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글에 대해 많은 블로거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연속해서 자기 자랑 같을 이런 글을 올려도 될지 모르겠으나 이 글은 한달 전에 써 둔 것이고 언젠가는 그동안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를 이끌고 오셨던 분들에 대한 기념을 해야 겠다고 여겨서 적은 글이니 아무쪼록 이해 부탁 드립니다.
내가 모질라 프로젝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그 해 3월에 넷스케이프가 소스 코드 공개라는 어려운 결정을 통해 모질라 소스가 공개되고 나서 한참 소스 코드를 받고 분석하는 열심 분자들이 많았었다. 이들이 새로운 커뮤니티를 이루면서 모질라 커뮤니티가 결성되었는데, 당시 커뮤니티에서는 넷스케이프 직원들이 주도 하였다. 당시 나는 W3C의 SVG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메일링 리스트로 온 Netscape 직원인 Rick Elliott과 Tao Cheng의 모질라 지역화(l10n) 메일을 받고 모질라 한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의 시작
오픈 소스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이 전무하던 때에 모질라의 출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열정을 불러 일으켜 주었고 98년 8월 웹코리아 홈페이지에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 대한 간단한 웹페이지를 만들고 Mozilla Korean Project 소개 메일을 모질라의 국제화(i18n) 메일링리스트에 올리게 되었다. 메일링 리스트를 보고 당시 삼성전자에 근무중이던 정병수님이 응원하는 답변을 주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 모질라 소스는 넷스케이프를 기초로 있었고 다우기술이 4.53 버전 까지 한국어 버전을 제작했던 이유로 번역 작업이나 리소스 추가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모질라 프로젝트는 기존의 넷스케이프 소스 코드를 리팩토링 수준을 넘어서 완전히 바꾸는 기나긴 작업을 시작했다. 일명 마일스톤(Milestone)이라는 기간에 돌입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모질라 소스 코드가 새롭게 재완성 되는 기간이어서 사실 지역화 작업이 크게 의미가 없었다.
2000년 9월 M17 마일스톤이 완결되던 즈음에 넷스케이프4.x의 유닉스용 한글키트를 만들던 서울대 최준호님이 M17 한글 언어팩으로 모질라 지역화에 참여하면서 Chois l10n page를 통해 드디어 모질라 한국어 언어팩이 그 모습을 처음 선보이게 된다. 최준호님은 FreeBSD 국내 커뮤니티를 이끌면서 모질라 M17, 0.6~0.9.2 버전 까지 5번의 한글 언어팩 릴리스를 주도해 주었다.
2001년 7월에 나온 0.9.2 버전까지 초기 번역 및 메신저 번역을 하신 박원규님, 박동수님과 0.7 버전을 도왔던 임동철님과 오승영님은 한국어 언어팩이 나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모질라로 복귀하다
그때까지 사실 나는 모질라 프로젝트는 잊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002년 5월에 웹코리아의 홈페이지를 정리하다가 문득 98년도에 만들었던 나의 모질라 페이지를 보고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알아보니 최준호님이 0.9.2 언어팩을 만든 이후 일년 가까이 업데이트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0.9.x 버전을 마치고 1.0 RC(출시 후보) 단계로 접어든 모질라 지역화 프로젝트에 뛰어든 시기는 바로 그때였다. 나름대로 언어팩 작성 방법을 익히고 작업을 시작한 다음 지역화 오너인 최준호님과 신정식님께 프로젝트 시작을 알렸다. 신정식님은 내가 웹에 입문할 무렵 부터 한글 인코딩과 국제화에 관한 웹사이트를 제작하시고 모질라를 비롯한 이 분야에 아주 유명하신 분이셨다.
당시 최준호, 신정식님은 이 작업에 대해 매우 반가워 하면서 KAIST에 재학중이던 송응규님의 1.0rc1 지역화 작업을 알려 주고 협력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이미 서로 달리 작업한 언어팩이 나와 있는 상태라 공동 번역 및 언어팩 통합을 하기로 하였다. 이런 경로를 거쳐 2002년 8월 한글 언어팩은 모질라 1.0 출시와 더불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모질라 1.0이 출시되고 난 후에도 브라우저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브라우저의 내부를 완전히 뜯어 고친 모질라 1.0이었지만 시장에서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터와 별 다르지 않은 모습에 냉담하기만 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 더욱 더 참혹했다. 모질라 1.0의 실패 이후에 1년 동안 모질라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변화를 겪게 된다.
우선 모질라의 브라우저 부분을 독립하여 경량 브라우저를 만들기 위한 피닉스(Phoenix)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버전은 IE와 단독 대결할 수 있는 간편한 기능을 갖추면서 내부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에 모질라 프로젝트는 2003년 6월 피닉스를 단독 웹브라우저로서 키우기 위한 전체 로드맵 수정을 하고 파이어버드(Firebird, 0.6)로 이름을 변경 한다. 아울러 아웃룩 익스프레스 대응 으로 썬더버드(Thunderbird) 프로젝트를 독립시키게 된다.
벤구저(Ben Goodger)와 브래이크 로스(Blake Ross) 등 10대와 20대의 ㅈㅓㄼ은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모질라 프로젝트는 새 힘을 얻게 된다. 아울러 2003년 8월에는 모질라 프로젝트가 비영리 재단으로 분리한다. 이 때만 해도 AOL은 넷스케이프 직원을 감원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모질라 재단의 성공여부는 누구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OL에서 완전히 독립하어 진정한 오픈 소스 커뮤니티로 변화함에 따라 Sun, IBM 등 오픈 소스에 관심을 기울이던 회사들 지원까지 등에 업는 예상 밖의 상황이 전개된다.
올초 부터 국내에서도 파이어폭스(Firefox, 구 파이어버드) 사용자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나는 모질라와 함께 파이어폭스의 한국어 버전 제작 작업도 병행하게 되었다. 당시 mozilla.pe.kr 이라는 도메인을 사용하던 나는 이 프로젝트를 커뮤니티화 시키기로 하고 mozilla.or.kr 이라는 도메인으로 새출발을 하게 되었다. 이 때 신정식님을 비롯해서 이정민, 박상현님 등 다양한 분들이 품질 테스트(QA) 및 모질라진 번역 등으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 부터 많은 모질라 및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커뮤니티로 모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서로 묻고 답글을 달아 주고 당시 여러 회원들의 질책에 제로보드를 표준 코드로 바꾼다고 열심히 뜯어 고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phpBB를 쓰고 있지만)
웹 표준화 운동 시작
국외에서는 모질라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국내에서는 0.1%의 사용자도 없을 정도로 그 기반은 취약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국내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브라우저 전쟁 당시에 양산된 IE기반 비표준 태그들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에 방문을 하더라도 사이트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표준 태그와 ActiveX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모질라 제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2004년 1월 커뮤니티 내에 만든 웹 표준화 프로젝트 게시판이였다. 모질라로 서핑이 불가능한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사용자가 직접 메일을 보내 고쳐줄 것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고쳐야할 부분을 지적해 주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2003년 하반기 부터 불기 시작한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접근권 문제와 연계되면서, IE 독점 시장에서 비윈도우 OS와 비IE 브라우저에서 접근 불가능한 이러한 비표준 웹사이트 문제는 사회 각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한, 1인 미디어의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난 블로그는 파이어폭스를 알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해 냈다. 잠자고 있던 오피니언 리더들이 블로그를 통해 활동하면서 파이어폭스 전도사를 자처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한 전파력은 기존 커뮤니티의 네트웍 효과를 능가하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2004년 2월 만박님으로 부터 시작해 Erehwon님 까지 파이어폭스 0.8과 RSS Reader Panel에 대한 인기 때문에 그 이후 부터 블로그 코리아의 Firefox 검색 결과에는 파이어폭스에 대한 엄청난 자료들이 ㅅㅗㄷ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블로거를 위한 RSS 구독 확장 기능, 라이브 북마크 등은 블로거들이 파이어폭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또한, 파이어폭스 일반 사용자를 위한 김재용님의 소프트원트 모질라 정보사이트(현재 제공하지 않음)와 김고명님이 만든 한글 확장기능 사이트는 파이어폭스 사용자를 넓히는 공헌을 한 사이트들이다.
넷스케이프 이후 사상 처음으로 파이어폭스 1.0이 브라우저 점유율에서 10%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파이어폭스 1.0의 국제적인 성공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5년간 변화가 없던 웹 구조에 일대 변혁을 예고 하기 때문이다. 이제 표준이냐 비표준이냐 웹의 혁신이냐 정체냐를 가름짓는 잣대가 되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웹의 혁신은 표준을 통해 이루어져 왔지만 웹브라우저 시장의 정체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저 전쟁은 상처도 많았으나 웹의 혁신적인 성장이라는 결과를 남겼듯이 2차 브라우저 전쟁은 웹을 다시 혁신 시키게 될 것이다. 바로 웹의 본래 의미인 정보의 접근 제한이 없고(Universial Access) 의미 있는 (Semantic) 믿음직한(Trust) 웹으로 되돌리는 일(Take back the web)이다.
2년간 모질라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면서 내가 처음 웹을 접하고 웹코리아 커뮤니티에서 느꼈던 정보와 자유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모질라 프로젝트에 헌신해 온 수많은 사람들과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왜곡된 국내 웹의 현장을 다시 원상으로 되돌려 놓고 진정한 정보화 강국으로 거듭나는 날을 꿈꾸기를 바란다. 꿈꾸는 자에게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읽어보기] W3C의 7가지 약속 국제적인 웹표준 기구인 W3C가 시작된지 이제 10년이 되었다. 처음 몇년간은 정말 어리버리했지만 지금은 질적 양적 성장이 이루어져 700개가 넘는 인터넷 회사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이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IETF와 더불어 양대 인터넷 표준 기구인 W3C의 10주년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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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의 험난했던(?) 모질라프로젝트의 연대기로군요. 다음 6년은 장미빛 미래가 반드시 도래할것이라 기대해봅니다. 화이팅! ^^ [Link]
앞으로도 멋진 모질라 프로젝트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 얼마전부터 기본브라우져를 firefox로 아얘 바꿨습니다. [Link]
앞으로 계속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화이팅입니다! :) [Link]
아이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요.. @_@
꼭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Link]
차니님, 화이팅입니다. 저와 같은 유저는 그냥 사용하는 것 밖에는 도와드릴 일이… :) [Link]
이런 숨은 분들의 노력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도 많이 남았으니 좀 더 고생해주세요. :)
저도 뒤에서 미약하나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하게, 그리고 열심히 Mozilla를 아껴야겠군요. 저번 글도 그렇고 잘 읽었습니다:-) [Link]
세상이 점점 빨간색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 [Link]
Sage의 역활이 참 크다고 느껴집니다. 라이브 북마크 기능하구요.
저도 그게 맘에 들어서 불여우를 이뻐해주고 있거든요.
자체 기능으로는 탭브라우징도 맘에들고 50% 는 욕심이겠고 3-40% 정도까지 점유율이 높아졌으면 좋겠네요 [Link]
다음의 윤석찬 옹(?)
멋집니다.
모질라 1.0부터의 사용자로서 저렇게 역사를 보니 감개무량하네요 :) [Link]
최근 모질라진 번역을 못(?) 하고 있는데도 제 이름이 올라온 것을 보니 부끄럽네요. *^^* 지금까지 이런 번역 실력을 가지고도 책망하신 분이 안 계신 것을 보면 모두들 마음이 굉장히 넓으신 것 같습니다.
사실 한참 번역을 못 한 것은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인데, 그러다 보니 번역이 계속 미뤄졌고 그것이 쌓이다 보니 갈수록 손대기 힘들어진 것도 있지요. 일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Link]
어렵고 힘든 일 하시는 분도 많은데 다 만들어 주신 언어팩을 맥 오에스 제품에 적용해서 올리는 일만 하는 제 이름도 올려주시다니. 감동의 눈물이 ㅠ.ㅠ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 하시는 여러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2005년에도 모질라의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한 해 이기를…
찬 님 수고하세요~~~
[…] 제가 해 왔던 일은 Firefox, Thunderbird 같은 소프트웨어 제품들의 한국어 버전 개발(번역 및 QA, 온갖 잡다한일)과 한국 Mozilla 커뮤니티의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