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떠나 서울 살이를 다시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9년이나 살았던 제주가 그립지 않나라고 물어보시는데, (아이들도 서울 생활이 새롭기 때문에) 가족들도 그렇고 현재로는 많은 점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에서는 한해를 보내면서 일상적으로 매번 하던 것들이 있었는데, 서울에서는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주 도민이라면 꼭 하게 되는 (그래서 그리운) 12가지를 한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계절에 따라 제주로 여행을 하신다면 한번 해보시길 권해 드리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1월 눈썰매 타기
제주는 겨울이 따뜻하지만 의외로 눈이 많이 오는 섬입니다. 일 년에 몇 번은 폭설이 내리는데, 가끔 제주 시내에도 많이 쌓여서 교통 마비가 오기도 합니다. 특히 800m이상 고지에는 쌓인 눈이 잘 녹지 않아, 겨울 중엔 언제나 눈 쌓인 한라산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눈이 내린 날 다음은 어김없이 제주 중산간 지역으로 아이들과 눈썰매를 타러 갑니다. 구제주 쪽에서는 대표적으로 제주대 교정이나, 제주마 방목지”(흔히 목장), 신제주쪽에서는 어승생 수원지 주변 방목지와 구릉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주마방목지에서 눈썰매 타기 (2010)
이른바 자연 눈썰매장은 눈이 녹기 전에 눈썰매를 타러 온 아이들과 부모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들 집집마다 눈썰매 한 두개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보면 눈썰매 대여를 해주거나, 오뎅과 떡볶기를 파는 상인들도 총집합을 합니다. 제주에 여행왔다가 폭설을 만났다면, 제주 자연 눈썰매장을 찾아 보는 것은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2월 오름 불 놓기 구경
정월 대보름 제주에서는 매년 들불 축제라는 것이 열립니다. 중문 단지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한 새별 오름이라는 곳에서 개최하는데,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불꽃 놀이와 그 이후, 오름 전체를 불로 태우는 것입니다.
제주 들불축제에서 (2011)
일단 오름에 불을 놓는 것이기 때문에 규모 자체도 엄청 크고, 불꽃 놀이도 매년 더 화려해 지고 있어서 관광객들도 많이 참여합니다. 다만,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렌트카와 도민 차량이 뒤엉켜 명절 귀성길을 막먹는 교통 정체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주도민들은 도에서 준비한 무료 셔틀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축제 홈페이지에 가면, 미리 셔틀 버스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언제 다시 돌아오는지 공지를 하니까 뚜벅이 관광객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3월 왕벚꽃 구경하기
머니머니 해도 우리 나라 처음으로 왕벚꽃이 피는 시기인 3월 중순은 제주 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제주가 원산지인 왕벚꽃 나무가 알려지면서, 도내 곳곳에 군락지나 가로수로 조성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제주 종합운동장 인근은 축제가 열리는 곳임과 동시에 많은 왕벚꽃 나무를 볼 수 있구요. 제주시 전농로 거리, 제주대 입구 부터 정문까지는 벚꽃 명소입니다. 최근에는 애월 장전리나 광령리 무수천 등에도 벚꽃 나무를 많이 심었고, 한라산 중턱의 산간도로는 4월 둘째주까지도 벚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대 벚꽃 구경 (2007)
벚꽃 구경이야 우리 나라 전역에서 언제나 가능한 연례 행사이지만, 제주 왕벚꽃은 한라산이 자생지로 처음 보고된 것입니다. 매년 종합 운동장에서 열리는 왕벚꽃 축제에는 다양한 축제가 열리지만, 피날레에는 항상 웨딩 드레스 패션쇼와 불꽃 놀이로 마무리 되는데 집근처라 매번 가서 구경하던 기억이 나네요.
4월 고사리 채취해보기
도민이라면 4월에는 제주 중산간의 넓은 들판에서 고사리를 꺾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지천에 널린 고사리를 꺾어서 말린후 차례상에 올리거나 반찬으로 해먹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고사리철이 되면 교회에 예배 오는 사람들 숫자도 줄 정도입니다.
외할머니가 꺽어 오신 고사리(2010)
고사리 꺽기는 제주 삼춘들이 함께 하는 연중 행사 중 하나죠. 지금은 많이 옅어지고 있지만, 음력 설을 앞두고 이사를 하는 ‘신구간’이나 음력 8월 1일을 전후로 집안 식구들이 다 같이 조상 묘를 벌초하는 풍습은 도민들이 다 함께 하는 그래서 제주도 전체가 움직이게 됩니다.
요즘엔 이 시기에 맞추어 청정 고사리 축제라는 것도 만들어서 관광객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가시리 유채꽃 축제도 열린답니다.
5월 섬 안의 섬 방문하기
5월이 되면 제주도는 완연한 봄이자 최고의 날씨를 자랑합니다. 이때, 제주도라는 큰 섬 주변에 있는 작은 섬들도 돌아볼 여유가 생깁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우도와 마라도가 있겠죠.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이미 검색을 하면 많이 나올 것 같구요.)
힘들고 어려운 올레길 탐방 (2011)
협재 해수욕장 인근의 비양도나 좀 멀지만 추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한번 배가 들어가고 나오는데, 바다 낚시를 하러 간다면 제격입니다. 또한, (마라도 가기전) 가파도도 정겨운 섬입니다. 4월 부터 5월 초까지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데 작은 섬에 올레길 주변으로 푸르른 청보리와 꽃길을 걸어 볼 수 있지요.
가파도에서 바라본 청보리- 출처: 티스토리
6월 한라산 오르기
한라산은 어떤 계절 중에도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매력을 지닌 산입니다. 하지만, 6월에는 평소에 황량했던 고산 지역에 철쭉과 진달래를 비롯한 봄꽃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수놓기 때문에 꼭 한번 올라봄직 합니다.
윗세오름 철쭉 군락지- 출처: 티스토리
가족과 함께 라면 굳이 성판악 코스나 관음사 코스의 한라산 정상을 고집할 필요는 없고, 영실 코스 정도도 충분합니다. 윗세오름 주변에 많은 진달래 및 철쭉 군락지가 있고, 오르면서 오백 나한 등 보기드문 경치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윗세오름에서 컵라면 한그릇은 누구도 잊기 힘든 경험일 것입니다.
윗세오름 가족 등반 (2014)
지금까지 6월까지 제주에서 늘상 해봄직한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렸습니다. 7월 부터 12월까지는 다음편에 계속할 텐데, 우리 아이들의 제주 생활을 담은 구글 포토 공유 앨범에서 힌트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 제주 도민이라면 꼭 하는 12가지 (7월-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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