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소통 방식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스티브 잡스’를 비유로 들어 이해진 의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비판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IT 산업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고, “당시 이 얘기를 할까 말까 하다가 안 했다”라는 이야기를 언론에 한 것은 더욱 그렇지요. 당사자에게 개인적으로 하면 되지, 언론에 그 이야기를 왜 하시나요? (9월 5일자 국민일보 인터뷰 기사)

하지만, 비유가 적절하지 못했을 뿐, 김 위원장의 생각에 대한 맥락에 대해서는 다른 기사를 통해서는 이해할만 합니다.

-지난달 14일 공정위를 직접 방문한 이 전 의장과 10분 가량 환담을 나눴는데.

“1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전 의장에 대해 우리나라 신(新) 산업을 일으킨 ‘개척자’라는 존경심을 갖게 됐다. 다만 개척자로서 이 전 의장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인척을 경영에 개입시키지 않고 지분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등 그 동안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 온 재벌 총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 미래까지 담보할 순 없다. 지금까지 이 전 의장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가 개혁해야 할 ‘과거의 구태’로부터 벗어난 것일 뿐이다.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아직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 검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 전 의장이 스스로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당국이 법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 단계까지 온 것이다. 이 전 의장이 지금까지 자신이 달성한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폭넓게 청취하고,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너무 늦어지면 법적 ‘태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규모가 큰 기업의 리더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은 시장 개척이나 신기술 개발이 아니다. 이는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할 수 있다. 진짜 리더의 역할은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사회와 맞춰가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패한 게 바로 이 지점이다.” [한국일보] 김상조 “4대 그룹 개혁, 12월이 데드라인”

본 인터뷰에서는 네이버 뿐만 아니라, 삼성과 현대차의 지배 구조와 총수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원장 자리에서 주요 대기업의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이야기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일반적인 국민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총수의 지배 구조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하고, 기업 총수는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면, 공정위원장으로서 시정하도록 조언을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네이버를 포함 우리 나라 대다수 대기업의 주요 주주가 바로 국민 연금입니다. 일반적인 국민들이 느끼는 감수성에 맞출 필요가 있지요.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님이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에 ‘부적절하다’고 표현 하신 것은 수긍합니다. 기업가를 대하는 정부 관료의 자세는 아니니까요. 만약 이런 충고를 할 수는 있지만,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하는 게 맞습니다.

제 글이 언론에 인용될 줄 몰랐습니다. 오만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했습니다. 김상조위원장의 표현도 부적절했습니다만 제 표현도 부적절했습니다. 수정합니다.
——
할 말이 많습니다만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동료기업가로서 화가 납니다. (출처: 이재웅 페이스북)

하지만, 이를 설명하는데 있어 맥락 없이 (나중에 수정하셨지만) ‘오만하다’고 표현하신 것은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뉴스로 쓰라고 미끼를 던진 것 뿐이고, 언론이 받아 쓸 수 밖에 없는 종류의 발언이었죠.

그 뒤로 페북에 쓴 사견이 기사화 될 것을 몰랐다고 해명하시면서 맥락을 다시 설명하셨는데, 제가 알기로 재웅님의 페북 발언 인용 기사가 나온 건 한두번도 아닙니다. 나는 이재웅님이 혁신 기업가로서 하신 일을 존경하고, 제 삶에서도 그 분의 경영자로서 하신 판단에 영향을 많이 받아 왔습니다. 하물며 내 개인에게도 그럴진데 우리 나라 2대 포털 사이트를 만든 창업자의 발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모르셔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때 마다 내 이야기가 기사화 될지 몰랐다고 이야기하실 건가요?)

김상조 위원장 말처럼 이해진 의장이야 아예 입을 닫고 산다고 치고, 이재웅님처럼 그동안 사회적 발언을 해 오셨다면 그게 사견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도 신중하게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 때는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저도 페북에 한마디 한마디 할 때는 1만명 가까이 되는 팔로워 여러분들의 감수성을 고려하고 단어 하나 하나 고르고 바꾸고 퇴고합니다. (비공개로 이야기한 것도 공익이든 아니든 기사화하는 게 기자들입니다. 기자들을 믿어서는 안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우리나라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소셜 미디어라고 합니다. 그만큼 공적 공간이죠. (친구들끼리 잡담은 1:1로 메신저 하거나, 아예 사람을 지정해서 비공개로 하면 됩니다.) 아직까지 많은 어른들이 이러한 파급력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순진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언론만 미디어가 아닙니다. 나의 말이 어떻게 퍼질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어제도 어떤 시인 한분께서 예술적 감성으로 한 진담반 농담반의 특급 호텔의 숙박 요구에 대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신것으로 압니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소셜 미디어의 파급의 표적이 됩니다. 득이 될 수도 실이 되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죠.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도와주지만 그 반대의 영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지혜롭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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