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에반젤리스트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AI타임즈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인터뷰가 화제의 신종 직업 ‘테크에반젤리스트’라는 기사로 나갔습니다. 뉴스 기사 대로 요즘은 넓게 Developer Relation라는 업무로 불리기도 하고, ‘디벨로퍼 애드보케이트’ (Developer Advocate)라는 직무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 기사 내용에는 지면 상 요약된 게 많아서, 서면 인터뷰로 드렸던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공유해 드리니, 이 직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최근 해외에서는 테크 에반젤리스트와 ‘디벨로퍼 애드보케이트(Developer Advocate)’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개발자 입장을 대변(Advocate)하고 개발자의 의견을 내부 제품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한데다 에반젤리스트가 종교적 의미도 담고 있어 꺼리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WS에서도 에반젤리즘 부서명을 ‘개발자 대상 활동(Developer Relations, DevRel)’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Q: 테크에반젤리스트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언어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본인이 개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스타트업에서 웹 개발자로 일을 시작해서 AWS에 입사하기 전까지 15년 넘게 음악 스트리밍, 온라인 쇼핑몰 및 전자 결제, 대용량 API 플랫폼 같은 다양한 서버 기반 현업 개발을 경험했는데요. 에반젤리스트가 되어도 개발자들이 신기술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샘플 코드 작성이나 프로토 타입 같은 개발은 계속해야 합니다. 대개 개발자들이 경력이 올라가면 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서 코딩에서 손을 놓는 경우가 있는데, 에반젤리스트는 개발에서 손을 놓으면 안됩니다.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개발자와 대화가 단절될 수 밖에 없거든요.

아마존의 리더쉽 원칙 중에 Learn and Be Curious라는 게 있는데요. 이 말처럼 에반젤리스트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기를 좋아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개발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려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AWS의 경우, 175개이상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는데 매년 수 천여개의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가 나오다 보니 매일 신기술을 확인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물론 대다수 개발자들이 이러한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여기에 더해서 다른 사람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를 하는 것이 즐거워야 합니다. 자기가 공부한 기술을 블로그로 쓰거나, 개발자 커뮤니티에 가서 강연하거나, 코드를 만들어 공유를 하고 있다면 에반젤리스트로 자질이 있을 것 같습니다.

Q: 테크에반젤리스트를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말씀드린 대로 개발 경력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유하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테크에반젤리스트로 기본적인 자질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회사 업무 외에도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는 학부에서 컴퓨터 전공이 아니었지만, 1995년 만들어진 우리 나라 첫 웹 기술 커뮤니티였던 WWW-KR 활동을 통해 웹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 분들이 학교에서 알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한국 Mozilla 커뮤니티 리더들과 함께

그 이후에도 저는 업무 외에도 Mozilla 커뮤니티 리더, 웹 표준 프로젝트 리더, W3C 외부 전문가 활동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공유하는 개발자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AWS에 입사했던 계기도 2012년에 AWS 한국 사용자 모임이 만들어질 때, 처음 참여했었는데 당시 스타트업 엔지니어들이 활용하는 것을 보고 클라우드 기술이 미래에 변화를 이끌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 본인의 외연을 확장하고 새로운 경력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개발자 커뮤니티 모임에 참여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회사에서 기술 블로그가 있거나 세미나, 콘퍼런스 발표 참여가 자유롭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 모임이나 행사에서는 본인만 용기를 낸다면 자발적으로 글쓰기나 발표를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 블로그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외부 개발자의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은 에반젤리스트가 되는 아주 좋은 통로가 됩니다.

Q: 테크에반젤리스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테크에반젤리스트라는 직업은 탄생한 지는 꽤 오래됩니다. 1990년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 같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에게 있었던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웹 개발자로서 제가 에반젤리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6년 아마존웹서비스의 에반젤리스트였던 제프 바 (Jeff Barr, 현 AWS 에반젤리즘 부사장)를 만나서 부터였습니다. 

당시 제프가 한국에 웹2.0 콘퍼런스에 전자 상거래 API에 대한 발표를 하러 왔었습니다. 야후, 이베이, 아마존 등이 웹 기반 오픈 API를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장할 시기였는데, 덕분에 제가 Daum에서 오픈 API 플랫폼인 Daum DNA (개발자 사이트)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다음의 검색 API, 지도 API 등을 외부 개발자에게 쓰도록 하려니, 자연스럽게 에반젤리스트 업무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Jeff Barr와 함께: https://www.instagram.com/p/BNiVbR5g4lU/   

당시에도 그랬지만 국내 기업에서는 에반젤리스트라는 업무를 가진 분들이 지금 역시 극히 소수입니다. 다음에서는 API 개발 및 운영 업무와 에반젤리즘 업무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서 규모가 있는 에반젤리즘 팀에서 제대로 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 뜨고 있는 클라우드 기술을 공부하면서 제 롤 모델이었던 제프가 일하고 있는 AWS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5년전 제가 입사하던 당시 AWS에도 소수의 에반젤리스트가 있었지만, 경험 많고 뛰어난 동료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구요. 지금은 저에게 딱 맞는 일을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Q: 일을 하면서 겪었던 고충 혹은 즐거웠던 경험담 알려주세요.
대개 에반젤리스트는 혼자서 하는 일당백 업무입니다. 대개 한 사람이 한 국가나 지역 혹은 한 분야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혼자서 스스로 업무를 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출근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 재택 근무를 합니다. 저는 한국 지역만을 맡고 있어 출장이 많지 않지만, 미주, 유럽, 동남아시아 등 넓은 지역을 담당하는 에반젤리스트들은 외부 강연이 많다 보니 일년에 1/3은 업무 출장인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업무 출장이 거의 없고 온라인 활동이 많다 보니 행복해 하는 동료들이 많습니다. 새로 배우고 콘텐츠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테크 에반젤리즘 활동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9년 호주 멜번에서 열린 AWS APAC 커뮤니티 리더 모임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새로운 블로그를 쓰거나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서 좋은 피드백을 주실 때 즐겁습니다. 저는 연초 부터 AWS 영문 공식 블로그에도 신규 서비스에 대한 출시 공지글을 쓰고 있습니다. AWS 서비스팀과 같이 신규 기능을 같이 테스트하면서 개발자 입장에서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Jeff를 포함해서 에반젤리스트들이 글로벌 팀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메일을 주고 받을 일이 조금 많아졌지만, AWS 서비스팀과 글로벌 개발자 고객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Q: 인공지능 기술 전도 사례가 많아 지고 있다고 생각 하시나요?
AWS의 경우, 대부분 테크 에반젤리스트들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에 기술의 분화에 따라 서버리스, 콘테이너, 인공 지능 분야 등에 에반젤리스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 지능 분야에는 다양한 신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AI/ML 전문 에반젤리스트들도 적극 활동하고 있고 있습니다.

AWS의 대표적인 AI/ML 전담 에반젤리스트인 줄리엔 사이먼(Julien Simon)은 AWS의 다양한 인공 지능 서비스에 대한 강연과 블로그 글쓰기, 쥬피터 노트북 실습 코드, 데모 동영상 등을 통해 많은 개발자들이 손쉽게 인공지능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앙티 바스(Antje Barth)와 크리스 프레그리(Chris Fregly) 등의 AWS AI/ML 에반젤리스트들이 매월 주최하는 온라인 워크샵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텐서플로(Tensorflow)와 케라스(Keras)를 기반으로 BERT 모델을 Kubeflow와 Amazon SageMaker에서 학습 및 배포해 보는 내용인데 총 6시간이 넘는 핸즈온 워크샵인데 매번 7-8백명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저도 외부 강연에서 AI/ML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일반 청중들은 아마존고나 알렉사 같은 아마존의 AI/ML 혁신 사례를 많이 듣기를 원하시고, 데이터 과학자들은 데이터 라벨링 같은 준비 부터 기계 학습 모델 훈련, 배포까지 손쉽게 할 수 있는 Amazon SageMaker 같은 완전 관리형 서비스에 관심이 높습니다. 일반 개발자들은 사물 인식, 음성 인식 등과 같은 개별 기능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API 기반 API 서비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개인화 추천 및 예측 등의 분야에서 아마존닷컴의 노하우가 많이 가미된 Amazon Personalize와 Amazon Forecast 같은 서비스를 많이 배우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Q: 해외 테크 에반젤리스트들과 교류하고 계신가요?
최근에 해외에서 테크에반젤리스트라는 직책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 디벨로퍼 애드보케이트(Developer Advocate)라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실 에반젤리스트가 종교적 의미도 담고 있기에 일부 국가에서 꺼리는 경우도 많고, 기술을 일방적으로 전도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주요 업무 중에 반대로 외부 개발자들의 입장을 대변(Advocate)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내부 제품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에반젤리즘 부서명을 개발자 대상 활동(Developer Relations, DevRe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AWS에서도 올해 부터 저희 글로벌 부서명과 직함을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대개 회사마다 DevRel 활동을 하는 분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DevRelCon과 콘퍼런스에서 서로 기업, 제품 및 개발자 및 커뮤니티가 상호 소통을 잘하는 방법, 외부 개발자와 좋은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 및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저도 2018년에 일본에서 열린 DevRel 컨퍼런스에서 에반젤리스트의 업무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발표하기도 해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런던, 도쿄등에서 열리던 행사는 올해는 DevRelCon Earth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국내에도 몇몇 인터넷 회사에 DevRel 부서가 생기고 에반젤리스트 업무를 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개발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면, 서비스 고객도 늘어나고 채용도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아마 국내에서도 더 많은 에반젤리스트 직책을 가진 분들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Q: 아직 테크 에반젤리스트를 채용하는 기업이 적은데, 앞으로 늘어날까요?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지사에도 소수의 에반젤스트 뿐이고, 국내 IT 기업에서는 거의 최초로 다음에서 API 에반젤리즘 부서를 만들었지만, 그 이후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빠르게 성장하는 규모가 큰 스타트업과 개발자 채용이 주요한 기업을 위주로 DevRel 부서가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제품 및 서비스와 개발자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기업은 소수입니다.

다만, 최근 인공 지능 음성 비서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생기고, 주요 기업 소프트웨어가 모두 SaaS 기반으로 올라가고 있는 점은 꽤 고무적입니다. 주요 IT 기업의 제품이 개발자와 연계되는 기회가 늘어나니 적게 나마 국내 기업에서도 관련 직종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테크에반젤리스트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 빠른 학습 속도, 개발자와 소통 능력, 정확한 메시지를 정확한 청중에게 전달하는 능력 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술 업무로 전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에반젤리스트는 특정 제품의 개발 로드맵과 전략을 담당하는 기술 스탭으로 이동을 하거나, 서비스 기술 조직의 매니저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IC 업무를 계속 하고 싶기 때문에 매니저 역할로 변경을 원치 않은데, 이런 경우 중규모 이상 스타트업 같은 DevRel 업무를 막 시작하는 기업에 소규모 팀을 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창기 많은 웹 에반젤리스트들이 야후!나 eBay 등에서 경험을 쌓은 분들이 다양한 스타트업에 기술 전도 활동을 늘리기도 하였습니다.)

DevRel 업무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경영진이 국내 IT 대기업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경험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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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2개)

  1. Cresendo 댓글:

    평소에 궁금했는데 인터뷰 전문을 보니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블로그도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정보 많이 전해 주세요~

  2. 이우경 댓글:

    웹개발 배우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