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비급(祕笈) – 5. 스타트업의 개발자 채용 비법

저는 스타트업에서 웹 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분들을 만나 기회를 얻어 회사 경영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여러 스타트업 대표나 CTO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과거의 저를 떠올리기도 하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저와 이야기하는 중에 IT 분야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어떻게 좋은 개발자를 뽑느냐는 것입니다. 창업자들 중에 개발자가 없는 경우, CTO급 영입에도 관심이 많으니 저에게 소개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저의 경험을 토대로 그간에 했던 조언들을 요약해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는 방법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이 글은 높은 연봉, 좋은 개발 문화 이런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스타트업 업(業)의 특성에 기반한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1. 동업자 같은 사람을 찾아라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창업자입니다. 단기적으로 민첩성을 가지고 사업을 구성하고 실행하려면, 창업자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많아야 그 회사는 성공합니다. 사업과 기술을 보는 눈이 같은 사람, 빠르게 배우고 무모한 일도 도전하는 업무 방식 및 성격, 그리고 심지어 식성(?)까지 비슷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창업자들에게 개발자를 찾지 말고, 오히려 당신의 쌍둥이를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스타트업은 동업자를 찾는 것이다 (출처: tvn 드라마 ‘스타트업’)

저도 과거 회사 규모가 조금 커지고, 투자를 받기 시작하니 주변에 배경 좋은 분, 나를 보완할 수 있는 사람, 경험 많은 분들을 뽑고 싶은 유혹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뽑기도 했는데, 업무 처리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문화를 만드는 방식 등에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린 대기업 출신이 스타트업에서도 잘할 거라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에 가깝습니다.

스타트업 회사의 문화는 창업자가 결정합니다. 그래서, 창업자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계속 모아야 합니다. 어느 순간 우리에게 부족한 배경이나 유형의 사람을 인재라고 뽑기 시작하면 회사는 바로 산으로 가기 쉽습니다. 비슷한 사람을 모아도 성공하기 힘든데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도 우선 자신처럼 창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찾으세요. 기술과 경험은 조금 부족해도 과감히 도전할 사람을 먼저 찾아내세요.

2.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멀리 찾지 말고 주변을 둘러봐야 합니다. 대부분 당신 옆에 있는데 놓치고 있습니다. 뭔가 해결해 줄 것 같은 신기루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나랑 지금 일하는 사람들을 집중해 보세요. 그 사람의 강점과 재능을 찾아내서, 새로운 일을 맡기고 위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들을 설득을 잘하는 기획자가 있으면 영업 팀장을 시키고, 사람들을 잘 다독이는 개발자가 있으면 개발 팀장을 시키세요. “서는 데가 바뀌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라는 한 드라마 대사 처럼, 현재 직원들을 회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잡게 해주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경험이 바로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회사를 만듭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일을 하기 위해 서라도 사람을 뽑을 겁니다. 개발자 직원의 지인, 일반 직원 주변 사람, 그리고 심지어 아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발자까지…

저도 한 명의 개발자로 직원이 단 3명이던 회사에 들어갔지만, 1년만에 개발팀을 맡고, 1년만에 사업 부서를 만들고 그 후 2년만에 CTO로서 경영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럴 능력이 될까 주저했지만, 우리 회사 창업자는 “주변을 돌아봐라. 벤처기업들 모두 20대 사장들인데, 왜 너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라면서 지분 25%를 주면서 저에게 회사를 맡겼습니다. 그 때부터 주변에서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을 모았습니다. 당시, 대기업에서는 대리도 못다는 나이에 그런 압축적인 경험은 스타트업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차니의 IT 이야기 #1- 좌충우돌 스타트업 경험기 참고)

3. 자주 평가하고 파격적으로 보상하라
당신이 먼저 뽑은 개발자에 먼저 집중하고 더 큰 임무와 기회를 주어야 바랍니다. 창업자가 영입 인사에 눈을 돌리는 순간 굴린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정도가 아니라, 회사가 바로 처참해 질 수 있습니다. 설사 외부의 경험 있는 사람을 영입하더라도, 소위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과거의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되기 쉽습니다. 피해 반경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평가는 가급적 격월 혹은 분기 별로 자주 해야 합니다.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공격적인 목표를 주고 이를 달성하는 사람에게 파격적인 보상과 위상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외부 영입한 사람에게는 회사와 잘 맞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회사와 잘 맞지 않는 분들에게는 여러 번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면서도 기존 대기업의 평가 속도 처럼 반년, 1년 혹은 수년에 걸쳐 보상 및 승진 평가를 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죠.

이쯤 되면 직원들이 스스로 사람들을 전도(?)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뽑는 것이 창업자의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이 됩니다. 직원들이 “사람이 부족한데, 대표는 왜 사람을 안 뽑아오나?”라고 불평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창업자가 앞에 제시한 첫번째 두번째 원칙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디서부터 잘 못됐는지 알아야 처방도 가능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주 평가하면서 파격적인 보상과 위임을 시작하세요.

4. 공유하게 전달하게 하라
이제 창업자와 쌍둥이 같은 개발자들이 회사에 있다면, (한두 명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들을 외부로 내 보내세요. 개발자 행사, 개발자 커뮤니티, 출신 학교 동아리 모임 아무 데라도 상관없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기 좋아하는 개발자 중에 외부에 공유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못봤습니다. 적어도 여러분 회사에 한두 명 정도는 그런 분들 있습니다. 그 분들이 회사의 이름으로 활동하도록 장려하세요. 소위, 개발자 관계 활동(Developer Relations)는 큰 회사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공부하려는 커뮤니티 모임에는 창업가 기질이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회사를 노출해야 합니다. 제가 20여년간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을 해보면, 커뮤니티에도 딱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여만 하는 사람과 공유하려는 사람.. 그리고 그 비율은 무려 9:1 입니다. 공유하려는 사람의 비율이 적은 이유는 그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유가 없어서 입니다.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보면, 회사가 아예 막고 있거나, 장려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회사 업무를 외부에 기밀 같아서 전달하는 게 꺼려지신다면, 단언하건대 기밀 누설로 망하기 보다 좋은 개발자를 못 뽑아 망하기 더 쉬울 겁니다. 가급적 회사 이름을 개발자 커뮤니티에 널리 알리고, 회사에 좋은 개발 문화와 노하우가 있으면 공유하도록 하세요. 모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자발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늘 잡도록 해야 합니다. 게다가 외부에 발표하기 전에, 사내에서 미리 리허설도 하면서 내용도 보강하면 사내 세미나도 하고 일석이조입니다.

5. 개발자 커뮤니티에 좋은 평판을 가져라
창업자나 CTO는 외부에 기술을 공유하는 직원에게 관심과 보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제가 자주 보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발표를 자주 하는 스타트업 개발자들은 항상 마지막에 사람 채용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개발자를 뽑고 있다는 홍보를 합니다. 덕분에 알게 모르게 참여자들은 그 회사에 호감도가 높아집니다. (왜 기술 커뮤니티가 중요할까? 참고)

어떤 개발자 모임에서 발표 말미에 개발자 채용 홍보를 하면서, 인터뷰에 관심 있는 분들은 본인에게 연락 주면 도서 문화 상품권을 드리겠다고 하는 분을 봤습니다. 질문을 하는 분에게도 작은 선물이나 쿠폰을 제공하더라고요. 그래서, 자비로 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바로 회사 대표님이 후원해 주시는 거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마 저를 포함해서 그 모임의 참가자들은 그 회사를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커뮤니티 모임에서 그런 회사를 가진 발표자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개발자 세계의 기업 평판은 뭔가 대단한 곳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큰 돈 들여 개발자 행사 후원하거나, 외부 블로그를 만들고 개발자 행사를 개최한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경영진들이 지속적으로 자사 개발자들이 외부에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게 하고,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작은 것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에서 좋은 개발자를 뽑는 방법이라고 몇 가지 설명했습니다만 눈치채셨겠지만 단순히 개발자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기존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강점을 찾아서 빠르게 위임하고, 보상하고 사업에서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창업자와 같은 수준으로 영향력이 높아져야 합니다. 스타트업계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이러한 좋은 평판을 가질 때, 더 많은 사람들이 기존 업계를 과감히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입니다.

개발자 비급(祕笈) 시리즈는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분들이 어떻게 하면 개발자의 방식으로 경력 관리, 업무 처리, 프로젝트 관리 등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리즈입니다. 개발자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비개발 직군에서는 자신의 경력 방향에 시금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재 목차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 ;

여러분의 생각 (4개)

  1. MCTeam 말해보세요:

    저희 회사 분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은 글이네요. 공유하겠습니다~

  2. JHPark 말해보세요: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냥 일반 직원이지만 공감이 많이 되네요.

  3. 김동학 말해보세요:

    잘보고 갑니다.

  4. 지나가다 말해보세요:

    지나가다 읽었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정말 스타트업이라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신나서 춤추게 해줘도 될까말까라고 생각해요.
    직원들 얼굴의 그늘이 드리워진 스타트업이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