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개발 문화의 이면(6) – 입사하고픈 회사를 위한 오픈 전략 구사하기

많은 개발자가 이런 저런 이유로 이직을 하게 되지만 정작 입사하려는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입사 인터뷰를 해 보면, 이직 사유로 급여나 복지, 하는 싶은 일, 지인의 추천 등을 많이 듣게 되고, 정작 회사의 개발 스택이나 일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2004년 초 제가 다음에 입사해서 보니 이상적인 수평적인 회사 문화와 뛰어난 개발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외부에 잘 안 알려진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죠. 당시에 잘 나가고 있다 보니 채용에 대한 어려움이 없기도 했지만요. 저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인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Mozilla와 Firefox, 그리고 웹 표준에 때한 이야기와 함께 다음에 대한 회사 이야기 등이 단골 글감이었습니다.

2006년에 제주로 이주하면서 여유 시간이 좀 많이 남은 편이라 블로그 글쓰기와 함께 새로운 일을 모색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최신 기술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블로그 쓰기와 구독이 유행이 되던 시점이라, 제 블로그도 감사하게도 구글 리더기 기준 구독자 숫자가 6만명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의 이야기들이 외부로 회자되기 시작하였죠.

그런데, 개발자 인터뷰 도중에 입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분들로 부터 이상한 피드백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차니 블로그에 적힌 “솔직한 회사 이야기를 보고 좋은 개발 문화를 가진 것 같아서…”, “기술에 대한 고민이 많은 회사라는 걸 알게 돼서… ”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 인해 당시 경영진들은 최종 인터뷰에 올라 오신 분들이 이야기를 듣고 외부 개발자에게 다음에 대해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명예를 드높였다고 그해 연말 스타상 후보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하하…

■ 사내 글쓰기 문화를 만들어라
자신의 회사의 기술 스택과 개발 문화를 알리는 것은 장기적인 인력 확보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다음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는 주요 인터넷 회사들의 개발 블로그가 만들어지고,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요즈음에는 스타트업까지 기술 블로그를 만들거나 회사 업무를 개인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는 것도 장려하기도 합니다.

좋은 기술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사내 공유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남들 따라서 외부 블로그를 만들었다 해서, 몇몇 사내 개발자에게 부탁해서 글 동냥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입안하고 실행했던 사내 개발자 전략 중에 대표적으로 개발 직군 자산 포인트와 함께 테크노트(Technote)라는 글쓰기 및 공유 제도가 있었습니다. 개발자들이 매월 1개씩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 하고 있는 일, 간단한 기술 팁들을 위키 형식으로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테크노트를 Daum DNA 웹사이트에 공개(2007)
테크노트를 잘 작성하면,KPI에 반영하여 인사 상 평가에도 유리하게 하는 방식으로 적극 장려했습니다. 물론 억지로 시킨다고 개발자들이 다 하지는 않지요. 또한, 바쁜 프로젝트를 하거나 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팀장이 면제해 주기도 했습니다. 어쩠거나 수백 명이 1년에 수천 개 글을 만들어 내니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우수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일부는 사내 개발자 컨퍼런스 발표 주제로, 일부는 외부 블로그로, 또 일부는 디브온 다음(DevOnDaum)같은 외부 개발자 행사에 발표 세션에서 재활용되었습니다.

테크노트를 개인 역량 성과에 반영한다는 CTO 메일(2009)
외부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하려는 기업들은 먼저 우리 회사에 글쓰기 및 공유를 장려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반추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부터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요?

■ 오픈 소스 전략은 개발자의 마음을 산다
전통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서 자신들이 가진 기술 자산을 공개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IT 회사 특히 개발자를 채용하는 기업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 자산을 외부에 알려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 닷컴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주류가 되고 많은 개발자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잘 나가고 있는 회사들은 당연히 오픈 소스로 공개하거나, 오픈 소스에 공헌하거나, 오픈 소스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합니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글로벌 기업이나 주요 국내 IT 기업은 모두 이런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오픈 소스로 전략은 단순히 자랑 용도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자사가 공헌하는 오픈 소스의 종류와 사내 자산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개발자 팬을 만들고 입사하고 싶은 사람이 늘어납니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입사하려는 개발자 재교육에 드는 비용도 줄어듭니다. 어떤 회사의 오픈 소스 기반 모범 사례를 자연스럽게 개발자들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따라해 보려는 사람들이 늘기 마련입니다.

다음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에 제가 심혈을 기울였던 것 중 하나가 바로 3O(Open API, Open Standards, Open Source)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떤 오픈 소스를 사용하여 개발을 하고 있는지 외부에 공개하고, 외부로 공개 가능한 다양한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만들고, 오픈 소스 커뮤니티와도 밀접한 관계를 수립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Daum의 개방형 기술 전략 및 자바 기술 로드맵(2007)
오픈 소스를 좋아하는 개발자가 채용되다 보면 결과적으로 사내에 공유 문화가 잘 뿌리내리게 됩니다. 외부로 공개되는 오픈 소스는 전사 개발팀이 사용하는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등이 많은데, 여러모로 사내 피드백을 받기가 쉬워 집니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공유 문화가 있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잘 짜인 오픈 소스 전략으로도 그런 문화를 잘 만들 수 있습니다.

■ 장기적인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수립해야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리더는 개발자들의 내외부의 커뮤니티에서 존경을 받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회사에서는 다양한 개발자 역할 모델이 필요합니다. 개발자가 관리자와 임원으로 가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회사는 장래가 불투명합니다. 개발자로 백발이 날리도록 코딩을 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수석 엔지니어 및 아키텍트가 되어 개별 프로젝트에 조언 역할을 하거나, 에반젤리스트로서 기술을 외부에 알리고, CTO급 임원으로서 전사 기술 전략을 주도하는 경력 단계까지 마련하고, 오픈 소스 공헌을 하는 스타 개발자가 되도록 다양한 경력 경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제가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국내 최초로 오픈 소스 과목을 제주대에 개설하고, 커뮤니티 리더들을 제주에 초청해서 매년 질 높은 공헌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커뮤니티와 장기적 신뢰 관계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토대로 다음의 외부 개발자 컨퍼런스였던 디브온은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었죠.

커뮤니티와 함께한 다음 개발자 컨퍼런스 DevOn 2013 전경
기술 커뮤니티를 중요시 하는 기술 전략은 양면이 있습니다. 업계에는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개발자를 채용했는데, 생각보다 일을 못하거나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판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짧은 주기로 회사를 옮겨 다니는 소수 때문에 지속적으로 오픈 소스 개발과 커뮤니티 공헌을 하는 다수가 피해를 봐서는 안되겠죠. 이들 대부분은 자기 주도성이 뛰어나고, 학습 능력이 좋으며, 대인 관계도 원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도 개발자가 안 온다, 이런 기술 전략을 구사해 봐야겠다, 이런 거 할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대표나 CTO분께 조언합니다. 여러분 회사에서 이런 거 잘 하시는 분들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그건 회사 개발 문화를 이렇게 만든 여러분들 때문입니다. 업계 이름난 사람 뽑아서 이런 일 시키겠다고 해봐야 크게 성과가 나기 힘듭니다.

오히려 여러분 회사의 개발자들에게 20% 아니 10% 만큼의 여유를 주고, 그 여유로 내부부터 공유하는 문화를 만드세요. 공유 잘하는 개발자들이 외부로 나가서 활동하는 것을 장려하세요. 이들이 사내에서 시기와 뒷담화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충분한 보상과 칭찬을 하시기 바랍니다.

우수한 개발자들은 그 진심을 알아보고 자연적으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연재 목차

- ;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cking facts for your investi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여러분의 생각

의견 쓰기

이름* 이메일* 홈페이지(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