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 이코노미를 살펴보다 (3) 국내 API 활용 현황 및 제언

마지막으로 국내 API 서비스 부분도 괘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주요 트렌드를 살펴 보겠습니다. (글 하단의 Disclamer에도 적혀 있지만, 이 글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 보자면… 2006년에 네이버다음이 각각 오픈 API를 공개하고, 개발자 지원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부터 국내에 API 활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저는 야후!코리아나 마이크로소프트, 옥션 같은 글로벌 업체와 함께 매쉬업 경진대회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오픈 API 확산에 힘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Daum 이외에는 뚜렷한 API 전파 활동이 많이 없어졌구요. Daum 조차도 2014년 카카오와 합병 이후에는 개발자 사이트 운영 이외에 특별히 API 교육이나 해커톤 행사 같은 개발자 지원 부분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 국내 API 산업은 왜 확산되지 못했나?
글로벌과 달리 국내에 API 산업이 활성화 되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주요 API 제공사였던 인터넷 포털의 오픈 API 전략에 대한 접근 자체가 사회 공헌적인 측면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포털들이 API를 통해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 보다는 개발자 친화성을 강조함으로서 사내 기술 문화 외부 전파와 개발자 채용에 도움을 받겠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당시 개인적으로 API 유료화나 외부 사업 제휴에 힘을 썼으나, 서비스 자체가 B2B가 아닌 B2C 위주라 쉽게 서비스팀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두번째는 한국 시장 규모 자체가 스타트업 등이 API를 통해 서비스를 성장할 정도가 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당시 위자드웍스, 미투데이, 오픈마루 등 소위 웹2.0 스타트업의 API 들도 다수 공개되어 있었지만, 한국 시장 자체가 API를 통한 사업 보다는 B2C 사용자 서비스에만 치우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해외 Twillo, Stripe, Sendbird 같은 스타트업 처럼 B2B 혹은 SaaS 형태의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부재했거나 있더라도 규모를 키우지 못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오픈 API를 굳이 전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반화 되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들어 IT 시장 환경이 많이 달라지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국내 API 서비스 부분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목하고 있는 몇 가지 주요 트렌드를 살펴 보겠습니다.

■ 인공 지능 및 이커머스 기반 API의 확대
초창기 인터넷 포털이 공개한 API들을 보면 검색 및 지도 API, 카페나 블로그, 카카오톡 등 주로 사용자 서비스형 API였다가, 최근에는 인공 지능 관련 API를 공개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다음에서 마지막 공개한 API들이 뉴톤 음성 합성 및 인식 API 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파파고 (번역) API, CLOVA (얼굴인식, AI 스피커) API 등을 새로 만들었고, 카카오 역시 음성 API, 비전 API, 포즈 API, 번역 API 등을 공개했습니다. 대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 누구 APIKT 기가지니 API 등은 AI 스피커를 기반하거나, 삼성전자 모바일 앱 SDK/API, LG전자 ThinkQ IoT SDK/API 등 자사 주요 제품을 기반한 API 공개 및 개발자 사이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 기관들도 AI Hub를 만들어 상용화 가능한 정부 주도 R&D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11번가의 오픈 API 목록 

일찌감치 상품 및 판매 API등을 공개한 옥션 (옥션, G마켓, G9 API 통합 사이트)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쿠팡, 11번가, SSG 등 주요 이-커머스 사이트들도 다양한 API를 공개했습니다. 단순한 상품 정보 제공에서 떠나 물류, 반품, 교환, CS, 정산 물류, 반품, 교환, CS, 정산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셀러 및 파트너 사업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은 큰 변화입니다. 그 만큼 이-커머스의 B2B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B2B 기반 사업화와 API 유료화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별되는 인터넷 포털의 API 사업화에 대한 인식 역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회사 모두 네이버 비지니스 플랫폼카카오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입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자사의 강점 API 서비스들을 B2B로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지도 오픈 API 종료 및 서비스 이관 공지 

우선 네이버가 기존 지도 API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관하면서, 지도 네비지오로케이션 API를 본격적인 유료화를 시작했습니다. B2B로 쓰기에 부족했던 서비스 수준(SLA)를 가진 오픈 API 보다는 좀 더 신뢰성 높은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둘 다 기존 인공지능 API 기능을 B2B 모델로 서비스 및 판매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변화는 제가 마지막으로 일했을 때랑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 API 생태계가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API 기반 금융 서비스 사업 만개
제가 1편에서 요즘 API 분야에 가장 뜨거운 산업 분야가 바로 금융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과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도 늘어나면서 금융 분야에 혁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정부가 주도한 마이데이터 사업 및 오픈 뱅킹 API가 마중물이 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고객의 은행 계좌 잔액을 조회할 수 있는 오픈 뱅킹 API 기능

토스, 카카오페이, 핀크, 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이제 일반 은행과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짐에 따라 무한 경쟁 시대를 예고하고 있죠. 금융 서비스 자체가 사업화 하기 용이한 분야이니 만큼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공 데이터 기반 API 활용 확대
정부는 2013년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을 제정 이후, 공공데이터 개방을 본격 진행하였습니다. 기관별, 부처별로 흩어진 공공 데이터를 통합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 포털‘에는 다양한 정부 기관의 5천 6백여건의 API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물론 데이터 품질이나 갱신 주기 등이 아직 만족할 만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규모면에선 크게 성장했습니다.

공공 데이터 포털 웹사이트

대기 오염(미세먼지 등) 정보, 수출입 은행 환율 정보, 날씨 동네 예보, 도로명 주소 조회, 버스 위치 정보 등이 가장 많이 조회한 오픈 API로서 이를 통해 다양한 국민 편익 앱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공공데이터 평가에서 2017년 부터 연속 3회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확진자 정보 및 공적 마스크 정보 등을 API로 투명하고 빠르게 공개함으로서 다양한 정보형 서비스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방역 관련 공개 정보가 전무했던 메르스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최근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인해 인공 지능 데이터 가공·결합·거래·활용을 위해 민간 기업과 협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위 데이터청이 설립되면 데이터 단순한 API 개방 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 활용과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API 사업화는 내부 활용으로 부터
이렇게 보니 제가 처음 오픈 API를 국내에 소개했던 15년 전에 비하면, 현재 상황이 비관적이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입니다. 특히, 2편에서 말씀 드린 대로 요즘은 서비스 개발 할 때, (개발 프레임워크 자체에서) API가 그냥 자동으로 뽑아져 나옵니다. API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없죠. 물론 API를 외부에 쓸 수 있게 제공하고, 이를 유지 관리하면서 사업화 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 입니다만… 이제 적어도 내부에서 API를 만들 설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부에서 API로 소통하는 것이 (소위 개밥먹기) 일상화 되면, API의 설계 부터 유지 관리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이 생기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화 하는데 유리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 국내 API 이코노미의 질적인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멀리 있었던 건 아닙니다만 간만에 국내 API 산업에 대해 복기해 보면서 희망적인 측면을 많이 보았습니다. 개방형 표준을 가진 API는 기계적인 인터페이스를 떠나, 누구나 참여 가능한 소통을 기반합니다.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편입니다. 국내 API 이코노미가 향후 10년간 더 성숙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제 글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와 달리 블로그에 댓글이 거의 안달리는데… 국내 API 이코노미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재 순서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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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4개)

  1. 진우 댓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방에 정리되네요 저도 회사에서 API를 만들지만 쓸모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회사 안에서라도 쓰게 만들어야 할 듯 싶네요

  2. mashup 댓글:

    저 매쉬업대회 나갔었어요. 당시 API 가지고 노는게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행사가 없는게 좀 아쉬워요. 몇몇 해커톤 행사가 가보기도 했지만 목적성이 창업 아이디어나 그런거다 보니ㅠ 코로나 지나면 좀 생기면 좋겠네요…

  3. 구독자올림 댓글:

    요즘 연재글 많이 써 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더 자주 써주세요 ㅋㅋㅋ

  4. JHPark 댓글:

    API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 사람입니다. 궁금한 점이 더 있는데 더 도움 주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