노드를 통해 블록체인과 상호작용 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dApp 들은 Infura 또는 Alchemy 를 통해서 블록체인과 상호작용하고 있고, NFT는 OpenSea라는 (중앙화된) 사이트에서 만들거나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블록체인 기술이 초창기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반론이 있으나, 분산화된 기술이 재중앙화는 필연적으로 생각됩니다. 내용이 많고, 반론도 많았던 글이라 좀 더 자세한 것은 Geek News의 번역 요약글과 댓글을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하네요.

■ 웹2.0은 API를 기반한 오픈 플랫폼이었다

저는 Web3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다만, 웹2.0이 중앙화된 생태계이고, 이를 개선하려는 것이 Web3이라고 단순히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WordPress를 만든 맷 물런와그(Matt Mullenwag)는 “사람들이 웹2.0을 페이스북처럼 데이터를 (집중해서) 소유하는걸로 재정의하는 것 같은데, 당시 웹2.0은 워드프레스, 오데오, 식스어파트, 플리커, 테크노라티, 딜리셔스 같은 상호 호환되는 오픈 플랫폼이었다.”라고 말했는데,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중앙화된 인터넷 생태계는 사실상 “안티-웹2.0″에 가깝다는 생각은 됩니다. 다만, 이는 사람들의 편의성과 비지니스의 결과이지, 탈중앙화가 ‘선’하고, 중앙화 자체가 ‘악’하다는 가치 판단의 문제는 아닙니다. 웹2.0 시대의 진정한 변화는 과거에는 없었던 개방된 API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 같은 기업 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당시 많은 웹2.0 스타트업도 API를 성장의 매개체로 이용했으며, 지금도 그 그간의 뿌리는 바뀌지 않았다고 봅니다.

웹2.0 시대에도 있었던 웹1.0과 2.0을 비교하는 시도처럼, 웹 2.0을 통해 Web3을 설명하려는 도표를 보면, 킬러앱의 변화는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블록체인판 Web3의 근간에 “암호화 기술과 이를 보상하는 코인 체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웹 2.0 시대 API가 가진 단순성과 강력함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군요.

■ 블록체인 생태계는 새로운 중앙화의 시기

제 글을 자주 읽어 주시는 분들은 제가 분산-집중 5년 주기설을 주창(?)하고 있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IT 세계에는 분산과 집중의 주기를 가지고 있는데, 웹 생태계 역시 유기체와 비슷하게 스스로를 견제한다는 것이죠. 스스로 분산하고 네트웍킹하려는 성질이 있지만, 이후에는 곧 반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구요. (제가 2010년에도 2018년에 쓴 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2020년 이후 블록체인 생태계는 탈-중앙화가 아니라 이미 새로운 중앙화의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지금도 블록체인 업계에서 돈을 버는 회사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나 앞서 언급한 dApp이나 NFT을 기반으로 한 중앙화된 플랫폼입니다. 향후 투자도 이런 곳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지금 탈중앙화를 외치는 소위 Web3 스타트업도 아이러니하게도 중앙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꾸고, 트위터 CEO가 블록체인에 뛰어 들면서 스퀘어를 블록(Block)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보여주듯이 기존의 웹2.0 기업들도 뛰어들게 될 것입니다. 웹1.0이 모두 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저처럼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Yahoo!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세상은 하나가 끝나고 다른 하나가 대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모두 공존하고 있습니다.

소위 Web3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스타트업의 출현과 투자 활성화는 웹2.0 이후 시대에 많이 보았던 데자뷰입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도전은 항상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점인 진실입니다. 버블은 꺼지겠지만 역동성 있는 생태계에서 열매는 맺을 것은 자명합니다. 누가 살아남을지… 그 결과가 무엇일지 무척 기대됩니다.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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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1개)

  1. SanKu Jo 댓글:

    최근의 블락체인을 중심으로 한 변화는 근본적인 개로운 흐름으로 웹3.0으로 표현할만 하다. 그러나 블락체인은 인터넷 상의 새로운 인터넷이다. 그래서 블락체인으로 새로워진 인터넷을 제 2의 인터넷이라고도 한다. 기존의 복사/붙이기로 정보를 공유 인터넷과 달리 암호화폐와 연계해서 가티를 복사/붙이기/원본지우기인 가치인터넷으로도 부르기도 한다. 블락체인의 DNA가 투영된 DAO로 부르기도 한다. 일단 웹3.0보다는 인터넷2.0이 더 좋다.

  2. Dami Lee 댓글:

    크립토, NFT, DAO, DeFi 등 웹3.0 변화가 거세고, 관련 투자와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떻게 될런지 궁금하네요.

  3. Jonathan Jeon 댓글:

    계속 주장하는거지만, 다른 모든 것들을 다 떠나서 Web 자체에 큰 기술적 변화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2.0 또는 3.0임을 주장하는 것은 호박에 선 그리는 것 밖에 안되는거죠. #호박에줄긋기

  4. 어제는 NFT Bank PO 분의 web3.0에 대한 견해
    오늘은 AWS 에반젤리스트 분의 이에 대한 반론, 재밌다😀

  5. Kyong Dal Kim 댓글:

    Web3 열풍과 비판적 시각(Channy’s blog)

  6. Chris JT Yoon 댓글:

    후라이드 반, 양념 반처럼 웹 2.0과 웹 3.0이 나뉠까 아니면 웹 3.0은 개뻥이고 웹 2.1 시대가 될까.

  7. MinKwon Park 댓글:

    기업 조차도 서버를 클라우드 쓰는게 현실이고 더더욱 미래에는 개인 단말기에 OS만 설치되어 있고 대부분의 데이터는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며 쓸텐데 탈중앙은 불가능하지.

  8. 비타샤 댓글:

    링크만 공유하는 건 될까요?

  9. 김철호 댓글:

    스트라이프 -> 스퀘어

  10. 인문연구소 말과사물 댓글: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탈중앙화는 정말 오래된 우화에 가깝다. 이것은 국가의 정체성 노쟁과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사회는 중핵을 만들며. 그 중핵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중핵을 점유한 소수와 그로부터 배제된 다수의 분투가 오늘의 논쟁 주제로 봐야 옳다. 중핵을 없앨 수는 없고, 그럼 사회가 깨질테니까 또는 원천적으로 형성되지 않거나, 다만 단핵사회를 다핵사회로 만들 수는 있겠지. 그런데 그 합의에 도달한 후부터는 분권화된 권력에 대한 무한 경쟁이 있을 것이다.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가 위협하는 대단한 자유 민주주의가 되겠지. 다시 한 번 묻자. 분권이 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