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오픈소스가 있다?!

* 원문: http://www.zdnet.co.kr/news/column/scyoon/0,39025737,39132512,00.htm

마 전, 모방송사에서 합성 기법을 이용해 북한 어린이들과 함께 퀴즈를 푸는 것처럼 제작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여기에서 북한 어린이들은 미국 회사에서 생산한 대형 노트북을 사용해 문제를 풀고 있었다.

북한은 미 통상법상 수출 금지국에 해당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가 반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제재 조치 때문에 우리나라도 486 이상급 PC들을 북한에 보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이미 일본이나 중국을 통해 상당한 양의 하드웨어가 반입돼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기기들에는 영문, 일본어 윈도우가 기설치돼 있기 때문에 북한 사용자들 또한 영문, 일본어 윈도우 사용자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직 북한은 인터넷망을 잘 갖추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컴퓨터 기술을 군사적으로만 이용하려고 한다는 오해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최고 무기 중 하나로 엘리트 전산 기술을 양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은 적을 알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또한 MS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일까?

북한에서도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며칠 전 모질라 지역화(Mozilla Localization) 메일링 리스트에 재미있는 메일 하나가 왔다. 바로 북한의 대표적인 컴퓨터 기술 연구소인 조선콤퓨터센터(Korea Computer Center)의 한 연구원이 보낸 것이다.

메일 내용은 현재 자신들이 북한 리눅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여기에 웹브라우저로 사용할 모질라의 북한 지역화를 거의 완료했으니 공식 지역화 프로젝트(ko-KP)로 등록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또한 북한의 자체적인 인코딩 규약(euc-KP)를 모질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소스 코드를 지원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모질라는 넷스케이프에 기반한 웹브라우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미국 수출금지법에 따라 테러 지원 국가에 수출이 금지된 암호 모듈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모질라 재단에서 북한 지역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리눅스가 거의 완성단계에 있으며 이를 뒷받침해 줄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다.

이 메일을 보낸 사람이 속한 조선콤퓨터센터는 1990년 10월 24일 개설됐다.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을 졸업한 일류급 컴퓨터 전문가 1000여명이 센터를 이끌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도 영문 윈도우나 일어 윈도우를 쓰는 사람들이 다수이지만 어림잡아 20% 정도가 리눅스를 쓰고 있으며, 다년간 70여명의 인원이 이른바 ‘조선식 한글 운영체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작년부터 한 정부 기관에서 공개 SW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리눅스 기술 수준, 높다
그렇다면 북한의 리눅스 관련 프로그램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001년부터 북한에서는 김책공대를 시작으로 윈도우 개발 위주의 프로그램 개발을 리눅스로 옮겨가고 있다.

사실 현재 북한의 통신 수준은 남한의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PC 보유 대수도 인구 200명당 한 대 꼴로 대략 13만대 정도다. 이처럼 하드웨어에서는 크게 뒤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음성과 지문 인식, 암호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북한에서는 북한 언어에 근간을 두고 병렬 처리 방식 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한 리눅스와 리눅스용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리눅스가 보안에 강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해킹, 보안에 관한 연구나 임베디드 리눅스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조선콤퓨터센터는 오픈소스 기반 조선글 리눅스 배포판 ‘붉은별’을 비롯해 북한말 입력기인 ‘조선말IME’, 다국어 손글입력 프로그램 ‘고려펜’ 등 문자인식, 음성인식, 기계번역, 전자사전 등의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열쇠(PKI) 암호화 프로그램인 ‘청송’, 자동 지문 검색 체계 등 최첨단 보안관련 프로그램들도 개발했다.

북한에서 리눅스는 궁극적으로는 자국어로 된 자국 OS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기반임과 동시에 미국 위주의 소프트웨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북한은 앞으로도 리눅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남북간 IT 통일을 이루려면
그러나 남북간의 이질적인 언어 환경 및 이로 인한 차이는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우선 용어에 있어 인터페이스(Interface)를 ‘사이틀’, 온라인(Online)을 ‘직결’, 디지털을 ‘수자형’이라고 지칭하는 등 차이가 매우 크다.

자모의 순서나 자판의 배열 타자 방식도 모두 다르다. 게다가 한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우리는 조합형(KSX1001), 완성형(KSC5601) 등을 갖고 있지만 북한에는 조선어 규약(KPS 9566-97)이라는 별도의 코드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바로 국제 표준인 유니코드의 자모 배치 순서나 음절 배치 순서가 남한,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사전 순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북한도 이에 해당하는 별도 코드 규약을 만들었으며 표준으로 상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북한에서 한글 윈도우가 사용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처럼 표현이나 정렬 방식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서로에 대한 대응 때문에 규약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문제를 우선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 규약에 따르면 특수 문자 코드에 김일성, 김정일 등이 별도로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이름을 적을 때 사용한다. 이와 같은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해결 과제 중 하나라 하겠다.

현재 세계 최강 수준이라는 우리 IT 기술에서 초고속망과, 이에 기반한 웹서비스 및 하드웨어의 비중은 상당히 높은 반면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여전히 낮다. 북한이 오픈소스 기반 기술력을 연마하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저비용의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인도나 중국 등의 국가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고급 두뇌를 확보한 사례는 많지만 북한의 고급 인력을 활용한 사례는 별로 없지 않은가?

프로젝트에 따라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SI 업체, OS 및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이 고려해 볼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북한의 엘리트 위주의 교육을 감안해 본다면 IT 인력들은 MS 위주의 개발 능력과 함께 오픈소스를 기초로 한 자신들만의 기술력을 축적해 왔을 것이다. 따라서 균형 감각도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남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간다면 통일 후 한국의 위상은 분명 더 높아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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