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이면 어김없이 개최되는 28년 전통의 KRNET 2020 행사가 올해는 ‘온라인’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국내 최고(最古) 인터넷 관련 컨퍼런스도 코로나를 비껴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KRNET 행사는 1993년에 시작된 인터넷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인데도 아이러니 하게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인터넷 생중계를 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아마 인터넷 업계에 계신 분들은 KRNET이라는 행사가 있는지도 모를거고, 알더라도 아마 별 관심이 없으실 것 같아요. 원래 태생 부터 정부 기관 및 관련 협회가 주도 하고, 대부분 프로그램을 학교 교수님들이 짜기 때문에 학술적인 부분이 강하고, 그러다 보니 주로 참가자도 연구원, 대학원생 등이 많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초 인터넷이 막 국내에 시작될 무렵 주로 정부 연구 기관과 국립 학교를 위주로 인터넷과 월드-와이드 웹이 확산되었고, 그 뒤로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초고속망 구축 등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KRNET은 인터넷 고도 성장기와 닷컴 버블 시기에는 국내에서 가장 최신 기술과 뜨거운 주제들을 다루는 공론의 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망 사업자를 비롯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와 인터넷 벤처기업(오늘날로 스타트업) 들이 자기 서비스를 소개하고 구인/구직을 하던 장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KRNET에 참여한 것은 25년 전, 1995년 WWW BoF때인데요. 당시 컴퓨터 전공도 아닌 학부 4학년이었는데, 인터넷과 웹에 빠져서 완전히 다른 분야의 최첨단 컨퍼런스를 보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발표하는 컨퍼런스였기 때문에 여기 발표를 하게 되는 건 꽤나 영광이었습니다.
인터넷 분야로 진로를 바꿔 이듬해 1996년에 인터넷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98년에 제가 한참 만들던 쇼핑몰 소프트웨어를 KRNET에서 발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발표 전 떨리고 해서 어떻게 발표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KRNET98년 행사는 제 발표의 Day 1을 항상 기억나게 합니다.

그 이후로 커 가는 회사 일을 돌보느라 바빴고, Daum으로 이직을 한 후 조금 안정을 찾고 외부에 정보 공유도 많이 하니까… 2008년에 근 십년 만에 다시 KRNET에서 발표 요청이 왔습니다. 그때도 불러 주셔서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는 제가 제주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격년에 한번 씩은 불러 주시고 있어요. (다행히 올해도 초대를 받았습니다. 하하)
- 2020 클라우드 네이티브 앱 패턴
- 2018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동향
- 2017 서버리스 컴퓨팅 패턴과 사례
- 2016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술의 진화
- 2014 공공 데이터 활용 방법론
- 2011 대용량 Linked Data 검색 서비스 현황
- 2009 개방형 기술 플랫폼의 현황
- 2008 매쉬업 동향과 향후 전망
- 1998 객체 지향 DB 기반 전자상거래 솔루션
매년 참석해 보면 어딘가 계속 이질적인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제가 다루는 주제를 잘 알고 있는 분들도 사실 거의 없고, 주로 연구하는 분이나 학생들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워낙 오래된 행사니 업계에 오랜 분들이랑 어르신(?) 분들을 간만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사양하지 않고 계속 가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온라인으로 열린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제 생각에는 어느 시점 부터 KRNET이 현실의 인터넷 서비스 및 웹/모바일 개발 기술자들과 유리된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한다면, 주 참가자인 연구자 및 대학생들이 현실 세계 기술 변화를 느끼고, 또 채용 기회도 많을텐데 말입니다. KRNET이 양 일간 개최되는데, 하루 정도는 꼭 현업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업계 위주의 프로그램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초대도 받고 꼭 업계 오피니언 리더도 많이 참여하는 오프라인 행사로 열렸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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