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비급(祕笈) – 1. 연봉은 실력의 결과가 아니다

회사에서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실력만으로 대우 받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원하는대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개발자들의 연봉(몸값), 경력 관리, 그리고 협업 등에 대한 경험담을 시리즈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쓰겠다고 맘을 먹어야 그나마 시작할 수 있네요.

연말이면 평가 시즌이 돌아오고 CTO와 함께 수 많은 개발자들의 연봉을 결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대개 팀장이 1차 평가를 하고, 상위 임원이 2차 평가를 하게 됩니다. 진리의 케바케(?)라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회사가 같은 연차의 개발자라도 연봉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다 보니, 능력에 걸맞는 업무 성과가 나왔는지를 판단해 개인별 연봉 인상률을 결정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게 아닙니다. 특별히 예외적 성과나 정말 고려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전체 개발자의 80%는 늘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개발자들이 연봉 협상에 들어가면 내가 올해 올린 성과로 협상의 여지가 있을거라고 믿는 착각을 합니다. 사실상 연봉 협상이 아니라 ‘연봉 결정’이 되어 있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역량 평가나 업무 성과라는 것은 나의 실력과 업무 성과가 내 몸값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요?

■ 연봉은 내가 다닌 회사의 궤적일 뿐
여러분이 받는 연봉이라는 건 그냥 다녔던 회사의 종류와 특성에 따른 궤적에 불과합니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초봉을 높은 수준으로 받아, 스타트업에 한번 가서 대박을 치고, 컨설팅 업계로 왔다면 5년만에 억대 연봉도 가능합니다. 다만, 병특으로 작은 기업에서 2-3년 보내면 동년배보다 경력이 높은데도, 졸업 후 들어온 공채보다 연봉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Daum에 다녔던 어떤 개발자는 대학교 2학년때 병특으로 입사해서 3년을 일한 후, 휴직하고 복학 및 졸업을 해서 2년후 회사에 다시 온 경우가 있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다 보니 신입 사원들의 연봉 수준은 매년 올라가고, 이 친구는 휴직 후 복직이다 보니 연봉은 휴직 전 연봉으로 책정되는 불상사가 생긴겁니다. 그렇다고 HR 규정상 엄청나게 올려줄 수는 없으니 연차 대비 연봉 수준은 시작부터 낮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력 패턴으로 몇 군데 회사를 옮기다 보면,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경력과 실력을 가졌는데도 연봉 차이가 많이 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실력도 없는데 왜 저렇게 연봉을 많이 받는 건가라는 의문과 뒷담화가 난무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연봉이란 게 일단 뽑고 나면, 최대한 맞춰주기 때문이죠.

■ 돈이냐? 행복이냐?
자! 그러면 몸값을 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처음 부터 대기업에 가서 하기 싫은 일 하면서 꾸역꾸역 일하다가 연봉 높게 올리는 경력 개발을 하는게 맞느냐? 아니면 연봉을 낮추어 보람찬 일을 하더라도 만족하면서 살거냐? 정말 돈 안되는 직업을 때려치우고 돈되는 새로운 직업으로 갈거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김창준님이 쓰신 “몸 값 안 올리기“라는 글에서 보듯, “다수의 경력 개발 연구에서 연봉이 많이 오르면 행복해 지는 경향은 있으나, 그렇게 크지 않으며 그 효과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직 연봉 인상을 위해 이직을 하다보면, 그 외의 요소 (가령, 기업 문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그 후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기도” 합니다. 오히려, 업무에서 행복하기 위한 주관적인 요소가 많고 그렇게 일하는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입니다.

저도 창준님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2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하는 일에서 행복을 얻고, 가급적 그럴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결정했으니까요. 하지만, 인생이 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생기면 돈이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러 제가 했던 결정에 아쉬운 것도 있더라고요. 이를 기초로 연봉과 몸값에 대한 몇 가지 제가 얻은 몇 가지 경험적인 팁을 공유합니다.

■ 스타트업도 고액 연봉을… 대신 회사에 투자 기회를
제 첫 직장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3명으로 시작한 회사에 직원으로 입사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를 얻어 회사의 지분을 얻게 되었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되었습니다. 직원들 연봉을 결정하는 자리에 올랐지만, 제 연봉 만큼은 동결을 하거나 낮게 유지했습니다. 그게 회사의 비용 구조에도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제 기본급이 너무 낮았던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초기 상수는 불변입니다. 요즘은 스타트업들도 신입 연봉 많이 준다고 합니다. 개발자를 뽑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안정적인 연봉을 주는 대기업에 있는 개발자가 스타트업으로 옮기려면 연봉을 낮춰야 합니다.

가끔 후배 스타트업 CTO를 만나면 비슷한 고민을 듣게 됩니다. 제가 주는 조언은 일단 CTO 자신 부터 시작해서 개발자들 연봉을 업계 수준 이상으로 책정을 하라고 합니다. 다만, 그렇게 받은 연봉을 다른 방법으로 회사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주식을 매년 매입을 하는 등 합법적으로 회사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대개 스타트업으로 입사할 때, (대박을 친다는 가정하에) 주식을 얼마나 주냐에 관심이 많지 내가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느냐를 물어보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자기 돈을 직접 투자를 못하는 회사라면, 대박칠 가능성도 낮겠죠. 여기에 두 가지 이점이 있는데요. 우선 개발자들이 스스로 회사에 대한 오너쉽이 생기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라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겠죠. 이 회사가 나의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도 보살피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의 경우, 퇴사를 하는 경우라도 기본급에 대한 보장이 되고 있으니까요.

■ 대기업에서는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팀을 찾아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기업에 이직할 때는 전통적인 개발팀 보다는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팀을 찾아 지원해야 합니다. 누구나 신규 사업에 대한 사내 이직은 꺼리고, 외부에서 뽑으려면 어쩔 수 없이 연봉을 높여야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따라서, 이직 시 원하는 대로 연봉을 부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대기업에서 이미 알려진 주요 서비스를 핵심 부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검색팀, Daum은 한메일 및 카페팀 등등. 그러나, 이들 팀들은 너무 오래되어서 여러 사람이 거쳐간 레거시 코드가 너무 많습니다. 결국 유지 보수 업무에 투입이 되거나, 뭔가 새로운 걸 펼치기에 너무 많은 기술적 부채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주니어 개발자라면, 이런 팀에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대형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필연적으로 대용량 트래픽을 다루게 되는데, 그런 노하우는 어떻게든 습득하거나 사내 플랫폼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새로 생긴 팀에 입사하면, 개발 자유도도 훨씬 높고 의욕적인 사람도 많아 업무 만족도도 높습니다.

저도 두번째 직장이었던 Daum의 첫 팀은 전사 빌링개발팀이었습니다. 다음에 한번 이야기할 때가 있겠지만, 시행 착오가 있었고 꽤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 회사에 없던 새로운 일을 만들고 직접 새 팀을 꾸렸습니다. 새로운 팀은 위험도많지만,기회도 많구요. 큰 기업에서는 안정적인 실험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대기업에서 어떤 신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소셜 미디어나 인맥을 통해 어떤 부서에서 사람이 많이 필요로 하고 있는지 추적하고 있는 건 매우 중요하구요. 자신의 몸값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눈을 돌려야…
개발자들은 기본급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센티브나 주식 보상 등에도 꼭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지금 다니는 글로벌 기업의 연봉 체계는 국내 기업과 완전히 다릅니다. 입사 시, 정해지는 레벨에 따라 구간이 설정된 기본급과 별도로 최초 1-2년에는 사인온 보너스라는 정기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서 이직에 따른 연봉 상승 효과를 극대화해줍니다.

3-4년차에는 RSU(Restricted Stock Unit)라는 상장된 주식을 사인온 보너스 만큼 줍니다. 즉, 그때 바로 팔수 있는 주식입니다. 만약 주식이 그대로라면 3년차가 되면 연봉이 떨어집니다. 주식이 떨어지면 그 격차는 너무 커서 자동적으로 이직 사유가 되겠죠. 다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연봉은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효과를 얻습니다. 이런 체계에서는 회사가 잘 안될 경우, 자연적인 정리 해고가 가능해지는 효율이 높은 방식입니다.대신 국내 기업은 그냥 매년 연봉 인상률 몇 %거나 팀이나 업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에 있는 개발자들이 유망한 글로벌 IT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고, 저 또한 권장하는 바입니다. 최근 미국 증시에 상위 기업 대부분이 IT 기업이고 이들의 주식 가격 상승률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IT 기술이 모든 산업에서 중심이 되고 있어, 아마 그 추세는 향후에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상장된 국내 IT 기업에서도 스톡 옵션을 통해 구성원들의 업무 의지를 높히는 바람직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RSU와는 다르지만, 스톡옵션을 통한 이익도 중요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주는 회사를 선택해도 좋겠습니다. 기본급 그리고 인센티브, 주식 가치를 통한 금융 자산은 모두 보상에 해당되고요.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끊으면 다 포함되어 합산됩니다. 따라서, 이직할 회사에 협상 시 증빙 자료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저는 22년 경력에서 이제 세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오래 다니면서 업무 성과를 올리고, 이를 몸값에 반영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일을 통해서 만족감과 행복을 얻는 것은 물론 중요하구요. 때에 따라 주기적으로 나름의 위기가 찾아오고, 그걸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극복해야만 합니다.

너무 회사를 자주 옮기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한 회사에서 너무 오래 있는 것보다는 3-5년 주기적으로 새로운 일과 회사를 찾아 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때, 몸값을 올림으로서 얻는 (일시적인) 행복감을 조금이나마 더 얻을 수 있도록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물론 이 글의 내용은 개인적이고, 주관적 의견이라 여러분의 생각이 다르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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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 개발5년차 2018 May 02 8:00

    와! 진짜 경험이 우러나온 꿀팁이네여. 평소에 듣지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 감사합니다. 개발 문화 연재도 좋지만, 이 시리즈도 기대됩니다.

  2. 무지개를 꿈꾸며 2018 May 02 10:11

    대부분 웹이나 모바일 서비스 개발하는 회사를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SI는요? 여전히 박봉에 갑질 당하는 개발자도 많은데 꿈 같은 이야기네요.

  3. 세미소사 2018 May 02 12:1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발자는 아니지만 조금 공감이 되네요.

  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2년차 3번째 직장… 부럽습니다(제 아버지는 36년 한 직장. 우왕…)
    1. 저도 경력자 뽑을때 이력서 깔끔한 분 선호합니다. 5년씩 3군데 근무 – 뭐 한가지라도 했을 분같고. 1년 1년 2년 3년 2년 … 음 뭐라도 다양하게 했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뽑아 주면 여기는 3년 이하로 다니겠군 하는 생각도.
    2. 퇴사할때 퇴사가 목적이라 여러 (거짓) 이유를 대기도 하는데 그중 가장 싫은 말이. “힘들어서요” … 겉으로 그럽니다 “아…같이 계속 일하고 싶은데 … 어쩔수 없죠 즐겁고 좋은 회사로 가셔야죠” 속으로는 ‘그래 힘들때 마다 문제 해결하지 말고 퇴사 해라. 그렇게 살어’ (포인트는 필요한 사람은 붙잡습니다.)
    3. 같이 있는 팀원들에게 자기계발 계속하라고 합니다. 저도 주말에 장소빌려서 하는 기획자 모임에 일부러 나가고요. 저보다 20살이나 젊은 친구들이 떠드는거 지켜보고 이렇게들 하는구나 생각이 … 듣고 물어보고. 이런거 배워야 저 회사로 옮길수 있다 알려줘도 구찮아 하는 분들도 많고. 세미나나 행사 챙겨 주고 하는데 … 쉽지 않죠. (야 회사 돈으로 자기 계발하는게 얼마나 좋냐! 다니는 화사도 직원 계발 되서 좋고)

  5. 매킨토시 2018 May 09 17:30

    “여러분이 받는 연봉이라는 건 그냥 다녔던 회사의 종류와 특성에 따른 궤적에 불과합니다.”
    이 문장은 현재 한국 IT 업계(대부분)의 상황을 묘사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연봉이 왜 내가 다녔던 회사의 히스토리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새 직장을 구하거나 기존 직장에서 연봉협상을 할때 자신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 이미 기여한 부분(성과)를 명확히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고 반대로 회사에서도 직원의 어필을 잘 듣고 그것을 연봉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봉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테이블에 따라 연봉을 정해놓고 통보를 하면서 “연봉협상”이라 칭하는 것도 기이한 행태라고 보고, 이런 부분이 업계에서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합니다.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를 바라면서 동시에 연봉테이블을 고정하는 것은.. 벌써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회사라면 개발자들은 높은 성과를 내야만 하는 몇가지 동기 중 하나를 벌써 잃게 되는 셈입니다. 이런 문제를 초창기의 구글이 OKR을 도입하면서 잘 해결했다고 보는데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런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연봉협상에 관한 것도 업계 대부분의 상황과는 다르게 해결해나가는 것을 보고 다른 SI, 서비스 관련 기업들도 step by step으로 도입해나가면 상황이 나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대기업이었던 전직장에서 이러한 비상식적인 문화 밑에 오래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퇴근 후 자기전 2시까지 공부하는 생활을 오롯이 1년을 넘게 하여 칼을 갈아 퇴사를 한 케이스 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직시 최대한 어필하여 완벽히는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수준의 연봉의 많은 부분을 얻게 되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스탠스를 고수할 생각입니다. 직원과 직원이 될 사람의 포텐셜을 잘 이해할줄 알며 그것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그런 회사들이 대내외적으로 괜찮은 성과를 낸다면 이직 시장도 더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6. 전체적으로 공감되고 저의 생각도 정리되는 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에서는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팀을 찾아라!” 이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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